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poly klinic)를 알아보자! – [2. 외과편]

필자는 지난 <의대생신문 129호>에서 “PK를 알아보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시하였다. 의과대학의 6년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먼저 교양 강의를 듣고 기초의학을 배우며 의학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예과 시기가 있고, 본격적으로 임상의학을 배우는 본과 1~2학년 시기,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 실습하며 의사가 될 준비를 하는 본과 3~4학년 시기가 있다. 이 중 본과 3~4학년은 poly klinic을 줄여 ‘PK’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린다. 일반적으로 PK 실습은 내과 실습으로 시작하여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다른 과 실습으로 이어진다. 129호에서 내과 실습과 PK 전반에 대해 다루었고, 이어서 본 기사에서는 외과 실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현재 외과 PK 실습 중인 ‘ㅇ’의대 본과 3학년 이OO 학생을 인터뷰하였다.

(※ 본 기사는 내과와 외과라는 과 자체를 비교하는 기사가 아니며, 실습 중인 의대생의 시선에서 느낀 외과 실습에 특징에 대하여 다루는 기사입니다. 특정 과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Q. 외과 실습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A. 학교마다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저희 병원은 외과가 총 10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총 6주간 외과 실습을 돕니다. 6주 중 4주 동안 메이저 파트인 상부위장관외과, 하부위장관외과, 간담췌외과, 유방외과를 돕니다. 남은 2주 동안은 다른 6개의 분과 중 2개를 선택해서 실습하게 됩니다. 이때 6개의 분과에는 신장이식외과, 혈관외과, 소아외과, 중환자외상외과, 내분비외과가 있습니다.

Q. 외과 PK의 하루는 어떠한가요?
A. 외과의 PK 일정은 수술 참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론 교수님들의 회의나, 당일 재원 중인 환자의 리뷰를 함께 참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 일이 없으면 계속 수술을 참관하게 됩니다. 하루에 수술이 몇 개 잡혀있든, 첫 수술부터 마지막 수술까지 참관합니다. 가끔 회진을 돌기도 하고 외래 참관을 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내과 등 다른 과 실습에 비해 외과 실습 일정은 비교적 단순했던 것 같습니다.

Q. 외과와 내과 실습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느끼기에 가장 큰 차이는 외과 실습에서 몸이 더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외과 실습은 긴 시간 동안 수술을 참관해야 하니 체력 소모가 무척 많았어요.
또 큰 차이점은, 외과 선생님들은 상대적으로 내과보다 공부를 덜 시키셨어요. 아무래도 국시도 내과가 훨씬 많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외과는 내과에서 공부를 다 끝내놓았다면 특별히 더 공부할 내용은 많지는 않았어요. 수술 방법과 해부학만 조금 더 알아두면 되었어요. 실습 동안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공부에 부담이 비교적 적어서 좋았어요.

Q. 외과 실습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분위기가 확실히 크게 달랐습니다. 외과는 교수님과 레지던트 선생님들부터 내과 선생님들과는 느낌이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먼저 외과 선생님들은 주로 엄청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셨어요. 반면에 내과 선생님들은 주로 꼼꼼하고 세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고요. 그런 만큼 실습 때도 내과 교수님들은 조금 더 엄격하게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학생에 대한 기대도 높으셨어요. 그에 비해 외과 실습은 정신적으로 훨씬 여유로웠어요. 교수님들께서도 학생들에게 유하게 해주셔서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서로 농담을 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외과 회식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외과 선생님들은 평균적으로 체격이 크신 것 같아요. 내과에는 마른 선생님들이 많은데 외과에는 유난히 몸이 크고 좋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누가 봐도 외과일 것 같은 외모의 선생님들이 외과에 정말 많았어요.

Q. 외과의 증례발표는 내과랑 어떻게 다른가요?
A.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외과 선생님들은 케이스(증례) 발표도 엄격하게 요구하시진 않으셨어요. 환자를 파악한 내용을 발표할 때 present illness, ROS(review of system), P/Ex(physical examination)의 모든 세부적인 내용을 내과 선생님들은 하나하나 다 꼼꼼히 따져서 보셨는데, 외과는 큰 틀 위주로 보시는 경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위장관외과를 돌 때면 ROS든 P/Ex든 general과 GI 부분만 자세하게 적고 나머지 system은 특이사항이 없다면 필요한 부분만 언급하며 발표해도 됩니다. 반면에 수술 기록과 수술 후 합병증, 그 합병증을 관리하는 방법은 외과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즉, 내과와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내과는 매우 꼼꼼하고 ‘rationale’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외과는 수술 기록과 영상 소견을 좀 더 중요시한다고 느꼈습니다.

Q. 외과 실습 중에 어느 분과가 제일 재미있었나요?
A. 외과 자체가 스크럽(수술 어시스트)도 설 수 있고, 수술의 일부 과정에 조금이나마 참여해볼 수도 있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중 저는 특히 상부위장관외과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우선 상부위장관외과는 수술이 그다지 길지 않았어요. 또한, 복강경 수술이 많아서 앉아서 참관할 수도 있었습니다. 상부위장관외과에서는 위절제술을 많이 하는데, 그 때 복잡하게 얽힌 혈관들 사이에서 결찰할 혈관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위를 떼어낸 후에는 장과 연결해줍니다. 이 과정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교과서에서나 보던 수술과정을 실제로 보니, 교수님들의 손이 쓱쓱 움직이면 어느새 새로운 위장이 완성되어 있어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Q. 외과 실습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A. 수술실은 무균 처리된 곳입니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갈 때에는 마치 고압전기가 흐르는 곳을 지나가는 것처럼 다녀야 해요. 내가 오염을 시키지 않도록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면 안 됩니다. 수술 중이신 교수님과 선생님들께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수술 중 교수님들께서 갑자기 학생에게 의학지식을 질문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교수님 말씀이 잘 안 들릴 수 있는데, 그래서 교수님께 하시는 말씀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외과 실습은 눈치를 잘 봐야 합니다. 외과에서 실습학생은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제가 외과 실습을 할 때는 외과 선생님들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엄청 써야 했어요. 수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내가 배워가고 싶은 것은 잘 배워가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Q. 외과 실습을 잘 도는 tip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잠을 충분히 자야 해요. 그리고 밥을 잘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요. 외과에서는 종종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수술을 참관해야 해요. 점심시간 1시간을 빼도 8시간 내내 계속 서있어야 할 수도 있어요. 그것도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요. 그럼 잠도 엄청 많이 오고, 아무래도 똑같은 수술을 계속 보다보면 지루하기도 해요. 다리도 엄청 아프죠. 하루 일정이 끝나면 사람이 녹초가 되어 쓰러져요. 이 힘든 일정을 견디기 위해 밤에 잘 자고, 밥 잘 먹고 체력도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신체적인 부분 말고 다른 팁은, 선배들에게 미리 물어보며 조언을 구하라는 것입니다. 비교적 생소한 장소인 수술실에 있다 보니,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조차 모를 수 있고, 또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아도 되는 것인지 분위기를 파악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부딪히는 것 보다 먼저 외과 실습을 돌았던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외과는 교수님마다 수술실의 분위기 등이 매우 달라서, 특히 경험한 선배의 조언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울산의대 / 김경훈
gutdoktor@naver.com

BELGRADE, SERBIA – CIRCA AUGUST 2010: Team of doctors operates heart disease patient in Belgrade clinic center, circa August 2010 in Belg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