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의사국가고시 ‘1일 단축’ 시행여부, 아직은 ‘미정’

2018년도 의사국가고시 ‘1일 단축’ 시행여부, 아직은 ‘미정’
결정된 사항 없다, 한 발 물러선 국시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서 현재로써는 국가고시 1일 단축과 관련하여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국시원은 17년도 국가고시 단축 시행이 무산된 이후 18년도 제 82회 의사국가필기시험부터 시행하는 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이하 의대협)에서 본과 1,2,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고시 일정 변경관련 설문조사결과를 전달한 이후, 18년도 시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시험일을 1일로 단축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은 국가고시의 시험문제 수가 400개에서 360개로 축소되고,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진행하던 시험을 금요일과 토요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토요일에 모임을 갖는 일부 종교인들의 민원이 발생한데다가, 감독에 필요한 시도공무원들의 업무공백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요일변경이 무산되자 1일 시행안을 대체방안으로 내놓고 확정지었던 것이다. 임종규 사무총장은 “시험문제 수가 줄어 시간도 감소됐고, 이전부터 시험일정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었다. 출제위원장이 ‘어차피 2018년부터 1일 시험을 시행하려 했으니 한 해 앞당겨 2017년부터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시날짜를 확정 공고한 후 2주 만에 ‘1일 단축시행’으로 변경한데에다 시험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 탓에 의대협이 크게 반발하였고 이에 국시원은 2018년도부터 시행하겠다며 급속하게 철회하였다.
국시원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16년 10월 전국 의대생 본과 1-3학년 대상 의대협이 시행한 국시 날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1일 시행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략 80% (총 2212명, 반대78.8%, 찬성 21.2%)를 차지하였다. 이는 17년 국가고시 응시대상인 본과 4학년 대상으로 진행했던 찬반 설문조사(총 1752명, 반대 63%, 찬성 35.8%)보다 대략 16%나 높은 수치였다. 1일 단축안이 이러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시원이 언급한 ‘1일 시험’의 장점, 설득력이 떨어져

국시원 측은 1일 시험체제로 변경함으로써, 응시료 인하와 응시생 편의 증진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임 사무총장은“일부 대학 응시생들은 시험 지역으로 이동해 이틀 간 숙박하며 시험을 응시하는 상황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며 지속적으로 ‘1일 시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출제위원과 감독관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있어 기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요 비용 절감에 따라 1만5,000원 정도 응시료 인하가 가능해 응시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의대협의 설문조사결과, 시험 응시를 위해 장거리 이동 및 숙박하는 6개교(강원대, 경상대, 단국대, 연세원주, 제주대, 한림대) 학생들 전체 응답자 277명 중 219명인 79%이 1일시험 체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거리 이동이 필요 없는 35개 대학 학생들의 반대지수 78.8%와 유사한 수치로, 장거리 이동과 국시일 단축은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시원이 제시한 ‘시험 지역으로의 이동으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경감효과’ 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81회 의사국가고시 기준으로 실기시험 62만원, 필기시험 28만 7천원으로 전체 시험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이 총 90만 7천원임을 감안했을 때 ‘1만 5천원 가량 인하되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는 주장은 새로운 시험체계 도입을 위한 구색 맞추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장점이 설득력이 없어 기각된다면,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조사문항에 찬성과 반대 이유를 각각 4가지씩 제시하고 2개 항목을 중복 선택하도록 한 결과 ‘체력적,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가장 높은 86.5%(1507명)로 나타났으며, ‘갑작스러운 변화로 혼란스럽다(47.6%, 830명)’, ‘응시 수수료 인하 금액이 미미하다(45.7%, 797명)’, ‘숙박 및 교통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18.1%, 316명), ’기타(2.1%, 36명)‘로 집계되었다.

