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을 위한 기초의학 이모저모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생명현상의 본질을 밝히고 질병의 발생 원인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등으로 기초 분야가 나누어져 있으며, 이는 결국 의학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기초의학의 발달 없이는 임상의학의 발달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초 의학 연구에 뛰어드는 의대생의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2017년 기준 의사 면허를 보유한 기초 의학 수련 인원이 41개의 의과대학을 통틀어서 30여 명에 불과했다. 의대 6년 교육 과정 중 기초의학 과목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도 점점 줄고 있다. 2014년 기초의학 강의 및 실습 시간이 1200시간에 달한 데 비해, 2020년에는 729시간으로 줄었으며 이중 실습 시간은 절반 아래로 감소하였다. 투자되는 평균 실험 실습비도 1억 6,800만 원에서 5,500만 원 수준으로 3분의 1가량 급감했다. 최근 임상 수련 후 융합연구를 하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지원은 그나마 늘어났지만, 의학의 기초 자체를 연구하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며, 이대로 간다면 향후 10년 뒤에는 순수한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 이토록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것일까? 많은 일이 그렇듯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다른 임상과 교수, 개원의보다 기초의학 교수의 봉급이 대체로 적은 편이라, 의대 졸업생에게 상대적인 경제적 만족감이 적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초의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적고, 실용성이 높은 분야에만 투자가 유치되기 때문에 진정한 기초의학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표준화된 기초의학 수련 과정이나 평가체제가 미비하며, 국내에는 관련 종사직이 많이 없어 진로의 폭이 좁고 직업적 안정성이 낮은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초의학 연구는 의학의 발달과 인간의 건강증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기초의학 관련 진로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기초의학 교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초의학에 지원하는 의대생이 워낙 없는 실정이라, 기초의학을 선택해 관련 역량을 충분히 쌓는다면 다른 임상 과보다 기초의학 교수가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특히 기초의학 교수는 의대생을 교육해야 하므로, 다른 자연 과학대 졸업생보다 의대 졸업생이 임용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교수 외에도 의과학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하거나 약리학이나 의학 물리 등을 추가로 공부하여 제약회사 또는 의료 기기 개발 회사에 연구원으로 취직하는 진로도 있다.

 

그림 1 출처: Afriscitech – Basic Medical Science and Next Generation Medicine

 

그렇다면 기초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6년간의 의과대학 과정을 수료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응시하는 것까지는 임상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며 병원에 취직하는 임상 전공과 달리, 기초를 전공하는 경우에는 5년간 의과대학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기초의학 연구를 배우게 된다. 이때 배우는 내용은 병의 기전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기본이 되는 기술 등으로,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임상 기술의 기반이 되는 지식을 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임상의 전문의 자격이 아닌, 의학과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을 외국에서 이수하기도 하고 학위를 딴 이후에도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자연과학 대학에서 추가로 과정을 이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많은 연구 경험이 쌓이고 논문을 집필하면 기초의학 교수로 임용되거나 연구소에 취직하게 된다.

 

기초의학이 중요한 만큼, 기초의학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기초의학 종사자를 늘리기 위해 MD-PhD 과정을 부활하자는 의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MD-PhD 과정은 미국에서 현재 연구에 특화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과정으로, 7, 8년의 동안 의사 면허와 기초 의학 학위를 같이 취득하는 과정이다. 1, 2년간 교실에서 의학을 배우고, 3, 4년 동안 PhD 과정을 수료하며, 2, 3년간 임상을 돌며 세부 전공을 고르게 된다. 이외에도 기초의학 교육에 투입되는 재정과 시간을 늘려 의대생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임상의학뿐 아니라 기초의학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지윤 기자/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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