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의대생,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교류의 장인 제9회 젊은 의사 포럼이 개최되었다. 대한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다양한 강연들과 함께 의대협 집행부 국들 및 행사 후원 단체들의 부스가 운영되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서울시 의사회 박흥준 회장,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축사와 함께 제9회 젊은 의사 포럼의 막이 올랐다. 축사에서 현재 의료계의 분위기를 짚으며 의료 개혁, 의료 일원화 등을 이루려면 의사들의 결속력이 중요함이 강조되었다. 또한,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일을 하는 의사로서 정체성 고민을 해보라는 권유도 청중에게 권해졌다.
첫 번째 강연, 김현지 비서관: 젊은 의사들이 보건 의료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첫 번째 강연에서는 정부와 보건 의료계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느끼는 보건정책의 현재와, 젊은 의사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성이 강조되었다. 의료계는 파급력과 화제성이 강하며, 구성 인원이 많다는 강점이 있으나 여론, 결속력, 인맥의 측면에서는 간호사, 약사 등 타 직종과 비교해 보았을 때 취약한 특성이 있다고 한다. 김 비서관은 국회를 통해 의료계의 약점을 보완하고 변화의 물결을 불러올 방법으로 후원하는 국회의원을 만들고, 학회와 협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을 제시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기 쉽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방법들이 어렵다면, 김 비서관은 각종 선거에서 투표라도 꼭 할 것을 당부했다.
두 번째 강연, 국회의원 유승민: 첫발을 내딛는 의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유 의원은 사이먼 사이닉의 <Start with why>를 소개하며, 자신이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의료에 종사하는 모두 의료의 방향에 대해 각자 가지고 있는 분명한 주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의료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의 실현 수단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정치인데, 전미화 전 국회의장 등 의사 출신이면서 정치를 하신 분들을 언급하며 현재 국회에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거의 없음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 의원은 경제와 인구 측면에서 통계치를 분석해 보았을 때 미래가 다소 어둡게 보일 수 있으나, 예측과 실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정치를 통해 미래를 바꿔가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책 제정도 그것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제정 과정에서 효과와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처음부터 그 진로를 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 분야에서 느껴지는 한계들을 바꾸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며,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의사들이 정치에 참여할 것을 다시 한번 독려했다.
세 번째 강연,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최윤섭 소장: 인공지능은 의료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디지털 헬스케어는 IT와 생명과학, 의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 소장은 강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기업과 의료계 자문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의료 인공지능에 관해 설명했다. 먼저, 기술이 인간을 점차 대체하고 있는 제2의 기계시대와 약한, 강한, 초인공지능과 같은 3가지 인공지능의 종류에 관해서 구체적 사례들이 언급되었다.
더불어, 윤 소장은 의료 인공지능의 과거, 현재를 다루는 통시적 설명을 통해 인공지능이 의료에 활용되는 3가지 경우를 대표적 기술과 함께 언급했다. 복잡한 의료 데이터의 분석 및 통찰력 도출에 사용되는 IBM 왓슨 포 온콜로지와 의사의 일치율, 임상적 효과를 결정하는 요소, 임상 치료에서 적용해야 할 원칙들을 설명했다. 두 번째 활용 경우인 영상 의료 및 병리 데이터의 분석, 판독에서는 주로 딥 러닝 기술이 사용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하는 딥 러닝, 기계학습, 인공지능 개념의 구분에 대해 포함관계를 시각화한 벤 다이어그램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안에 기계학습이 포함되고, 기계학습이 딥 러닝을 포괄함을 명료히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속 데이터의 모니터링 및 예방, 예측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는데, 하루 전에 심정지를 예측하거나 식후 사용자의 혈당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기술을 예시로 보여주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대두되면서 의료계 역시 광범위하고 불가피한 변화의 쓰나미를 맞게 된다. 이러한 급변하는 미래를 맞이할 때, 젊은 의사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언급하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독려했다. 윤 소장은 의료 인공지능의 의사 대체 가능 여부, 진료 결과의 책임 소재, 근거 창출의 필요성과 어려움, 규제의 어려움과 원직의 필요성이 젊은 의사들이 직면하게 되는 새로운 이슈임을 설명했다.
네 번째 강연, 대전협 이승우 고문(전 회장), 대전협 박지현 회장, 대공협 조중현 회장: 전공의 수련환경 현재와 미래 & 공보의가 뭔가요?
