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특집]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대생 창업

MEDICAL MAVERICKS 제2회 진로세미나, 2교시

김준화 선생님,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대생 창업

 

지난 세미나의 세 번째 강연에서는 김준환 선생님께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대생, 의사 창업에 관한 통찰과 조언을 제시해 주셨다. 김준환 선생님의 본래 직업은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지만, 미래의학과 바이오텍에 대한 관심으로 임상뿐 아닌 비임상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신다. 대표적으로 DHP(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파트너, 닥터스 바이오 헬스케어 포럼 공동대표, 의료진 해외 진출 플랫폼 케이닥(K-doc.net)의 공동창업자 및 이사, 그리고 여러 헬스케어 업체 및 벤처캐피탈의 자문가로 계신다.

 

창업은 결국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대나 병원 바깥의 세상,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우선 ‘긱 이코노미’나 ‘N잡러’ 등의 신조어로부터 알 수 있듯, 부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소속감보다는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직업보다는 ‘나 자신’을 준비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독립노동자’라는 말도 생겼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취직이 어려워져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MZ세대가 늘어났다. 여기에 주식, 코인 등의 유행으로 자본의 유동성이 심해지면서 정보 격차가 커졌다.

 

그렇다면 의료 분야는 어떨까?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적으로 의료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실제로 3년 사이에 국가적으로 인증된 의료기기가 70개 늘어났다. 물론 아직까지는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지만, 다음의 다섯 분야는 지금의 의대생들이 진료 현장으로 나갈 때면 더욱 활발히 상용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AI 영상이다. 이미지 기반의 병변을 빠르게 잡아내 폐결절이나 기흉 등의 엑스레이 판독, 당뇨병 검사, 내시경을 비롯한 영역에서 의사의 최종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는 AI 디지털 병리로, 암 진단 보조 및 예후 추정, 치료 예측에 활용될 것이다. 셋째는 음성인식이다. 이미 영상의학과에서 사용 중이며 PACS, EMR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의무기록을 작성할 때에도 적용 가능하다. 넷째는 신호 관련 AI로, 혈압, 호흡, 심전도 등을 측정하여 중환자실, 응급실, 입원실)에 조기 경보를 보낼 수 있다. 마지막은 AI 신약 개발이다. 이들은 헬스케어 영역으로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연구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현장의 변화도 놓칠 수 없다. 우선 진료의 패턴이 반강제적으로 비대면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비대면 전화 진료를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주로 환자가 의료진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이는 의대생들이 대면으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화상을 통한 진찰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원격의료는 허용되든 되지 않든 앞으로도 영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특정 과의 개업, 폐업으로 지망했던 과에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례로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대폭 줄었는데, 이것이 약국으로까지 연결되면 의약품 시장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등 연쇄반응이 많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의료현장 투입으로 투자요인은 많아지고 있으나, 외부 요인도 늘어나 진료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의대생으로서 창업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의 의사의 비임상 진로는 주로 제약회사나 보건복지부 등에 소속된 공무원이었으며,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는 적었다. 1998년에서 2000년의 벤처 붐 때 많은 의사 및 의대 교수들이 창업을 시작했는데, 의료인 80명이 모여 의료정보 벤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재는 창업하는 의사들뿐 아니라 의사 출신 심사역도 많으며, AI기업부터 포털까지 의사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기업들도 확산되고 있다. 그에 맞춰 의대생 창업도 조금씩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대생 신분으로 창업을 생각한다면, 혼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스터디나 동아리를 통한 접근을 추천한다. 방학 또는 선택 실습 때 벤처캐피탈, AI기업, 의사 창업자 기업 등에 인턴으로 지원하여, 사업에 관련된 적성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다. 인턴 지원을 위해서는 학교나 외부 강연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도 되고, 무작정 메일을 보내 보는 것도 괜찮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제한 시간 동안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해커톤(Hackathon)이나, 여름방학을 이용해 7~9월에 개최되는 창업 대회에 나가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창업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일단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자본을 확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민간 투자 방식은 팀 또는 법인을 결성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단체들에 찾아가 시드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해 정부로부터 자본을 받을 수도 있다. 잘 됐다면 청년창업사관학교나 초기창업패키지 둘 중 선정되는 쪽에 뛰어들면 된다.

 

현실적으로 투자계 쪽에서는 의대생 창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많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학생으로 생각하며, 실제 의사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학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학업과의 밸런스가 고민된다면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창업을 고민할 때는 고민하는 식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전문의의 창업은 전문가 창업(domain expert)으로 분류되어 투자가 비교적 많이 이루어진다. 특히 임상을 거쳐 효과를 인증받아야 하는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헬스케어 기술의 경우 의사들이 주도해야 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단, 누가 어떤 창업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이다. 더불어 의사 출신 심사역이 늘고 있어 제품에 대한 이해도는 증가하는 중이나, 여전히 전문 의학 용어를 쉽게 풀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준환 선생님께서는 실제로 비임상 진로를 생각한다면, 임상보다 절대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짜인 코스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비임상으로 진출하는 의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서로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김수민/경희

lucid020219@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