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빅데이터가 만드는 의료의 미래

– 이재호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 의생명정보학과 교수

 이재호 교수님은 현재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조교수와 응급의학과 부교수 직을 겸임하고 계신다. 의대생신문사에서는 지난 7월 22일 청담동 메디게이트 본사에서 진행된 ‘의대생신문 기자소양교육’에서의 이재호 교수님의 강연을 재구성하여 본 기사를 작성하였다.

빅데이터란?
 빅데이터(Big data)라는 단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큰 자료’이지만, 빅데이터는 단순히 크기만 큰 데이터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는 10여년 전 이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는 달리 더 이상 인간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데이터 폭주(Data deluge)를 의미한다. 이 교수는 ‘21세기 들어 데이터들은 굉장한 속도로 생성되고 있으며, 생성된 데이터들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감히 다룰 수 없는 수준의 방대하고(high-volume), 변화무쌍하며(high-variety), 빠르게 생성되는(high-velocity) 데이터를 우리는 빅데이터라고 부르는 것’이라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가까운 미래에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는 이렇게 압도적인 빅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사람의 손이나 눈으로는 빅데이터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들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방법과, 거대한 데이터의 어떤 표본 데이터를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다가올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
 과거의 의료행위는 ‘왕진’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의사는 환자가 있는 곳에 직접 방문하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의료행위를 시행하였다. 이후 의료인과 의료기기들이 한데 모이는 ‘병원’이라는 플랫폼이 생겨났고,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느끼면서 병원은 의료행위의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현대에는 병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맞게 될 주목할 만한 변화는 환자의 상태를 ‘observation‘하는 것이 아니라 ’monitoring’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의료인이 환자마다 일일이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기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한 ’앞으로는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될 것이다. 데이터를 많이 갖게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많은 데이터들을 우리가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어있는 새로운 정보나 바이어스(bias)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의 데이터 과학에 대해 낙관했다.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가 마주할 문제들
 이 교수는 의료계에 빅데이터가 접목되면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우선 의료정보의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정보가 의료행위를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된 만큼, 의료정보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데 있어 의료인과 환자 외에 의료기기 회사 등 제3자가 개입하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행위에 관련된 기관들은 자연스레 개인 의무기록 등의 자료를 손에 넣게 될 텐데, 이 역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고민을 낳게 된다.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도 중요한 해결 과제이다. 환자가 제공한 의료데이터를 의료인이나 헬스케어 관련 회사에 제공했을 때 이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감시 체계가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또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은 의료서비스의 영역에서 행해지는 일인데, 의료서비스의 영역에서 행해지는 일을 헬스케어 회사 등 비의료인이 하는 경우 이를 의료서비스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하다.
 환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신뢰도 문제 역시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가 식전 혈당과 식후 혈당을 측정해서 의료인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의료인들은 환자들이 혈당을 측정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혈당이 원칙대로 정확하게 측정된 데이터인지 확신할 수 없다. 미래의 헬스케어 시스템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는 빈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활용의 효율성에도 물음표가 남아 있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에는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서 얻어낸 해결책이 정말 환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투자한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면 이는 바람직한 해결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술은 발맞추어 발달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규제, 교육 등 영역의 전문가가 매우 적어 이렇게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꼬집어 말했다.

빅데이터 속 의사의 미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빅데이터 시대, AI가 등장하고 점점 많은 직군을 대체할 것이라 예상되는 미래에 ‘의사’라는 직업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곤 한다. 특히 현재 의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필드에 나갈 시점에는 기술이 더욱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의대생들에게는 더더욱 관심을 모으는 주제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방식은 많이 바뀔 것’이라며, 왓슨과 알파고의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왓슨은 기존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의사에게 치료 방안을 추천한다. 반면, 알파고와 바둑 기사의 관계에서 바둑 기사는 알파고가 내린 의사 결정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이 교수는 ‘이처럼 의료계에서도 앞으로 두 가지의 종류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다. 왓슨과 같이 의사의 의견 결정을 돕는 인공지능, 그리고 알파고와 같이 의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모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의료에 대한 의존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의학이 예방의학 분야로 확대되고,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 새롭게 다가오는 의료의 흐름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이 교수는 ‘산업화로 인해 대량생산이 시작되었지만, 소량생산과 장인정신의 가치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며, 단순히 거부하거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의대생이 앞으로 다가오는 이러한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의료정보학과 유전자 정보학 교육과정들을 소개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KOHI)에서 정기적으로 관련 기초 및 심화 교육과정 교육생을 모집하므로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요즘은 궁금하면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 방법, 인공지능에 대한 공부를 한다면 추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의료정보학으로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와 관련한 제도들은 갖춰져 있지 않다. 앞으로 관심이 계속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인 만큼, 제도의 개편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김태희 기자 /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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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 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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