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TV> 채널 대표 인터뷰
유튜브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본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 흐름에서 의대도 예외가 아니다. 구독자 6만 7천명의 <의대생TV> 채널을 운영하는 박동호 대표를 인터뷰하였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의대생TV를 운영하고 있는 울산의대 본과 4학년 박동호라고 합니다. 의대생TV는 2018년 9월부터 준비하여 10월 초에 시작하였고 현재 총 11명의 의대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촬영부터 연출, 기획, 출연, 편집까지 모두 의대생들이 직접 참여합니다. 주로 의대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크게 2가지가 있어요. 먼저 개인적인 이유로는, 강의실에만 갇혀 있는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졸업 전에 의대 밖에서 재밌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의대생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어요. 의대생들 중에 재능 많고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들이 세상과 만나지 못하고 폐쇄적인 사회에 갇혀 있는 것이 안타깝더라구요. 그래서 의대생들이 밖과 통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Q. 멋지네요! 영상 제작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A. 채널 초창기에는 제가 직접 기획, 연출, 촬영, 편집 및 채널 관리까지 다 맡아서 했었어요. 그러다보니 너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래서 몇 달 전부터는 편집은 외주를 맡기고 촬영, 기획, 번역을 역할 분담하여 제작하고 있어요.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촬영 날짜를 잡고, 촬영 한 달 전부터 촬영 계획을 논의해요. 공부 때문에 다들 바쁘니까 카톡으로도 틈틈이 의논을 하구요. 스튜디오를 구하고 카메라를 대여한 뒤에 촬영 날에는 한 번에 5~6개의 영상을 녹화합니다. 그 후에 편집을 맡기지요. 하나의 영상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몇 주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Q. 컨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A. 전국의 의대생이 여럿 모여 유튜브 채널을 연 것은 저희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참고할 만한 채널이 마땅히 없어요. 그래서 평소에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곧 영상의 아이디어가 됩니다. 본과 1~2학년 강의실 옆을 지나갈 때면 저 친구들은 무엇이 힘들고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하구요, 책을 보더라도 이 책을 보며 다른 의대생들을 어떤 생각을 할까 떠올려요. 커뮤니티나 SNS로부터 의대생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궁금해하는지 찾아보기도 하지요. 의대생이 아닌 친구들에게 ‘너흰 의대생에 대해 뭐가 궁금해?’라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여기서 신선한 주제가 많이 떠오르곤 합니다. 요즘은 이런 아이디어를 출연자들 모두 같이 생각해보고 논의해서 정하고 있어요.
Q. 대표님의 베스트 영상 하나를 뽑는다면?
A. <‘0.01%’ 의대생의 학창시절,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요! 처음 유튜브를 할 때에는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했어요. 스튜디오도 없었고 카메라도 한 대 뿐이었죠. 그런데 제대로 찍어보자고 의기투합해 장비도 갖추고 지난 7월에 저 영상을 어느 영상보다도 공들여서 찍었어요. 만족할 만한 영상이 나왔고 실제로 호응도 되게 좋았어요. 제가 직접 생각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영상이라 더욱 뿌듯하네요.
Q. 구독자수 0명에서 6만명이 넘는 지금까지 어떻게 키우셨어요?
A.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이런 종류의 유튜브 채널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이에요. 일종의 선점 효과죠. 의대생이라고 하면 사회에서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재미없고 성격은 안 좋은 사람일 거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대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양한 컨텐츠와 브이로그로 보여주니까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페이스북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으로부터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공부하느라 바쁜 의대생으로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A. 힘들죠. 무엇보다도 시간 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PK 실습을 돌며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이 일까지 병행하려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잠을 3시간으로 줄이고 식사 횟수도 줄이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까지 아끼며 시간을 쪼갰어요. 힘들 때마다 ‘내가 이 순간을 못 이겨내면 거기까지가 내 능력의 한계이다’ 라는 제 좌우명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두번째로 여러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경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리더십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요. 또한 유튜브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제가 시장에 뛰어들어 부딪히다 보니 겪는 어려움도 많았어요. 직접 맞닥뜨리고 실패를 겪으며 차츰 익숙해져 갔어요.
Q. 유튜브를 하면서 좋았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정말 많아요.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 의대생들이 이제 사회에 나오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에요. 옛날에는 ‘딴짓’하는 의대생들을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의대생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있어요. 유튜버로 활동하는 의대생만 해도 벌써 수십 명이 넘는걸요. 의대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보여준 것 같아 기뻐요.
또 저 개인적으로도 의대생이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어 좋았어요. 이렇게 신문사 인터뷰도 하고, 다른 회사와 미팅도 진행하고, 책을 쓰기도 했어요. 회계와 경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대학생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들을 해내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꼈어요. 힘들었지만 이 경험들은 나중에 무엇을 하든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서 행복하네요. 재능 있고 멋진 친구들을 의대생TV를 하며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어요. 이 친구들로부터 저도 많이 배우고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Q. 앞으로 <의대생TV>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A. 처음 채널을 만들 때 세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의대생들의 공감을 얻는 것, 의대생과 수험생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주는 것, 마지막으로 의대생이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목표는 이제 어느정도 이루어가는 것 같고, 이제 세번째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의대생TV>의 목표입니다. 의대생, 의사들이 사회에 영향력있는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우리를 보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 말이죠. 의료계와 사회가 서로 신뢰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까지 구독자수 15만명을 모으는 것도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유튜버를 꿈꾸는 후배 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A. “하고 싶으면 해라!” 이 말을 하고 싶어요. 능력도 있고 열정도 있지만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이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학생일 때가 가장 시간이 많은 때이니까요. 하지만 꼭 조심해야 해요. 미디어를 통해 우리를 보여주고 생각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컨텐츠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칫 한 실수가 자신에게 그리고 의료계에 지우기 힘든 오명을 남길 수도 있어요.
또 ‘딴짓’을 하더라도 공부를 놓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딴짓’도 좋지만 자신의 본분을 잊으면 안돼요. 그것만 명심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와 세상을 겪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2020년 1월에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니까 많이 지원해주세요!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