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의 가치, BLS를 돌아보며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심폐소생술(CPCR, CardioPulmonary Cerebral Resuscitation)은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도우며, 궁극적으로는 뇌손상을 줄이는 응급처치법이다.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는 펌프이다. 따라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중단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 이때, 심폐소생술을 즉시 시행하면 시행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을 4배 가량 높일 수 있다. 예비의료인으로서,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 과학 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Science)가 첫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근거검토방법(Evidence review process)을 바탕으로 개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주축이 되어 5년 주기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가장 최신의 가이드라인이다. 임상분야에서 기본소생술(BLS, Basic Life Support), 전문소생술(ALS, Advance Life Support)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소아, 신생아 등의 경우 별도의 소생술이 있다. 또한, 환자 발생 위치가 병원 안인지 병원 밖인지, 그리고 구조자가 의료종사자인지 여부에 따라 그 절차에 차이가 있다. 본 기사에서는 병원 밖에서 의료종사자로서 시행해야 하는 BLS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 밖 급성 심장정지는 인구 10만명 당 59.5명이며,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발생을 예측하기 어렵고, 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의학적 요소가 필요하다. 병원 밖에서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사슬은 1.심장정지의 인지와 구조요청-2.목격자 심폐소생술-3.제세동-4.전문소생술-5.소생 후 치료이다. 이중 BLS는 심장정지를 인지하고 제세동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1)반응 확인 및 구조 요청

심장정지가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하였다면, 구조자는 현장이 안전한지 확인한 후 환자에게 다가가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의 양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러 반응 여부를 확인하고, 반응이 없다면 그 즉시 큰 소리로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할 것과 자동제세동기를 가져올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주변 사람의 복장 등을 명확히 말해 특정 사람을 지목하여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119 신고에 성공했다면, 환자 발생 장소, 발생 상황, 환자 수, 환자의 상태, 하고 있던 응급처치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휴대전화의 스피커를 켜거나 핸즈프리 기능을 활용하여 구급상황 요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2)맥박과 호흡 확인

구조요청 이후 10초 이내에 맥박과 호흡을 동시에 확인한다. 맥박은 검지와 중지를 Carotid Artery에 갖다 대어 확인하며 호흡은 입과 가슴을 번갈아 보며 호흡양상을 확인한다. 심정정지 시 통상적으로 의식소실, 무호흡, 무맥박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장정지 발생 직후에는 40~60%의 환자에서 심장정지 호흡(Agonal gasp)이 나타날 수 있다. 느리고 불규칙하게 헐떡거리는 양상이 특징이다. 따라서 환자가 호흡을 하고 있더라도 비정상 호흡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3)가슴압박과 인공호흡

맥박과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 호흡이 나타난다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인공호흡보다는 가슴압박을 먼저 시작할 것이 권고된다. 환자의 상의를 탈의해야 하며, 압박 지점은 복장뼈 아래 1/2 지점이다. 자세는 팔이 직각이 되도록 편 상태에서, 한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올려놓고 그 위에 다른 손을 올려 겹친 후 깍지를 낀 자세로 시행한다. 압박할 때 손가락 끝이 심장정지 환자의 가슴에 닿지 않는 것이 좋다. 속도는 분당 100-120회, 깊이는 5-6cm가 적당하다.

각각의 가슴압박 이후에는 환자의 가슴에 기대는 것을 피하고 가슴이 최대로 이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흉강 내 압력 증가를 피해 심장에 혈류가 충분히 채워지게 한다. 가슴압박과 이완에 걸리는 시간은 같게 하는 것이 좋다. 가슴 압박 시작 후 90~120초가 지나면 압박 깊이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구조자가 여러 명이라면 2분마다 가슴압박을 교대해주는 것이 좋다. 이는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30:2 비율로 한다면 5주기에 해당한다.

한편, 바닥상태는 가능한 단단한 표면이 좋다. 하지만, 가슴압박 깊이 개선을 위해 환자를 침대에서 바닥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

 

또한, 의료종사자라면 가슴압박과 함께 인공호흡을 함께 시행해줘야 한다. 특히, 익수 혹은 약물 중독으로 인한 질식성 심장정지(Asphyxia Arrest), 심장정지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경우 반드시 인공호흡을 시행해야 한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의 비율은 30:2 비율이 적당하다.

자세는 환자의 머리나 목에 외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한 손은 환자의 이마에 대고 누르고, 다른 손은 아래턱의 뼈 부분에 대고 머리쪽으로 당긴다. 머리기울임-턱 들어올리기(Head tilt-Chin lift) 자세를 취해 기도를 개방한다. 경추 손상이 의심된다면, 환자의 머리쪽 턱 밀어올리기(Jaw Thrust) 자세를 취한다. 다만, 기도 개방을 유지하고 적절히 환기하는 것을 경추 손상의 보호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방법은, 환자의 코를 막은 다음 구조자의 입을 환자의 입에 밀착시킨 후, 평상시 호흡과 같은 양을 1초 동안 환자에게 불어넣는다. 깊은 호흡을 하는 것은 환자의 폐를 과팽창시킬 수 있다. 폐가 과팽창되면 Intrathoracic pressure가 증가해 Venous Return이 감소하고 그 결과 심박출량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 한편, 인공호흡을 하며 환자의 가슴이 상승하는지 여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만약 2인 구조자 상황이며 기관 튜브, 후두 마스크 기도기 등이 있다면 가슴압박과 무관하게 6초에 1회씩 인공호흡을 한다. 1인 구조자 상황이라면,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4)자동제세동기 사용

심폐소생술은 심장박동을 즉각적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자발순환 회복을 위해서는 제세동이 필요하다. 1분 이내 제세동이 이루어졌을 경우 생존율은 90%에 이르며, 5분에 50%, 7분에 30%, 12분에 2~5%로 감소한다. 우리나라는 다중이용시설을 포함한 공공장소 또는 거주지에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심장정지 발생 시 즉시 자동제세동기를 찾도록 한다.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면 전원을 켠 후 환자의 오른쪽 Clavicle 아래와 왼쪽 젖꼭지 아래 바깥쪽 Mid-Axillary Line에 패드를 부착해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한다. 심장 리듬 분석 과정에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환자의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Shockable rhythm인 경우 에너지를 충전하고 shock 버튼을 누른다. shock를 주기 전 주변 인원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환자의 심장 박동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2분마다 심장리듬을 분석하면서, 제세동을 시행한다. 이때, 심전도 분석 과정과 shock을 주는 과정 이외에는 계속해서 가슴압박을 해야 하며, 가슴압박이 멈추는 시간은 10초를 넘지 않도록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제세동 직후 가슴압박을 다시 시작한다. 환자의 반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슴압박을 멈추는 것 또한 하지 않는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 과정은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거나 환자의 맥박이 돌아올 때까지는 반복해야 한다.

 

한편, 전문소생술(ALS)이란 전문적인 의료진에 의해 시행되는 의료행위이다. BLS만으로 자발순환이 회복되지 않는 환자에게 약물주사를 위한 투여로 확보, 약물(혈관수축제, 항부정맥제 등) 투여, 전문기도유지술 등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 기계 심폐소생술 장치 사용, 체외순환심폐소생술 사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환자 상태 확인과 구조 요청, 그리고 가슴압박과 인공호흡, 제세동의 결과 지나가던 행인 A씨는 심장정지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되어 뇌손상 없이 건강히 퇴원할 수 있었다. 예비의료인으로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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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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