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로 치르는 의사국가고시

이제는 의사국가고시도 태블릿 PC로?
SBT 기반 국가고시에 대한 논의

 지난 2016년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은 의사국가고시를 컴퓨터화 시험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SBT(Smart device Based Test), 즉 컴퓨터화 시험이란 스마트 기기인 태블릿 PC 등을 활용한 것으로 시험지 인쇄, 채점 등 기존 지필 시험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안된 시험 방식이다. 국시원이 발표한 ‘컴퓨터화 시험 중, 장기 추진계획(안)’ 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는 의사국가시험에 SBT가 도입될 것이라는 계획이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는 표면적인 큰 변화 외에도 태블릿 국가고시로 어쩌면 시험 문항 형식의 변화, 시험 내용의 변화 또한 예상된다. 
의사국가고시의 컴퓨터화에 대해 다룬 국내 의과 대학 연구진의 ‘컴퓨터화 시험(Smart device Based Test: SBT) 실행방안 연구(허 선, 2015)’ 연구결과와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본 기자가 속한 순천향 의과 대학에서는 이번 학기 임상 의학을 배우는 본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장학, 소화기학 중간 평가를 태블릿 PC 시험으로 진행하였다- 태블릿 국가고시의 장단점과 의대생들이 대비해야 할 점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매체의 변화가 국가고시에 미칠 영향 태블릿 PC를 통한 시험이 도입되면 동영상, 청각 자료 등의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여 문항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대인관계까지 측정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문항에 대한 학생들의 답안을 태블릿의 카메라로 녹화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사 관계에서 적절한 비언어적,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U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은 1999년부터 CBT(Computer Based Test)로 computer-simulated patient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simulated patient를 대상으로 진단을 시행하는 과정을 도입했다. 문항을 풀며 진단과 치료과정을 기술하고 진료 중에 simulated patient의 자세와 위치까지도 조정하게 하여 진단과정부터 치료 기술, 계획 수립을 포괄적으로 평가받도록 하였다. 이미 국내 여러 의과 대학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인터넷 바탕의 시험을 시행해 온 경험이 있으며 현재 SBT로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본 기자의 심장학, 소화기학 시험에서는 CT와 초음파 자료가 동영상으로 제공되었다. 또, 심음 청진과 관련된 문제에서 청각 자료가 제시되어 새로운 문항 구성에 대한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태블릿 시험 vs 지필 시험, 결과의 차이가 발생할까? 미국 간호사국가시험, 캐나다 간호사 자격시험 및 의사면허시험 등 외국 사례를 토대로 살펴보면 지필 시험과 CBT에 따른 능력 측정에는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지배적이다. CBT의 타당도와 심리 측정학적인 기준을 적용해 비교해보았을 때, CBT와 지필 시험에서 접근성이나 능력 측정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임상 위주의 블록 강의와 임상 표현 수업, 팀 기반 수업 등이 우세한 현재 흐름 속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하는 SBT가 문제 해결능력이 요구되는 의료인 자격시험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태블릿 시험의 장단점
연구 논문의 108명의 의대 학생들이 응답한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큰 장점으로 답안 제출 전 풀지 않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 화면 내 시험 남은 시간 알림이 시험시간 안내방송보다 편리함, 별도의 답안지 작성이 없어 시간 안배에 도움, 나중에 재검토할 문제를 표시하는 ‘체크하기’ 기능이 꼽혔다. 실제로 과목 당 문항 수가 많은 만큼 답안지 작성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수험생으로서 가장 편리했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또 따로 시계나 컴퓨터 사인펜 등 미리 준비해야 하는 준비물이 없어 오직 시험문제 풀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기능들은 ‘SBT 튜토리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구동하면 다음과 같이 화면의 가장 상단에는 전체 문항 및 남은 문제 문항, 그리고 잔여 시험시간이 배치되어 있다. 선지에 있는 오답 체크 버튼을 누르면 오답 선지를 배제할 수 있는 선을 그을 수 있고, 가장 하단에 있는 체크 표시를 통해 답이 고민되거나 제출하기 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문제들을 따로 모아볼 수 있다.


반면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는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타자로 메모를 해야 하는 불편함, 태블릿 각도에 따른 목의 통증, 눈의 피로도, 계산 기능의 불편, 동영상과 메모 기능이 동시에 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이어폰 작동이 초기 점검 시 확인이 잘되지 않는 상황, 동영상 내용과 품질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의견, 감독관의 미숙,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에 대한 우려 등이 있었다. 실제로 태블릿의 배터리가 100%로 충전되지 않아 감독관이 일일이 확인한 후 기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험 준비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또 시험 파일의 용량이 커서 100명의 학생이 한 번에 다운로드 할 시 오류가 생기는 문제점도 생겼다. 우려와 달리 실제로 태블릿을 사용할 때에는 전원 버튼과 시험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기능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의 불안정성은 없었다. 또한, 시험문제의 순서를 기기별로 무작위로 배치하여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반면, 교내에서 제공된 태블릿은 국시원에서 채택한 기기와 같은 모델이었는데, 해당 태블릿은 터치펜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 터치가 불편한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정전식 터치가 가능한 터치펜을 지참해야 했다. 물론 손가락 터치만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지만, 아직 펜 없이 치르는 시험에 학생들이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태블릿 시험, 의과 대학 학생들에게 도움 될까? 결국, 태블릿 시험은 본질적으로 개선된 시험 방식을 마련하여 의료전문인에게 요구되는 학습 내용과 방식을 제안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또한, SBT를 통해 오류의 위험이 있는 종이 시험지 인쇄와 배송, 수기 및 OMR 채점과 정답 분석, 통계 등 시험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있어 더욱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관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학습해야 하므로 시험의 체감 난이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문제 해결 능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험 방식이라는 작은 범위의 변화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학습 방법과 의과 대학의 수업 또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성장해야 함은 분명하다. 오윤서 기자 / 순천향 justinechoo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