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한국 10주년 기념 사진전, 세계 위기현장을 ‘증언’하다

의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체 ‘국경없는의사회’. 멋있는 이름 뒤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책임과 희생에 나와는 다른 ‘선택된 사람들’의 영역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다수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형외과 의사이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셨던 ‘김결희’ 선생님의 인터뷰내용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국경없의사회 활동을 할 때 직장의 보장이 없어 그만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 의사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시 감수해야하는 희생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때,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기존의 보장된 안정과 안전을 뒤로하고 이분들을 위험지역으로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고자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설립 10주년 특별 사진전’ MORE THAN A PICTURE’ 관람을 다녀왔다.

 

<사진전 입구>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설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는 MORE THAN A PICTURE 사진전에는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맵스 MAPS IMAGES 소속 보도사진작가 8인이 남수단, 방글라데시, 앙골라, 온두라스, 지중해, 콩고민주공화국, 파키스탄, 필리핀 8개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 현장에서 찍은 총 3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사진전은 11.02(수) – 11.14(월) 13일간 갤러리 라메르에서 진행되었다. 전시와 모든 이벤트는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며, 현장 방문객들을 위한 스페셜 굿즈도 준비되었다. 이 밖에도 고품질의 전시사진(액자 포함)을 구매하고 생명을 살리는 기부 옥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스페셜 굿즈 이벤트 zone>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2시,3시,4시, 5시 정각에 약 30분간 도슨트 가이드 투어가 진행된다. 인도적 위기 상황과 그곳에서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해 구호활동가 혹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직원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 해설을 진행한다.

 


<도슨트 가이드 투어>

도슨트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전시된 사진 옆 QR 코드를 찍어보자. 깊은 울림을 담은 배우 유해진님의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오랜 후원자로 깊은 인연을 맺어 온 배우 유해진님이 작년 다큐멘터리 ‘에고이스트’ 내레이션에 이어 올해도 사진전 오디오 가이드에 목소리 재능기부를 해주셨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40명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고이스트: 이기심과 이타심의 경계>가 사진전 기간 동안 무료 공개된다. 약 55분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들이 이 특별한 길을 걷게 된 계기와 소명의식, 현장에서 마주하는 두려움과 무력감, 남겨진 가족과 연인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11.05(토) 12:00-13:00에는 스페셜 토크 ‘떼모아나지 Témoignage: 위기를 증언하다’가 진행되었다. 앙골라, 르완다, 레바논 등 전 세계 인도적 위기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진행해 온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과 남수단,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 최근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소속으로 활동해 온 이효민 구호활동가가 사진 너머의 생생한 구호 현장 이야기를 증언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 이효민 활동가(마취통층의학과 전문의)님께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꿈꾸는 의대생들을 위한 조언을 특별히 부탁드렸다.

 

“국경없는의사회에 관심 가져주신 의대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고 총 14번의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랜 꿈’이나 ‘사명감’과 같은 이유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교수나 봉직의로서의 삶 이외에 다른 길을 찾고 싶었고, 그렇게 시작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즐거워서,1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병원을 사직하고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한 이후 삶이 확실히 이전보다 대체로 행복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는 한국에서 의사로 일할 때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순간순간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연관이 있는 의료활동을 해왔으니 가치있는 일을 하며 살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의료 활동이 갖는 가치의 크기나 무게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 같습니다. 의료 인력 자체가 드문 환경이기 때문에 ‘나의 도움이 훨씬 더 가치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더 많이 느낍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저는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의사의 결정과 선택 하나하나가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의학적 경험과 지식에 기반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고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현장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 옳은 의학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환경인 만큼,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는 의사로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로 일하면서 의사로서의 전문적인 능력을 최대한 키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나 다른 의료 구호 단체들이 활동하는 지역들은 한국의 의료 현장과 매우 다릅니다. 장비, 약품 등 물적 자원 뿐 아니라 인력도 한정되어 있고, 의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 때의 생활 전반에도 제한이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10주년 기념 사진전>

‘치료’와 ‘증언’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존재하는 두 가지 이유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50년동안 무력분쟁, 전염병,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거나 의료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치료하고, 그들이 삶과 미래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왔다. 이에 더해 떼모아나지témoignage, ‘증언’을 통해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높임으로써 그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왔다. 현장에서 목격한 것을 ‘증언’하는 것이 현실을 바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중요한 도구이다.

 

<아슈피카 라만 – 방글라데시 다카(Dhaka), 2021년 1월 28일>
:방글라데시 다카 캄란기르차르에 사는 많은 여아는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해 출산을 경험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이 소녀들은 전통적인 성역할로 인해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성•생식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며 병원을 찾을 경제적 수단 역시 없어 심리적•의료적 지원이 절실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카에서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신 상담 및 출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방글라데시의 여자아이들은 조혼으로 12살 무렵 임신을 하는 일이 흔하고, 남수단은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를 여러 번 철수해야 했을정도로 여전히 내전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이러한 현실은 외면당한체 묻혔을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용기 있는 그들의 증언에 관심과 가능한 참여로 화답하는 자세가 마땅히 필요하다. 또한, 예비의료인으로서 구호의 현장에서 옳은 의학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키우고, 한정된 자원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트레스 상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오예지 기자/차의전
yjsky20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