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습 이전의 의과대학 수업은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기에 교수로부터 학생으로의 수동적인 강의법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임상 의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환자에게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골라내고, 질병의 원인을 찾아 여러 가지 치료법 중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단순한 교수 의존성 암기 학습은 학생들이 임상의사가 되었을 때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의과대학 학생들은 전문 의학지식이나 술기를 학습하는 것 이외에도 환자와의 적절한 관계 유지, 상황에 따른 정확한 판단 등 올바른 직업 가치관을 개발할 수 있는 실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임상실습에 참여하기 전에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익힐 수 있는 학습법이 바로 문제 중심 학습과정(PBL, Problem based learning)이다.
PBL은 임무 중심 교육과정 또는 진료기반 학습이라고도 불리는 가장 근대화된 학습 유형이다. 소단위로 학생들을 구성해 현실적인 사례에 대해 그들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때 수업은 토의식으로 진행되며, 교수는 학습에 대한 촉진자로서만 역할한다. 능동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해야 하기에 독자적인 학습법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졸업 후 의사로서 해야 할 임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때문에 지식수준도 기존의 단순 암기가 아닌 문제 해결형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학생들은 실제 사례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여러 다른 분야 또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협동학습으로 진행되는 PBL 방식은 이전의 개별적인 시험 성적에 집중하고 개인의 역량을 기르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교육방식과는 달리, 공동학습 과정에서 본인에게 부과된 책임감을 이수하고 협동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다.
물론 PBL에도 문제는 있다. 먼저, 토의 방식의 수업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에 모든 학습목표를 이루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공간적, 물질적 자원 또한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일부 학생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하나의 가설을 설정한 뒤 거꾸로 추론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임상 상황 교육과정 (Clinical-presentation based curriculum)을 시도하고 있다. 특정 사례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학생들은 우선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문제 해결 전략을 배워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론에 적용한다. 사실 학습 방식이 무엇이 됐든 학생들이 학습하고 난 이후에 바람직한 행동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해보는 기회를 갖지 않고는 환자의 괴로움이나 의사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론적인 학습이 완벽히 이루어진 뒤, 그 배움의 결과가 영구적으로 몸에 익도록 졸업 후 만날 실제 상황과 관련된 학습 기회가 연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우원경 기자 / 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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