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기자가 추천하는 책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은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특히나 의대생에게 있어 죽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죽음을 일상적으로 접할 기회가 얼마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으로 죽음을 접하거나 죽음을 체험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죽음을 비롯한 다른 사람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책을 통해 이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간접적으로 죽음을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죽음과 노화, 호스피스 등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들을 칼럼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연재의 첫 번째 책은 바로 <죽음학 교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책의 저자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의 고윤석 교수님, 유은실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이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Q. 간단한 책 소개와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윤석 교수님: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체계적인 죽음 전반에 대한 의료인들을 위한 책이다. 의료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인문학적,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진 집합지성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당시에 죽음에 관한 책이 이미 많이 나와 있었고, 그 책들이 죽음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는 있었지만,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지침서로는 적합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의과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자 전국의 관심이 있는 의료진의 의견을 받아 주제들을 나눠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유은실 교수님: 첨언하자면, 외국에서도 죽음학 관련 교과서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심리학 전공을 위해 쓰였고, 의료인이 중심이 되어 쓰인 책이 없었다는 점 역시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Q. 24년전의 통계와 비교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관련 교육이 전국의 의과대학으로 확산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과 이에 대한 생각은.
고윤석 교수님: 사회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호스피스 의료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학문이 생기고 확장되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생기는 것인데, 즉 환자들이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의료기관에서의 죽음이 증가함에 따라 의사들이 임종 돌봄을 하게 되는 상황이 늘어난 것이다.
Q. 의대생들과 예비 의료인들이 죽음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고윤석 교수님: 죽음교육은 젊은 예비 의료인의 개인적인 지적, 영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젊은 예비의료인은 의료현장에서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상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가정에서의 죽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죽음을 내면화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예비의료인들은 이를 학습하고 성장해야 한다. 즉, 본인의 지적, 영적 성장과 의료전문인으로서 임종 돌봄을 전문적으로 행하기 위해 중요하다. 그 외에도 나중에 의료제도나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은실 교수님: 세계적으로도 내과 교과서에 ‘End of Life Care’와 같은 개념이 도입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그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역시 있다.
Q. 이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고윤석 교수님: 의료기관에서의 죽음은 나의 죽음에 의료집단이라는 제3자가 개입한 것이 된다. 즉, 의료집단이 결정권을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죽음의 과정에서 주인공은 환자 본인이 되어야 하는데, 의료집단이 오히려 주인공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은 이 책을 읽고 죽음의 과정에서 의료진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의료기관에서 죽음이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접하고 병원에서의 말기 환자들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독자들에게 한 마디.
고윤석 교수님: 나의 생명이 어느 순간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한다. 내일은 당연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생명 역시 어느 순간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죽음으로 인해 우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상실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어떤 자들에게 죽음은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죽음을 다양하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내게 어느 순간 닥쳐올 죽음을 상상하고 이를 어떻게 맞이할지 생각해 보고 삶을 성찰하며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유은실 교수님: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그 다음 순간이 소중해지기에 인생을 대충 살 수 없을 것이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출판사를 통해 저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권오훈/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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