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한 진료실, 네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끝낸 폐암 말기 환자에게 “You are trooper” 상장을 건네는 한 의사가 있다.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 병원 교수로서 암 환자를 진료하고, 미국 임상 시험 그룹(SWOG)의 희소암 위원회의 부의장을 맡은 채영광 교수다.
채영광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의학 통계와 MBA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필라델피아 아인슈타인 병원과 휴스턴의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내과 수련을 받았다. 그의 삶을 통해 한 영혼의 생명력이 되살아나는 의료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의대생 시절, 폭넓은 세상을 향한 갈망
Q 교수님께서는 의대생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A 공부가 우선이었지만 동시에 잘 놀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대학생 시절 신앙이 생겨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 영어 예배를 찾아 들었고, 힙합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 춤도 열심히 췄죠. 학생회에서 학습부장을 맡았는데 학연, 지연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한 기회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던 중 본과 4학년,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먼 타지에서 내과 수련을 받으셨는데, 그만큼 혈액종양내과를 사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학생 시절부터 생과 사의 경계에 서신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공보의 시절,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서 Oncology 클리닉을 방문했는데, 그때부터 혈액종양에 대한 마음이 커졌어요. 혈액종양내과는 유전체학이나 면역학의 최신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말기 암 환자들과 매일 교류하기 때문에, 과학과 Compassion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과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학생을 대하는 마음, 축하와 포도원
Q 교수님의 책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에서는 교수님께서 환자분들께 다양한 상장을 주시는 스토리가 나오는데 상장 수여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처음에는 간호사분들이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의 회복을 축하해 드리기 위해 만들었어요. 환자분들은 언제 기뻐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대신 당장 암이 커졌는지, 작아졌는지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시죠. 이 상장은 항암 치료라는 긴 마라톤의 mile stone들을 기념하기 위해 드렸어요. 환자분들의 Pacemaker가 되어주고 싶었죠. 그러던 중,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은 암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치료 실패에 낙담해 있었죠.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결과지상주의에 빠진 저에게 ‘성공이 아닌 마음을 축하해 주면 안 되겠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 뒤로는 치료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의 존재 자체를 축하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Great smile award’, ‘Positivity and strength award’같이 결과보다는 과정과 태도를 축하해드리는 상장을 드렸어요.
Q 교수님께서는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열정이 있으신데, 연구에 있어 교수님의 철학이 있나요?
A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 포도원 주인의 비유가 있어요. 포도원 주인의 관심은 오로지 일꾼에게 품삯을 주는 데 있고, 부모가 자식을 품듯이 일꾼들을 대하죠. 저는 제 연구실 프로젝트를 ‘포도나무 사역’이라고 불러요. 제자들이 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환자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 한 명의 희소암 환자분을 위해 팀을 꾸려 임상시험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연구는 환자 사랑의 또 다른 방법이 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기를
Q 한국의 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A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진료는 일로 느껴지더라고요. 지식은 나중에 공부하면 생기지만, 더 젊은 시절에 환자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환자를 긍휼한 마음으로 품고 더 사랑하려고 노력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을 잃지 않고, 환자들을 사랑한다면 의학 지식, 명성들은 덤으로 채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안심하세요
마지막까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드릴게요
같이 뛰어 드릴게요
같이 걸어 드릴게요
당신의 마라톤이
나의 마라톤입니다
채영광: 페이스메이커(Pacemaker) [부제: 세상의 모든 환자들을 응원하며]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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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기자/울산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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