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의 명암, 진정한 선을 향하여

쨍쨍 내리쬐는 햇살 아래 천막의 열악한 환경, 분주한 움직임 속 집중하는 의사들. 그리고 마침내, 고통받던 환자의 얼굴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 의료인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의료봉사의 순간이다.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문장이다. 이처럼 봉사는 의료인의 필수적인 덕목으로 꼽힌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및 해외 의료봉사의 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초에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 사태에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의료봉사 단체들이 손을 내밀었다. 이처럼 좋은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봉사에도 분명히 명과 암이 공존한다. 선한 의료봉사의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소개한다.

 

-의료 수요를 고려하지 못한 경우

첫 번째 실수는 의료 수요에 맞지 않는 봉사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다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덜’ 필요한 봉사를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의료 인력은 충분하지만 의료 장비나 시설이 부족한 지역이라면, 봉사자를 파견하여 무료 진료소를 여는 것보다 의료 기술 교육이나 장비 지원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필요하지 않은 봉사를 하는 경우이다. 성병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성병 예방 및 치료 교육 봉사를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의사들의 성병 진료 경험이 봉사자들보다 더 많을 확률이 높다. 물론 봉사자들이 선한 의도로 준비한 교육 내용이 완전히 헛되지는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의료 체계를 고려하지 못한 경우

의료봉사 활동에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실수는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를 고려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는 비단 의료봉사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봉사활동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로, 특히 단기적인 봉사활동을 할 때 발생한다. 어떤 나라든, 어떤 지역이든 간에 ‘의료’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비교적 부족하더라도 점차 발전해가는 의료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대량의 의료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여 무료 봉사를 진행하고 가버린다면, 그 지역의 의료는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발전된 기술과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의 의료가 의존하게 되면서 지역 의료진에게 진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무료 진료소로 몰리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 인식을 고려하지 못한 경우

세 번째 실수는 지역 주민들의 사회·문화적 인식을 고려하지 못한 경우이다. 크게 두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의료지식의 전파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의료봉사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즉, 기존에는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아 가볍게 지나쳤던 문제점들이 질병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당장의 생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지역에 최신식 내시경 장비를 들고 봉사활동을 간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가벼운 위장 질환도 결국 건강에 안 좋으므로 이를 진단하는 것은 선한 활동이다. 하지만 오늘 먹을 음식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인 사람들에게 해당 질병을 진단해주는 것은 불안감을 키우는 것 이상의 작용을 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개발도상국이나 소득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는 의료봉사가 오히려 자발적인 의료 시스템 확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지에서 온 의료봉사자들이 무료로 진료나 시술을 행하게 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존 시스템보다 봉사자들에 더 크게 의지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무료로 진료를 받기 위해 아프더라도 참고 봉사단체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해당 지역의 의료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봉사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물고기만 잡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결책은?

그렇다면 실수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조사다. 우선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의료자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의료 인력, 간호 인력, 의료 기술, 의료 장비, 의료 시설 등 의료에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중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조사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당 지역의 의료 현황을 알아야 한다. 어떤 질병이 가장 큰 문제인지, 단기적인 봉사로 해결할 수 있는지, 장기적인 시스템 확립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의료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정립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인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소득 수준이나 직업, 생활 방식,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 그리고 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야 그들에게 필요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봉사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예비의료인으로서, 의료인들이 건네는 선의의 손길이 왜곡없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이은수/울산

gracelee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