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의사들의 경험- 김현정 분당차병원 교수 겸 차바이오F&C 연구개발사장
의대생 신문사에서는 의대생 기자 소양 교육으로 7월 22일 김현정 분당차병원 교수 겸 차바이오 F&C 연구개발사장과 만나서 인터뷰하게 되었다.
돌아 돌아 결국 피부과 의사가 되기까지
김현정 교수가 처음부터 의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한국무용을 하다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연세대에서 식품 공학과에 입학하였다. 그 후에는 생명공학을 전공하였고 면역학으로 석사과정 중 우연히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12명의 편입생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처음에는 투석하는 아버지를 생각하여 신장 투석하는 환자를 위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서 내과를 가고자 했으나 인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민하다가 성적에 맞춰서 피부과를 지원하였다.
딴짓의 서막에서 본격 딴짓까지
김현정 교수의 딴짓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몇 년에 걸친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결국에는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김현정 교수는 처음에는 아토피 피부염, 접촉성 피부염, 피부 알레르기 환자를 보면서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 공공의료에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으니 그 일을 맡아서 할 센터를 운영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시민 공감 서비스디자인센터장을 맡게 되었다.
2016년 서울의료원은 ‘서울의료원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삽니다’라는 경진 대회 주최하였다.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헬스케어 산업 분야를 공공 의료서비스에 적용하여 혁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행사였다. 그때 나온 작품들은 ‘K-hospital’이라는 박람회에서 전시되었고,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이때 김현정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병원에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을 깨닫게 되었다.
2018년에는 바이오테크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석하여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비즈니스 협업을 촉진하고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행사로, 김현정 교수는 환자를 위한 더 나은 가치 창출이라는 면에서 의사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공통점을 가진다고 말하였다.
틈틈이 김현정 교수는 화장품 개발에도 참여하였다. 네오팜, 아이오페 등의 화장품 회사에서 연구하며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하였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용하여 피부 수분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그전까지는 2,000만 원가량의 독일 기기를 사용하였으나, 김현정 교수의 연구 덕에 20만 원 정도의 장비로 수분도를 측정하여 환자의 습관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기는 병원과 해외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차바이오 F&C의 제의로 본격적으로 화장품 개발과 원료 개발에 대해 일을 하게 되었다. 차바이오 F&C에서는 화장품 원료로 대마초, 줄기세포, 엑소좀(exosome),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같은 소재를 연구 중이다. 김현정 교수는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성장인자(growth factor)를 추출 후 동결 건조하여 화장품에 적용하고자 한다.
코스메슈티컬, 그리고 의사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제약(Pharmaceuticals)의 합성어로 미용 목적인 일반적인 화장품과 달리, 치료 목적의 화장품으로 미백, 주름 개선, 피부 질환에 효과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 이에 속한다. 고령화 사회 진입, 시술에 대한 열망, 시장의 증가로 현재 코스메슈티컬 산업은 매우 주목 받고 있다. 김현정 교수는 코스메슈티컬 산업에서 의사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의사는 화장품의 개발과 생산, 시판에 대해 전문가로서 효능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원료 개발부터 참여하여 마케팅하고자 하는 효능을 초점 맞추어 논문을 작성하고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모든 일을 하나씩 자문받아서 하는 것보다 의사가 직접 참여한다면, 제품의 수요와 실현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생산과 시판 과정에서는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시행하여 효과를 증명하여 식약처에서 이를 제출하기도 한다. 제품 판매과정에서는 SCI급 논문을 토대로 증빙 자료가 있어야 그 효과를 홍보 가능한데, 의사는 증빙 자료를 정리하여 제공하고, 전문 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사가 갖추어야 할 태도
김현정 교수는 의사는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때론, 돈에 대한 욕심으로 제품에 대한 효과를 허위로 광고하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린 후 법정 제재를 받고 상호를 변경하는 양심 없는 회사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의사는 항상 중심을 지키고 엇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의대생 때 미리 경제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미국은 협상하는 법, 계약서 쓰는 법을 의대생을 위해 강의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므로 의대생들이 경제적 관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틈틈이 공부하여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무지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민 기자/이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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