남자 의대생이라면 대부분 병역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거나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의대를 졸업하는 사람에게 병역을 이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길,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로 복무하는 길, 군 의무장교(이하 군의관)로 복무하는 길, 이렇게 세 가지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의대생은 주로 자신의 경력을 살려 공보의 또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길을 선택해왔고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하지만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36개월에서 점차 조금씩 줄어 현재 18개월로 단축된 것에 비교해 군의관 또는 공보의의 복무기간은 변함없이 18개월의 두 배가 넘는 약 38개월, 37개월(교육 기간 포함)이라는 기간을 복무하게 됨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복무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군의관, 공보의 대신 사병으로 지원하는 의대생들이 늘어나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백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고 한다. 복무기간이 단순히 길다는 이유 외에도 교육 기간을 복무기간에 미포함한 점, 전문의 시험 일정과의 마찰, 수련 기회의 감소와 수련의 질 저하, 인력 공백과 그에 따른 업무 피로도 누적 등의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작년 말 국방부로부터 군의관 복무기간에 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군의관 입영일 조정과 교육 기간 단축
군의관으로 지원한 경우 임관일은 4월 26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기존에는 군인으로서의 필수교육 기간(8주: 양성 교육 5주+직무교육 3주)을 고려하여 2월 중순에 입영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전문의 자격시험 일정도 앞당겨져 현행 규정상 수련이 끝나지 않은 매년 1월에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렇기에 매년 말 레지던트 4년 차의 근무 오프가 종종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수련의 질 저하와 병원의 인력 공백이 되풀이됐다. 전문의 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기 전 입영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전문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는 국방부와 입영일 조정에 대해 논의해왔고 최근 합의를 이루어냈다. 합의 결과 국방부는 매년 2월 중순이었던 군의관 입영 시기를 전문의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 이후(2월 28일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입영일이 3월 7일경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입영일 조정과 더불어 필수교육 일정도 기존 8주에서 6주(양성 교육 4주+직무교육 2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이에 발맞춰 전문의 자격시험의 일정도 2020년부터는 2월 중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의학회 박중신 고시 이사는 “군의관 입영 시기 조정과 복무기간 단축은 의료계의 염원이었던 점에서 이번 결과는 커다란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군의관 복무기간은 약 한 달 정도 단축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군의관 복무기간이 단축된 것과 달리 아직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3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중 보건의사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주로 공중보건의사의 군사교육 소집 기간(4주)이 의무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의무복무기간이 길어지는 문제에 관해 토론을 나누었다. 교육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는 교육 기간이 복무기간에 포함되는 현역병이나 다른 보충역들과 다르게, 공보의의 경우 교육 기간이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차별을 받아 병역법을 비롯한 현행 제도를 위배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현재의 권익위(국민권익위원회)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2008년에 이러한 행정적 제도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여 군인사법 개정을 권고했다고 한다. 또한, 교육 기간이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5월에 공보의 의무복무가 끝남으로써 교육의 공백, 적응의 문제, 의료 공백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에 윤문학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교육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할 경우 전, 후임 교대 간 공백이 발생하고 인력 확보가 어려워져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복무기간의 차이로 인한 군의관들의 사기 저하도 한 가지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복무기간 단축이 불가하다고 단정하지 않고 다만 병역법뿐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법령도 함께 개정되어야 해서 복지부와 상의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위 토론에서 보듯 공보의의 경우 복무기간 단축은 아직은 단시간 내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큰 노력을 하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비롯해 의료계에서 계속해서 복지부, 국방부와 논의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공보의와 군의관 모두 언젠가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대생들도 그저 남 일처럼 생각하지 않고 내 동기, 선후배, 혹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김준엽 기자 / 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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