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우리나라 의대 교육 뜯어보기

지난 7월 22일, 메디게이트 청담동 본사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의대생신문 기자 &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인턴기자 교육’을 진행하였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선배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은 총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의대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세계 의대 교육과 우리나라 의대 교육의 차이점과 부족한 점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캐나다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 의대 소속으로 의학 교육과 의료정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의 강연을 재구성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우리나라 임상실습 교육의 취약점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예과 2년, 본과 4년 총 6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의사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정인 임상실습은 대부분 본과 3학년에서 4학년, 2년 간 진행되고 있다.
임상실습 교육의 최종 목표이자 목적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는 우리나라 의대생들이 수없이 훈련해 온 5지선다형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단순히 질환의 이름을 골라내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환자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환자 진단 능력이 정체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미나 캐나다 의과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또한 학생들은 그 질문들에 대해 답하며 진단을 확장해 나간다. 이 교육법의 효과는 본과 3,4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레지던트 1년차에 버금가는 세 페이지 이상 분량의 입원기록을 작성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단순히 수술 여부나 질환에 그친 기록이 아닌 환자가 병원에 방문한 순간부터 환자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는 연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검사를 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Physical examination(시진, 청진, 촉진, 타진 등) 및 History taking(환자 병력청취)의 중요성을 체득하여 어떻게 하면 환자에 침습적인 검사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를 갖춘다.

이론 교육과 현장 교육을 분리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미와 캐나다에서는 본과 3학년이 된 학생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학생들을 당직에 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공격적인 의료 소송이 끊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전공의와 학생이 환자 차트에 함께 서명을 하도록 하여 학생에게 의사 결정자(Decision maker)로서의 책임을 부여한다. 덧붙여 의사면허기구와 GMC(General Medical Council)의 지침서인 ‘Good medical practice for medial students’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관리 감독한다. 단순히 ‘참관’에 그쳐 학생과 의사 간의 전환이 매끄럽지 못한 우리나라 실습 여건과는 전혀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캐나다 레지던트에게는 ‘Post-graduate student’의 신분으로 학생증이 발급된다. 피고용인에게 학생비자를 발급함으로써 고용된 의사이자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교육권을 공식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을 하는 것이다. 실습 학생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임상실습 교육의 취약점은 그대로 전문의 과정의 취약점으로 이어진다. 전문의들은 4년 동안 로테이션 없이 시간을 보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제네럴리즘(Generalism)을 잃게 된다. 임상실습 교육의 취약점이 제대로 보완되어야만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무 능력을 갖춘 의사 양성이 가능해진다.

예과와 본과의 경계, 없애야 할까?

최근 전 세계 의대 교육의 흐름은 예과와 본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의 경우 예과 1학년부터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임상수행능력평가)를 진행한다.
사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예과, 본과 구분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는 예과와 본과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 경계는 형식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예과 교육과정을 의미 있게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는 글쓰기 위주의 충분한 교양 과목 개설과 튼튼한 운영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 윤리 교육과 같은 필수적인 교육이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과대학 교육 예산 편성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정도로 의과대학 교육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15명의 인문학 교수들을 의대 인문학 교실에 배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역사, 윤리 과목에 대해 철학과 교수 5명 정도를 의대에 소속시킨다. 의대생들에게 역사와 윤리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은 의료에 대한 법적 허용과 윤리적인 허용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의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성장시키는데 있어 중요하다. 이는 나아가 의사 집단과 사회와의 충돌을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멀지 않은 미래, 의과대학과 의대생들의 방향은?

대한민국은 매우 우수한 의료 접근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자랑한다. 그러나 ‘의술’은 최고라 할 수 있어도 ‘의학 교육’은 최고라 말할 수 없다. 의대생들이 올바른 의사 결정자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직무 중심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탄탄한 기초의학 평가를 기반으로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의 통합 의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실제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기초의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5지선다에서 벗어나 사고력을 갖추기 위한 의대생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고시(考試)는 그저 시험을 치는 기술을 평가하는 정도에 그친다. 동아시아 의대생들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질문하는 것에 있어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경전을 외우듯이 공부했던 동아시아의 문화적인 특성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의학의 흐름은 교과서보다 논문, 논문을 넘어 Clinical Dialogue로 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의과대학 학생들도 성장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오윤서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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