앞선 3개의 강연은 강의식 강연 이후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번 강연은 스마트폰 플랫폼을 활용한 토크 콘서트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승우 고문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인 전공의법 시행 후 전공의 수련환경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 전공의법은 보건업계에서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유일한 법으로, 의사의 신체적 피로는 결국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통과된 법이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에 관한 법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환자를 위한 법인 셈이다. 박지현 회장은 도입 초기에는 전공의법이 적용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와의 갈등이 있었으나 일의 분배가 합리적으로 바뀌면서 병원의 분위기도 점점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청중은 여러 문제를 풀면서 전공의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전공의의 주당 근로 시간은 최대 80시간이며, 흔히 알려진 88시간에서 나머지 8시간은 교육적 목적으로 추가되는 시간이다. 또한, 전공의는 연속해서 36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으며 연속된 수련 사이에는 최소 10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조중현 회장은 예비 의사들에게 공중보건의사의 정의와 주요 활동이 무엇인지 개략적인 설명을 했다. 공중보건의사는 공무원 신분으로, 취약지역에서의 의료 활동 외에도 국가 보건사업을 지원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한다. 이 세션 역시 몇 가지 문제를 풀며 공중보건의사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공중보건의사의 총 복무기간은 37개월이며, 전국 보건소장 중 의사 보건소장의 비율은 40.8%이다.
끝으로 연사들은 대전협과 대공협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박 회장은 대전협이 이제까지 수련환경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좋은 의사를 배출할지에 초점을 두어, 수련 프로그램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대공협이 공중보건의사의 취약지역 진료 기능은 축소하고, 보건교육 등 보건사업 지원에 더 비중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다섯 번째 강연,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영상컨텐츠의 시대, 의사의 역할.
강의를 시작하며, 이낙준 의사는 싸이월드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거쳐 유튜브로 이어지는 트렌드의 변화를 짚었다. 이처럼 PC에서 모바일의 시대로, 그리고 글과 사진 위주의 소통에서 영상 위주의 소통으로 소통의 방식이 변모했음을 설명했다. 이어진 컨텐츠 시장의 약진과 함께 컨텐츠의 내용 면에서도 수요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등장인물의 외모가 중요했다면 그 이후에는 재미가 중요해지고, 앞으로는 정보의 유용성이 중요해지리라 예측했다.
이어서 우창윤 의사의 의학 컨텐츠 제작 방법이 소개되었다. 닥터프렌즈 영상들은 현대의학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를 향상하자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우 의사는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만큼 재미있고, 목적에 부합하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자기 컨텐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섯 번째 강연, 남궁인 작가: 글 쓰는 의사의 삶.
강연의 마무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필사적 기록, “만약은 없다”의 작가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작가가 글 쓰는 의사의 삶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 작가는 대륙 횡단 여행, 각종 아르바이트 등을 했던 학창시절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도 시 읽기를 꼭 놓지 않았다고 했다. 남궁 작가는 본과 3학년 때, 환자가 불치병 선고를 받는 모습을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썼던 시가 남궁 작가가 처음으로 환자에 대해 쓴 글이었다. 남궁 작가는 응급의학과 수련 동안 글로 남겨야만 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쓴 글들을 싸이월드와 블로그, 페이스북에 올리게 되면서 현재 책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남궁 작가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고, 꾸준히 글을 쓰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고 하며 경험담을 정리했다.
이어서 남궁 작가는 독서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했다. 먼저, 남궁 작가는 독서에도 시기가 있음을 강조했다. 남궁 작가는 자신이 의대생 때 읽은 글들이 현재 문체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며,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남궁 작가는 독서에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며, 책은 읽었던 시간을 아깝게 하지 않으니 힘들더라도 책을 읽기를 강조했다. 특히, 고전은 천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다. 활자가 현재에도 유효한 힘을 가지는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지만, 남궁 작가는 활자의 시대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활자의 형식에서는 한 줄만으로도 필자의 지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글을 쓰는 사람을 특별히 여기고, 결과적으로 그런 사람에게 집단의 대표성을 부여한다. 의사 집단 또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의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글을 쓰는 일은 정신적, 물리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남궁 작가는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읽으며 배울 수 있음에 글쓰기는 가장 바람직한 취미이자 인생의 동반자라고 정의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본인이 흥미 있는 주제의 강연을 선택해서 듣고, 점심시간을 포함한 나머지 시간에 자유롭게 체험 부스에 준비되어있는 간단한 활동을 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의대협 정책국, 국제국, 교육국, 인권국, 복지국의 주요 활동을 소개하는 의대협 집행부 국별 부스, 의대생들의 비 임상 진로에 초점을 맞춘 학생단체 Medical Mavericks, 조혈모세포 기증을 즉석에서 할 수 있는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 부스 등이 운영되었다.
송지수 기자 / 건양
< songkuku@naver.com >
정은별 기자 / 원광
< ssvfd9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