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의 째째한 이야기

순천향대학교에는 수요일 오후마다 진행되는 특별한 강의가 있다. 바로 순천향대학교의 모토를 담아 만들어진 ‘인간사랑 환자사랑’ 강의이다. 모든 학년에서 진행되며 매 수업마다 본교 교수님 혹은 때로는 타 학교 교수님, 병원 내 사회복지팀, 위생관리팀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분들을 초청하여 강의가 진행된다. 그 중 며칠 전 인상깊게 들었던 강의가 기억에 남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강의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심장내과에 계시는 방덕원 교수님께서 진행하셨다. 필자는 강의를 듣기 전에 이미 심장내과 실습을 돌았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기다렸다. 강의 제목은 ‘째째한 이야기’. 제목만 보면 웃기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강의를 다 듣고 난 후엔 생각보다 묵직한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있다.

 

(출처 : pixabay)

강의의 주된 내용은 교수님의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였다. 교수님께서 어떻게 의과대학에 들어왔고, 어떤 학부생 시절을 거쳐 어떻게 심장내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이후엔 어떤 삶을 살고 계시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교수님의 삶은 생각대로 흘러간 부분 보다 예상외로 흘러간 부분이 더 많은 듯 했다. 처음부터 의대에 오고자 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내과를 선택하고자 했던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교수님께서는 당시의 상황과 시기에 따라 선택을 하고 실패도 하며 당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지금까지 걸어오셨다. 때로는 생각한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기도 하고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어긋남에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필자 또한 최근 실습을 나가며 앞으로 어떤 과를 선택할지, 어떤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지 여러가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덩달아 ‘저 과를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어느 병원을 가야 원하는 과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들까지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역시 세상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때때론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출처 : pixabay)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교수님이 뜻하지 않게 마주했던 여러가지 기회들이었다. 평소 재즈에 관심이 많으시던 교수님께선 여러 재즈 노래를 들어보고 감상평을 쓰고 작게 나마 그림들도 그렸는데 이런 내용들이 조금씩 모여 하나의 책이 되고 출판까지 이루어졌다. 사실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도록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재즈를 얕게 알고 배우는 것만으로는 출판의 기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재즈에 빠지고 몰입했기에 진정으로 그 기회가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이번 방덕원 교수님의 강의는 다른 강의들과 달리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다 ‘의사도 한 명의 인간이다’라는 점을 생각해보게 하는 강의였다. 의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물론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의사도 의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에 그 한 사람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때때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쉽게 좌절하기 보다 ‘그럴 수 있지’ 라는 마음으로 의연하게 견디는 마음을 가지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듯 하다.

 

 

박유진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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