응시료 임원 성과급 지출 논란·학생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불통행정

국시원의 의대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방식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박단 전 의대협 회장은 “국시원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시행되던 국시를 금요일, 토요일로 변경·공고하면서 학생들과 한마디 논의도 없었다. 그 마저도 시험 일정을 공고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변경안을 내놓았다. 왜 2017년도부터 ‘1일 시험’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작 시험을 치러야하는 학생들과는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는 결론이다. 이후 국시원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의사윤리문제, 응시료, 시험일 축소 등의 현안을 지적 받았다. 가장 큰 화두는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지적한 ‘시험기간 단축 실시 계획에서 의대생 의견 수렴 최소화’와 김상희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제기한 ‘응시료 수입으로 임원 성과급 지출’ 논란이었다.
의사시험위원회의 ‘의사고시 일정 변경 추진 일정’에 따르면 16년 10월 중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의견수렴을 거친 후 보건복지부 보고 및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이에 국시원은 ‘시험일 단축’ 추진에 있어 당초 9월에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9월 말이 될 때까지 의견 수렴은커녕 그 어디에도 해당 안건이 공개되지 않았고 그 점을 지적받자 국시원은 재빠르게 의견 수렴 일정을 10월로 변경했다. 그러나 정작 의대협은 의견수렴과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누구에게 전달 받은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통문제도 심각한 사항이었지만, 김상희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제기한 ‘임원 성과급 지급’ 건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생 의견 수렴과 경청은 둘째 치고 내부적으로 성과급 지급부터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으로 판명이 나자 국시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바닥나버렸던 것이다. 박단 전 의대협 회장은 “국시원은 최근 통화에서 2017년 의사필기와 간호사 국시 응시료를 5%씩 인하하는데 약 5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해 다른 사업비를 줄여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지만 며칠 뒤 국감에서 응시료 수입으로 성과급을 계속 지출하고 있던 것이 밝혀졌다.” 고 말했다.

납득할 수 없는 시험일자 변경 공고 시점

시험을 봐야 하는 당사자들인 의대학생들에게 시험 관련 변경건을 공고한 시점이 터무니없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윤 의원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미 내부 차원에서는 시험기간 단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가동 중이었다고 한다. 국시원은 2016년 9월 19일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의사시험위원회를 개최해 2018년부터 의사 국가고시를 하루로 단축하는 것을 미리 합의했고, 향후 의과대학과 의과대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공고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본과 4학년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시험일을 하루 단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불거졌다. 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제도를 바꾸려 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혼란은 가중되었고, 결국 반대에 부딪쳐 추진하지 못했다.
윤 의원은 “국시원이 또 다시 의견 수렴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시험일을 2018년부터 하루로 단축시행 하고자 한다.”면서 “21년 만에 바뀌는 의사고시 일정을 단 11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제외하고 어떠한 공개과정도 의견수렴 과정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이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국시원은 의견수렴 추진일정을 예정된 일정의 한달 뒤로만 바꿔 다시 보내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시험일 축소에 대해 의견이 다양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계획을 세우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마치 모든 계획을 2018년에 시행을 시키기 위해 끼워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공고 시점은 언제인가?

시험 제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가 줄어든다면 시험 일수가 2일체제가 1일체제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제도가 바뀌는 것은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있는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은 국시 제도 변경공지의 적절한 시기를 언제라고 생각할까? 설문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의사 국가시험 변경이 있을 시 최소 4년 전에서 2년 전 공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설문대상자 2212명 중 880명(39.7%)이 국시 제도 변경 공지가 적어도 본과 진입시기인 4년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2년 전(24.3%), 1년 전(17.4%), 3년 전(8.2%), 6년 전 입학 당시(7.1%)가 뒤를 이었다. (그래프 참고). 시험 제도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다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교육 체계가 변화하는 본과 과정 진입 시기 혹은 실습 과정 진입 시기에 미리 공지받기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는 의대협 측에서 공식적으로 국시원과 보건복지부에 의대생들의 설문응답결과를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전 학교를 대상으로 별도의 추가 설문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1일 단축시행건에 대해 국시원은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못 박았으나, 향후에도 의대생-의대협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와 의견반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