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의과대학 풍경

온라인 수업부터 비대면 시험까지… 의대생들의 언택트 학교생활 이모저모

코로나19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19의 유행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의대생들 역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이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올 한 해 동안 학업을 이어간 의대생들의 생활 전반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Men and women wearing masks sit and read in the library.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지난 1월 20일 대한민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이후 2월부터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월 23일 정부에서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여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였다. 3월에 개강하는 여타 학과들과 달리 학기를 다소 일찍 시작하는 의과대학들은 이미 대면으로 강행되던 수업과 실습을 중단하고 시험을 연기하였다.
이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 점차 온라인 화상채팅 프로그램인 ‘줌’, ‘구글 미트’ 등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 방식이 본격화되었고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임상 실습의 경우 레포트 및 과제 등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확산세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각 병원은 의과대학 졸업 요건인 임상 실습 필수 이수 시간을 충족하기 위해서 보다 엄격한 방역 수칙을 강조하며 임상 실습을 재개하였다. 일부 병원에서는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안전한 실습 환경 조성을 위해 힘썼다. 또한 해부학 실습 및 Problem Based Learning(증례 토의)과 같이 대면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일부 수업은 간헐적인 대면 수업의 형태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도된 만큼 여러 가지 문제도 뒤따랐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에 비해 교수자와 학생 간의 소통이 활발하지 못했고, 특히 실시간 수업의 경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학습에 지장을 주는 등 기술적인 오류들이 동반되었다. 또한 출석 집계가 어렵고 바뀐 수업 환경에 따른 출석 처리 지침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출석을 성적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비대면 시험, 그리고 부작용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진행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의 발생 동향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시험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시험과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대면 수업은 많은 의대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특히 본가가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학생들의 경우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동안 불가피하게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야 한다는 위험과 학교 근처에 안전한 숙박 장소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되었다.
비대면 수업이 점차 정착되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비대면 시험을 시도하였다. 학업 성취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뒤로 한 채 비대면 시험이 강행되었지만, 결국 한 의과대학의 온라인 비대면 시험에서 상당수의 의학과 1, 2학년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약 80%의 학생들이 가담했기 때문에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졌고 결국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1학기 기말고사는 전국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대면 시험으로 실시되었다.

의대생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워진 코로나19
2학기에 들어서도 비대면 수업-대면 시험의 기조는 유지되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의대생의 확진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려의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교내 시험을 응시하여 해당 학년 전원이 검체 체취를 받았다. 한양의대에서는 한 학생이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임종평을 치렀으나 이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단체 자가격리에 들어간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가톨릭관동, 경희, 순천향, 조선, 한양의대 등은 기말고사를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하였다.
기초의학종합평가, 임상의학종합평가와 같은 전국 단위 모의고사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연세의대는 신촌 일대에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제1차 임상의학종합평가를 취소하였고, 고려의대에서는 기초의학종합평가를 온라인으로 시행하였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국가고시 응시 불가 논란
한편 국시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은 의사국가고시 필기 시험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의사국가고시는 연 1회만 시행되는 만큼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있었다. 결국 자가격리자의 응시 여부가 기존 ‘응시 제한’에서 ‘응시 허용’으로 변경되면서 별도의 시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자가격리자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시험 시행일 3일 전까지 국시원 시험관리부에 이메일(exam@kuksiwon.or.kr) 또는 유선으로 사전 신청해야 한다. 아울러 응시자 본인이 직접 관할 보건소의 ‘자가격리 일시해제 사전 승인’을 얻고, 시험 전일까지 코로나 검사를 진행해 ‘음성결과 확인’을 받아 시험 당일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올해 의사국가고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점심시간을 생략한 채 예년보다 약 1시간 일찍 종료될 예정이다.
지난 8월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가 있던 당시 국시원은 코로나19 전파 우려를 이유로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1주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전체 인원의 약 14%만 응시하였고 최근 코로나 환자가 최초로 1,000명을 넘어서는 등 내년 의료인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재응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시원에서는 미응시 인원의 시험 재개에 대해서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달라진 의대생들의 공부 환경
의대생들의 공부 환경도 사뭇 달라졌다. 교내 시설 개방 시간이 단축되고 출입이 통제되면서 도서관과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공부하던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고, 카페 혹은 스터디룸 등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 ‘집공’족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강화됨에 따라 카페와 스터디룸을 이용하는 데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하소연을 하는 의대생들도 생겨났다.
한편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덕에 수업을 녹화하여 다시 듣는 의대생들이 많아졌다. 기존의 대면 수업에서도 수업을 녹음하여 들을 수 있었지만, 수업을 녹화할 수 있게 되면서 수업을 듣다가 놓쳤던 부분이나 복습할 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원하는 만큼 다시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고려/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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