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직업환경의학과, 무슨 일을 하는 과일까?

필자는 이번 8월 마지막주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실습을 돌았다. 평소 직업환경의학과는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과도 아니고, 알고 싶지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 평소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번 실습을 통해 직접 출장 근무도 나가고 원내 라운딩도 돌면서 직업환경의학과가 어떤 과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전국의 의대생들과 같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공의 3년차로 근무중이신 이인호 선생님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기에, 이를 바탕으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3학년 김홍인 학생과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A1.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진, 보건대행 등 근로자들의 주기적인 건강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을 진행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업무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학술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유해인자 선행연구에 대한 조사와 근로지의 환경분류를 진행하고 근로환경 평가기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2.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것도 저희 과의 특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원래 저희 과의 구명칭은 산업의학과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과가 단순히 1,2,3차 산업의 직무와 작업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지역의 환경, 작업 환경, 더 나아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그리고 재택근무, 배달대행 업체 기사님들, 비대면 서비스 등과 같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변화들까지 다양한 범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환경까지 그 범위를 확장해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직업의학은 저희 과의 고유한 가치이고 그보다 더 확장된 범주를 넓은 범위에서 ‘환경의학’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Q3. 직업환경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3. 저는 기본적으로 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내과는 주로 해리슨의 도표나 스키마를 보고 기준을 만든다면, 직업환경의학과는 사회적 합의인 법이나 고시, 그리고 실무지침 등에 의해 만들어져요. 이러한 기준은 의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근로자분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복합적으로 융합된 사회의학으로서 매력을 느껴 선택을 했습니다.

 

Q4. 직업환경의학과는 출장근무도 많이 나간다고 들었는데 병원 안과 밖에서의 업무 차이는 무엇인가요?

A4. 일단은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서 여유가 많다는 점이 좋아요. 원내 근무의 경우엔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고정되어 있는 반면에, 출장을 나가게 되면 현장 상황을 고려해 스케줄이 달라집니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죠. 일은 사실 원내나 원외나 비슷합니다. 기본적으로 유해인자에 노출된 수검자들을 검진하는 것이 주업무이기 때문에 원내vs원외 보다는 사업장마다 다른 유해인자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병원밥을 안 먹어도 되고 출장 나간 지역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요(웃음).

 

Q5. 영상의학과의 경우에는 방사선사들과 주로 협력을 하고 외과의 경우에는 수술실전담간호사 분들과 많이 협력을 하는데 혹시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이렇게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이 있나요?

A5. 저희는 검진팀만 50명일 정도로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종합검진까지 합치면 100명이 되는 거대한 조직이죠. 저희는 근로자마다 그 특성이 다 달라서 다양한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근로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 알기 위해 위생사, X-ray 촬영을 위한 방사선사, 채혈 및 폐기능 검사를 위한 임상병리사, 청력검사 및 일반검진을 위한 간호사, 구강검진을 위한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영상 판독을 위한 영상의학과 의사,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연구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호흡기내과에 협진을 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과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소양 중 하나는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요.

 

Q6. 직업환경의학과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6. 저희의 모태는 예방의학이기 때문에 예방의학적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다시 말해, ‘한 사람이 직업병에 걸리는 것을 사전에 예방한다’가 저희의 모토이죠. 그래서 의사가 사전에 개입을 하고 질병발생을 예방한다는 점이 중요한 역할이에요. 두 번째로,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근로자에 미치는 유해인자의 영향력을 알고 그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차다고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A7. 의미있다고 느꼈던 건, 이전에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기왕력이 있으신 분들을 사전조사하고 검진을 하면서 이상한 부분을 감지하고 미리 찾아낼 때에요. 그분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파악하며 사전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이 저희 과의 목적하고도 일치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직업환경의학과에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8. 일단 저희과는 당직이 없다보니, 아기 아빠로서 급여가 좀 아쉬워요.(웃음) 또 저희 과는 특성상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사전적으로 수검자들을 면담하고 서류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점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그래서 실제로 지원할 때 글쓰기나 정리작업을 좋아하는지도 물어보곤 합니다.

 

Q9. 직업환경의학과는 공단검진이나 특수검진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는 만큼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의 열악한 환경이나 그로 인한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고 계실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9. 보통의 사람들은 ‘안전’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안전만큼은 ‘투자’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근로자들의 건강문제로 인한 근로일수의 손실,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 작업장의 비용문제가 모여서 사회적 손해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이죠. 근로자들의 건강과 건강관리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만 해도 처음에 우려사항이 많았는데 일단 안전이 곧 투자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자꾸 이런쪽으로 인식이 개선되어야 일도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생산력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의 전환이 앞으로 가장 크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10. 출장근무를 가면 그 회사나 공장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를 하다보니 주식이나 투자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하시나요? (상승세인가요?)

A10. 저희는 직접 사업장에 나갈 수 있다보니까 주식이나 투자를 할 때 메리트가 좀 되는 것 같아요(웃음)

 

▲ 인터뷰 진행장면 (왼쪽 : 본과3학년 김홍인 학생, 오른쪽 : 전공의 3년차 이인호 선생님)

 

Q11. 직업환경의학과도 개원을 할 수 있나요?

A11. 개원을 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고, 경남 창원, 거제 쪽에서 활동하는 터직업환경의학과가 잘 알려져 있죠. 그래도 저희 과의 경우엔 개원보다는 페이닥터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향상 개원을 원하시는 분들보다는 장기적으로 페이닥터를 하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Q12. 직업환경의학과는 어떤 인재를 원하나요?

A12. 저희 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임상과들과 다른 면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면들에 대한 깊은 고민과 왜 이 과를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오는게 좋아요. 개인의 가치관, 서류 작업에 대한 인식, 법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가 과연 평생의 업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없이 저희 과를 선택하기보다는 내가 이 과를 선택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있는 상태에서 와야 후회가 남지 않는 것 같아요.

 

Q13.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A13. 저는 페이닥터보다는 제 나름대로의 하고 싶은 사업도 있고, 연구도 있고, 개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Q14. 선생님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A14. 저는 전문의를 딴 후에 진료나 기본적인 의료 술기 등의 임상적인 일을 배워서 나중에 직업환경의학과와 임상과의 접점을 찾아서 일을 할 계획입니다. 저희 과도 임상과이지만, 일단은 검진이 주업무이기 때문에 진료를 보거나 술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면서 기회를 찾아가려 합니다.

 

Q15. 직업환경의학과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A15.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고민을 많이 하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과를 선택하는 것이 삶에 색깔을 입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무난무난한 색의 옷이나 기성복은 내가 어떻게든 입을 수 있지만, 완전히 튀는 옷이나 취향이 독특한 옷은 소화하기 어려운 것처럼 저희과도 그 색깔이 많이 특이해요. 다만, 멀리서 보면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이 물어보고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닦아나가면서 내가 왜 이걸 해야겠는지 아는 시점이 오면, 그 고민들은 헛되지 않을 거에요.

 


 

박유진 기자/순천향
Park.yj09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