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지난 5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대생 및 전공의 1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복수 응답 포함)에서 ‘현역 복무 이행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74.7%(1042명)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현역 병사 선호 이유(복수 응답 포함)로 ‘장기간 복무에 대한 부담’(9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리고 ‘급여 등 개선되지 않은 처우’(65.4%), ‘불합리한 병역 분류’(30.7%)가 그 뒤를 이었다.
증가하는 의대 군 휴학생 수는 이러한 선호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안규백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의대 군 휴학생 수는 216명이다. 이는 2018년 의대 군 휴학생 수 100명에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은 올해 4명(입대 예정자 포함)의 학생이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휴학생 A 씨(제주대, 의예과)는 올해 현역 입대를 할 예정이다. 휴학생 A 씨와 현역 입대 계기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언제 현역 입대 예정인가요?
A1. 올해 11월 입대 예정입니다.
Q2. 어느 모집병에 지원했나요?
A2. 육군 의무병에 지원하였습니다.
Q3. 현역 입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3. 현역 병사의 복무 기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대체 복무는 38개월인데 현역병은 18개월입니다. 무려 20개월 차이가 나죠. 제가 의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현역병의 복무 기간이 21개월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대체 복무와 현역복무 사이의 기간 차이가 심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역병의 복무 기간이 3개월 더 단축되자 거의 2년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현역 병사의 처우가 개선된 점을 꼽겠습니다. 군대 내 휴대전화 보급, 가혹행위 근절 등 병사의 처우가 여럿 개선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병사의 월급이 올랐습니다. 저는 본가와 먼 대학교에 왔기 때문에 기숙사나 자취방을 구해서 생활해야 합니다. 용돈이 부족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면 군적금을 통해 여유자금을 쌓을 수 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 그 여유자금으로 더 자유롭게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그동안 너무 무기력하게 있었는데 군대를 다녀오면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입대를 선택하였습니다. 휴학을 한 후 게임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점점 무기력했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복학해서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었습니다. 군대를 가면 게임도 그만할 수밖에 없으니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고자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Q4. 현역 입대하기를 결정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A4. 휴학을 한 후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신경 쓰였습니다. 또한 휴학을 했기 때문에 같이 입학한 친구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크진 않지만 조금은 있었습니다. 군대를 가기로 결정하니 이런 걱정과 후회들이 사라졌습니다. 군대를 가면 지금의 무기력함도 해결될 것이고 같이 출발한 친구들이 대체 복무를 하게 되면 친구들과 벌어진 시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학생 A 씨는 현역 입대를 선택한 계기로 ‘복무 기간의 차이’, ‘현역병의 처우 개선’, ‘무기력함 탈출’을 꼽았다. 복무 기간의 차이와 현역병의 처우 개선은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의 선호 이유와 일맥상통하다. 주목할 점은 ‘무기력함 탈출’을 군 입대의 계기로 꼽았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은 학생에게 많은 공부량을 요구한다. 그것을 소화하지 못해서 유급을 맞는 학생들이 매년 발생한다. 소화하더라도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들 역시 꾸준히 존재한다. 이 학생들에게 여건이 좋아진 현역 병사 입대는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휴학생 A 씨처럼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은 꾸준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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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