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1~2학년과 3~4학년 비교 QnA- 의과대학의 6년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교양 강의를 듣고 기초의학을 배우며 의학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예과, 본격적으로 임상의학을 배우는 본과 1~2학년,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 실습하며 의사가 될 준비를 하는 본과 3~4학년. 본과 3~4학년은 poly klinic을 줄여 ‘PK’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린다. PK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형식의 교육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전 4년과는 생활에 큰 차이가 있다. 가운을 입고 있지만 임상에서 실제 환자 진료에 참여하지는 않는 PK들은 ‘학생의사’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학생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병원에서 불린다. 곧 실습을 하게 될 예과부터 본과 2학년까지의 의대생들을 위해 PK의 생활은 어떠하고 이전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소개한다. PK도 본과 3학년과 본과 4학년의 생활이 다르고 실습하는 과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내과 임상실습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한다. 본과 3학년 이OO 학생(이하 ‘이’)과 김OO 학생(이하 ‘김’)을 인터뷰하였다. Q. 학생실습은 크게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나요? 이 : 학교마다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본과 3~4학년 2년 동안 내과부터 시작해서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신경과 등 6개 과를 실습하고 본과 4학년 때는 그 이외의 마이너 과를 선택적으로 실습하게 됩니다. 내과는 총 13주 동안 돌게 됩니다. 그리고 실습 일정과 별도로 매주 CPX, OSCE 시험을 대비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님들이 해주시는 강의도 내과 실습 기간 동안 함께 받았습니다. Q. PK의 하루 일정은 어떠한가요? 이 : 그 날 무슨 과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내과라면 보통 아침 7시 반 또는 8시 까지 등교합니다. 교수님이 하는 일정을 기본적으로 따라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 일정은 주로 해당 과의 아침 회의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입원환자에 대해서 레지던트 선생님이 교수님들에게 브리핑하거나 또는 저널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교수님들이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강의해주시기도 합니다. 그 후 교수님 한 분을 따라 아침 회진을 돕니다. 평균 1시간 ~1시간 반이 걸리지만, 때로 길면 2시간 이상 돌기도 해요. 그 이후엔 과에 따라 일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내과라면 내시경 참관을 할 수도 있고, 심장내과의 경우엔 coronary angiography를 참관할 수 있습니다. 김 : 회진, 시술 참관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외래 참관입니다. 교수님이 바쁘게 외래환자를 진료하시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는 일정인데 가끔은 직접 초진 환자를 저희가 예진하게 됩니다. 병원에 어떤 문제로 오게 되었는지 학생이 먼저 EMR에 간단하게 기록을 해볼 수 있습니다. 또 시술을 연습하거나 시설 견학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서로 짝을 지어 ABGA와 혈액배양을 위한 채혈을 해보았습니다. 또 교수님이 BST(bedside teaching)라고 부르는 수업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임상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나 CPX의 항목을 주제로 수업을 해주십니다. 보통 일정이 저녁 시간 전에는 끝납니다. 하지만 가끔 당직이 있을 수도 있어요. 밤늦게까지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는 전공의 선생님 옆에서 실습하고 환자를 보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Q. 본과 1, 2학년과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 : 입는 옷이 달라요! 일주일 내내 와이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어야 해요. 엄청 불편해요. 저는 입고만 있어도 체력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서 일정이 끝나면 바로 기숙사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 편이에요. 또 이전과 다른 건, 일정이 끝나면 그 날 매우 피곤합니다. 교수님, 환자와 오랜 시간을 가까이 있으니까 긴장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참관을 하면 한참 서있을 때도 많고 걸어 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더 피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본과 1~2학년처럼 공부를 많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본1~2 때는 매주 시험이니까 주말에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설사 안 한다고 하더라도 시험 전이라는 부담감이 막중하죠. 하지만 본과 3~4학년은 그런 게 적은 것 같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다음 과 실습 준비는 해야겠지만, 주말에 비교적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어요. 김 : 학교의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점도 차이인 것 같아요. 저희 학교의 동아리는 보통 본과 2학년을 마칠 때면 활동이 끝나게 돼요. 본과 3학년부터는 학교행사, 동아리 활동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계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PK가 본과 1, 2학년에 비해 힘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이 : 아까 말한 대로 긴장을 해야 한다는 점! 