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못 갈 곳 없다! 의대생의 다양한 분야 진출

의대를 졸업하면 보통 임상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래 들어 임상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부학, 미생물학, 생리학 등의 기초의학을 연구하거나 법의학 분야에서 종사하기도 하고, 제약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의대생이 졸업 후에 임상분야 외의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법의학자

 

“부검실에 들어온 이상,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국적이 뭐건, 인종이 뭐건, 남자건 여자건, 돈이 많건 적건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습니다. “

 

한번 들으면 뇌리에 박혀 가슴을 울리는 이 대사는 법의학자와 부검의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싸인’의 명대사이다.

 

우리는 이렇듯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죽은 사람 속에 감춰진 진실, 그리고 부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모습 등을 보며 ‘부검’을 진행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흔하게 봐왔다. 그렇기에 어쩌면 그렇게 생소하지만은 않은 직업이 바로 부검과 같이, 사건 속의 의학적 사항들을 책임지고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이다.

법의학이란, 법률상 문제가 되는 의학적 사항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법운영에 도움을 주는 분야이며, 특히 형사상 문제에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러한 법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법의학자라고 한다. 법의학자가 하는 주된 일 중 하나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부검’으로, 시신을 해부해 사망 원인과 시간 등을 밝혀낸다.

법의학자가 되는 길은 결코 넓지 않은데, 의대를 졸업 후 병리학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법의학교실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 비로소 법의학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길인 만큼, 그 어느 직업 못지 않게 일에 대한 큰 사명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법의학자들은 이제껏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사건들의 해결에 이바지해왔으며,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잡기도 했다.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군을 고문한 경찰은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며 쇼크사라고 궤변을 펼쳤지만, 국과수 부검의였던 황적준 교수는 부검을 통해 밝혀낸 ‘고문으로 인한 사망’ 이라는 진실을 폭로하여 법의학자로서의 양심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의학전문기자

‘의사’와 ‘기자’의 조합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어쩌면 둘 사이에 접점과 공통점은 딱히 찾을 수없을 것만 같다. 그렇기에 ‘의학전문기자’라고 하면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많은 의학전문기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요즘은 모든 언론사에 의학전문기자가 있는 추세이다.

 

의학전문기자로서 의료분야에 관한 기사나 의학지식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기사 등을 쓴다면, 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좀 더 상황을 깊이있고 객관적이며 뚜렷하게 판단하고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신뢰가 가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의학전문기자는 이와 같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사에 녹여내는 역할뿐 아니라, 의대를 졸업해 의료사회 현실의 이모저모를 아는 사람들인 만큼 의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해줄 수 있는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일반 사람들과 의사의 중간에서 교량역할을 함으로써, 요즘 사회 속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의사 관련 문제들에 관해서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의대생이라면 ‘의학전문기자’가 되는 것은 어떤가? 누군가의 몸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글로써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의대생이 갈 수 있는 바람직하고 보람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기초의학분야

어쩌면 오늘날 이토록 의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의학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초의학 분야는 없어서는 안될 분야이며, 항상 활발히 진행되어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늘 사람을 필요로 하며 앞으로도 유망할 것이기에 의대생으로서 기초의학분야는 한번쯤은 눈여겨보면 좋은 분야 중 하나이다.

 

이렇게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에 몸담고 있는 사람을 ‘의과학자’라고 하며, 의과학자는 병리학, 해부학 등의 기초의학을 바탕으로 임상에 전반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제약이나 바이오 분야에서는 약물에 대한 독성이나 부작용을 판단하고 효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최근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와 같은 의과학자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추세이다.

 

지난 해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을 맡은 ‘의대생 대상 의과학분야 연구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의과대학이 연구 주제를 정해서 건보공단으로 사업 공모 신청을 하면 건보공단 선정위원회가 연구 주제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의대생들이 기초의과학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장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양한 비임상 직업 외에도 의대생으로서의 기초지식과 다양한 임상지식을 살려 창업을 도전해보는 경우도 있으며, 의료기기 산업이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활약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정말 의대생은 못 갈 곳이 없을 듯하다. 의대생은 의사만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넓게보는 시야를 가지면 어떨까?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 못지 않게,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의대생이 가진 의학지식과 정보들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할 테니 말이다. 앞으로 의대생 여러분들은 어떤 길을 가고 싶은가. 어디든 뭐가 문제겠는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인 만큼, 두려워말고 다양한 길을 개척하고, 또 시도해보길 바란다.

 


 

이원정 기자/고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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