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의대생 국제 교류의 온라인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 의과대학 간 교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 학생들의 자교 병원 실습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연이은 프로그램 취소와 연기,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화

SCORE(Standing Committee on Research Exchange)와 SCOPE(Standing Committee on Professional Exchange)는 국제 의대생 연합인 IFMSA(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cial Students Associations)가 주관하는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교류 프로그램으로, 의대생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활성화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소수의 외국 학생들이 일부 학교에서 SCOPE 프로그램을 완수한 바 있으나 그 이후로 모든 프로그램이 잠정 취소되었으며 방문 학생의 일정에 따라 연기 또는 취소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IFMSA는 결정권은 각국의 대표에게 있지만 코로나19 전파가 활발한 나라에 대해서는 취소를 권고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아시아 의대생 연합인 AMSA(Asian Medical Students‘ Association)가 주최하는 학회인 AMSC(Asian Medical Students’ Conference)는 올해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유럽 국가들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특히 영국의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전면 취소되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무기한 연기 혹은 취소되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고려대학교, 볼로냐 대학교, 알버타 대학교 등 전세계 9개 대학의 의과대학이 결성한 협력체인 GAME(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은 TEI(Transnational Education Initiativ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료 보건 분야 인공지능이라는 주제 하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여름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온라인 전환을 결정했다. 기본과정과 고급과정으로 나뉘는 사전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 수강 형식으로 이뤄지며 퀴즈 및 과제가 주어진다. 이후 개회식과 본 프로그램은 줌(Zoom) 화상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줌 믹서를 통한 폐회식으로 캠프는 마무리된다.

국제 교류 온라인화의 빛과 그늘

이렇게 온라인으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수반되는 이점들이 있다. 의과대학 특성상 학사일정이 유동적이지 못하고 휴학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프로그램이 연기되면 참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온라인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 일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을 덜 받는다. 또한 장거리 이동이 불필요해지면서 프로그램 참가에 물리적 제약이 적어지고, 현장이 아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참여 인원을 늘려 교류 저변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GAME-TEI의 경우 기존에는 모집 정원이 한정적이었으나 온라인 전환 후에는 참가를 원하는 모든 의과대학생으로 모집 대상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외에도 학비, 경비, 항공료 등에 대한 부담으로 국외 활동 참여가 어려웠던 학생들도 참가 비용이 낮아져 참여가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편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온라인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학적 검사나 각종 술기 등을 시행할 수 없고 수술방 참관 등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이처럼 실제적인 참여가 필요한 활동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는 충분한 경험을 얻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국제 교류의 핵심적인 요소인 네트워킹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타국 의대생과 의사,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을 만나면서 관계를 쌓고 국제 의료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이 국제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 요소로 꼽히는데, 온라인 대면은 이러한 관계 쌓기에 있어 오프라인에 비해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해외 취직을 위한 추천서 및 스펙을 목적으로 교류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치명적이다. 일부 의대생들이 비싼 학비를 내며 미국 등으로 clerkship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이유는 이후 외국에서 의사로 취직할 때 병원들이 해당 국가에서의 clerkship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참관만 하는 observership은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clerkship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경우 observership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후 지원하고자 하는 병원에서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clerkship을 수행하면서 교수자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온라인 clerkship은 추천서를 부탁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시차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과 많은 의대생들이 중요시하는 여행의 부재 또한 온라인 프로그램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성현 기자 /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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