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수많은 의대생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은 의대생들을 지치게 만든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학업에 임했던 수많은 의대생들은 학기가 진행될수록 허무함과 우울함을 호소한다. 어떤 의대생들은 이로 인해 불면증과 인지능력 감소를 겪기도 한다. 빈틈없는 시간표와 일정 속에서 그들이 오롯이 이 감정을 바라보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는 쉽지 않다. 의대생들은 단지 자신이 유급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저 이 시간을 견딜 뿐이다.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이 증상을, 우리는 번아웃이라 부른다.

 

의대생들은 번아웃이 오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그들은 새롭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유급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반복되는 시험을 치러야 하며,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휴식할 수 있는 방학 기간이 아주 짧다. 또한, 뒤바뀐 수면주기로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의대생들이 이러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번아웃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아주 자명하다. 심지어 의대생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의대생 가운데 27%가 우울증이 있거나 우울 증상을 겪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더글러스 마타, 2016). 이것이 한국인 우울증 유병률 평균의 네 배가 넘는 수치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대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보인다.

 

의대생의 번아웃은 의사가 된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번아웃은 과민, 피곤, 우울,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일으키고,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하며,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번아웃이 의사가 된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권위적이거나 냉담한 태도를 취해 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또한, 환자나 동료 의료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결국,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번아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대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몇몇 의과대학에서는 교육개혁을 통해 수업의 압박을 줄이고, 선택과목 등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여 멘토링이나 학생상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등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마음가짐과 생활습관 변화 또한 중요하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간단한 팁 3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스스로가 과도한 목표를 세워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자.
과도한 목표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무기력함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룬다면, 현실을 더욱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2. 일과 관계없는 활동을 통해 심리적 공백과 불안정을 해소하도록 노력하자.
편안한 대화나 운동, 여가활동 등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번아웃 증후군 극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유명 출판기획자이자 강연가인 쉬셴장의 <하버드 첫 강의 시간관리 수업>에 따르면, 자신의 에너지를 일과 휴식에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오히려 높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3.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극도의 바쁨은 오히려 비생산적이며, 뇌는 한가할 때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과 신경경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통해 자신의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위 사람을 찾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증상 수준이 업무나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조윤아/경북
Yuna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