실습하는 동안에 교수님이 계속 같이 있으니까요. 교수님이 본과 1~2학년 때는 수업을 할 뿐 질문을 많이 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학생에게 특별히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아요. 그러나 PK에게는 교수님이 계속 질문을 하십니다. 이에 대해 대답을 잘 못하면 소위 ‘털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걸 좋아할 사람은 없죠. 잘 대답 못하면 혼나고 험담을 듣는 날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Q. 본과 1~2학년과 공부하는 방식은 비슷한가요? 김 : 본과 2학년까지 의대에서 배워야 하는 전반적인 내용은 거의 다 배우고, 본과 3학년부터는 그 방대한 내용을 다시 복습하고 실습을 통해 익히는 시기입니다.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질병 중심의 공부를 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증상 중심의 공부를 해야 했던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각 질병별로 특징과 증상, 진단, 치료를 본과 2학년까지 공부하지만, 실습을 돌면서는 ‘복통’이라는 증상을 호소하는 질병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감별하는 방법을 알아야 했습니다. 씨실로 된 기존의 엉성한 지식을 날실로 엮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환자에 조금 더 가까워진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본과 2학년까지 우리는 강의실에서 책만 보며 공부하지 환자를 실제로 접하지 않아요. 그래서 질병에 대해 배우면서도 병을 앓는 환자는 책 너머로 상상하며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실습을 돌며 환자는 실제로 어떤 점을 가장 불편해하고 또 궁금해 하는지 감을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본과 3학년이 되며 새로 배우는 지식은 많지 않지만, 기존에 배운 지식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며 좀 더 발전된 시야를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절대적인 공부량은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Q. 환자와 처음으로 가까이 접촉하게 되는데, 어떠셨어요? 이 : 보통 입원 환자 중 한 명을 케이스 환자로 배정받아 교수님들 앞에서 케이스 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걸 준비하기 위해 과거력을 물어보고 신체진찰을 위해 환자를 처음으로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전 솔직히 무서웠어요. 거절당할 것 같아 두렵기도 했고요. 너무 처음이니까 준비도 완벽하지 않았고,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병실에 못 들어가고 우물쭈물 병실 앞에 계속 서있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렇게 긴장하는 것 같아요. 그거만 빼면 사실 정말 재미있어요! 왜냐하면 배운 것을 적용을 해보는 순간이니까요. ‘이 환자는 무슨 병이 의심되니까, 이런 것들을 물어봐야지, 과거력은 어떤 것을 물어봐야지, 신체진찰로는 뭘 해야겠다’ 이런 것들을 미리 생각하고 물어본 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엄청 뿌듯하고, 의사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Q. 여유 시간은 본과 1, 2학년에 비해 얼마나 많나요? 이 : 이건 실습을 어떻게 돌겠다는 태도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일단 무조건 본과 1, 2학년보다는 많습니다! 그 때는 여유시간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죠. PK는 주중에도 본인 체력만 된다면 자유 시간을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실습 일정 사이사이에 비는 시간이 많아서요. 물론 학교 밖에 나갈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뭔가를 많이 할 수 있죠. 그리고 실습일 정이 일찍 끝나는 날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 가거나 취미를 즐기구요. 저는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놀고, 나머지 하루는 그 다음 과 실습을 준비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본과 1~2학년보다 확실히 여유로웠어요. 김 : 위에서 말한 대로 여유 시간이 많아, 이전에는 못 해보았던 것들을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논문 작성을 목표로 연구를 교수님 밑에서 해볼 수도 있고, 미뤄두었던 악기 레슨을 다시 받고, 매일 헬스장을 다닐 수도 있어요. 저는 본과 3학년이 편하다는 말을 선배들한테 듣고 새로운 활동을 너무 많이 새로 시작해서 막상 본과 2학년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기는 했어요. 그래도 그 바쁜 일상이 단순히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벗어난 다양한 것들을 하다 보니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본과 1~2학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 : 본3 들어가기 전에 앞으로 졸업 전까지 2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을 미리 하고 들어와야 하는 것 같아요. 본과 1, 2학년은 공부에만 집중하고 주어진 것만 하게 되는 시기라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본과 3, 4학년은 학교를 똑같이 다니면서도 얼마나 열심히 돌지 스스로의 태도에 따라 똑같이 돌아도 얻어가는 것이 사람마다 많이 달라요. 예를 들어 실습을 정말 열심히 돌아서 졸업 전에 많은 지식과 실력을 쌓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매우 많은 걸 배워갈 수도 있고요. 누구는 실습은 적당히만 돌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죠. 이것도 정말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요. 제일 안 좋은 건 아무 생각 없이 진급하는 거예요. 애매하게 멍하니 지나가 버리고 마는 시기일 수도 있어요. 정말 얻는 것 없이, 남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면 본과 3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앞으로의 2년을 잘 계획하길 바라요. 김경훈 기자 /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