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밑천으로 자소서 쓰기

없는 밑천으로 자소서 쓰기

인턴 지원시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팁

국가고시를 보고 나면 6년, 혹은 4년간의 수고를 스스로 치하해줘야겠다는 나름의 보상심리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게 마련이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것조차도 사치스러울 만큼 휴식에 대한 열망이 간절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곧 다가올 인턴 지원을 위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참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인턴을 안 할 거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인턴을 하려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자기소개서 이다. 평소에 글쓰기에 어려움이 없고 자신이 있다면 한 장 내지 두 장 정도 채우는 것이 일도 아니겠지만 의과대학 생활의 특성상 한 문단 이상의 글을 쓸 일이 잘 없기도 하고 그나마 쓰는 글이라야 사실을 기술하는 논문과 같은 아카데믹한 글이 전부이니 졸업할 때가 되어 긴 글을 쓰는 것이 여간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리 여유가 있을 때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작성해 둘 수 있도록 몇 가지 팁을 주고자 한다.

1. 자기소개서 구성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는 자신에 대해서 면접관 및 시험관으로 하여금 글로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해주기 위해 쓰는 글이다.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지원자의 성향이나 가치관 및 학교생활에 대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에 대해서 많은 내용을 담으면서도 그 내용이 지루하거나 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는 병원마다 제시하는 스타일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의 성장배경, 학교생활, 진로설계 및 삶의 가치관등을 담는 것이 기본 틀이다. 자소서를 쓸 때 너무 허위사실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글에서도 티가 나게 되고 한 두명의 글을 보는 것도 아닌 면접관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리 없다. 따라서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스펙이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글의 재료가 많아 쓸거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없는 재료를 가지고 그럴 싸하게 내용을 뽑아내는 것도 능력이며 쓸거리가 아무리 많아도 글로 풀어내지 못하면 그 또한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너무 해 놓은 것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2. 성장배경

성장배경을 묻는 것의 이면에는 본인의 가치관을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집안에서의 가정교육 분위기나 자신의 학창시절의 교우관계 등을 통해 사회에서 어울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 항목이다. 보통 이 부분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저희 부모님께서는 저를 0000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문구를 쓰곤하는데 이러한 말 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이야 어차피 일상에서 일어났음직한 일을 쓰게 되기 때문에 어느정도 허구가 들어가도 크게 상관은 없다. 다만 그 이야기가 조금 더 임팩트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사실 본인의 과거를 다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예를들면 다음과 같다.
예) 다양한 사회를 경험해 왔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지원자
추천) 저는 부모님 권유로 한국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100차례 이상 관람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고 폭넓게 접하도록 교육받았습니다. 학업에 관련된 지식도 넓힘과 동시에 평생 접해볼 수 없는 기계, 건축, 토목, 원자력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3. 학교생활

아마 인턴 지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생활을 통해 지원자가 지원한 병원의 가치나 업무 스타일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엿볼 수 있고 적극성 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의료계 사회가 좁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너무 허위사실이 들어간다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이 되는 사건은 있어야 하되 그 사건과 연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된다. 정말 아무 경험이 없는 경우 학교 조모임이나 교수님과의 면담도 좋은 이야기거리로 발전시킬 수 있고, 단순한 여행이었더라도 그 나라에서 의학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서 이야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 아무 스펙이 없지만 미국 여행은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
추천) 본과 2학년 여름방학 때 미국여행을 갔을 때 오하이오주의 대학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병원은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이전에는 응급환자들을 수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현재는 30초면 도심에서 병원으로 바로 이송이 되는 케이블카를 통해 환자들을 수송하고 있는 것을 보며 진정 실효성 있게 환자들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에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 진로 설계

진로설계의 경우 어차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이지만 추후 지원하는 병원에서 전공의를 할 생각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두루뭉술하게 쓰면서도 핵심은 드러낼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해당 병원의 희망하는 과의 의국의 분위기를 알고 있다면 그에 적절히 부합하도록 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고, 해당 병원이 실적 위주의 병원인지 아카데믹한 것을 더 선호하는 병원인지에 따라서 기업가 형, 혹은 학자 형으로 방향을 잡아서 쓸 수도 있다. 또한 본인의 학교에서 교수님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인상깊었던 말을 잘 인용해서 쓸 수도 있다. 너무 먼 미래에 대한 언급은 오히려 다시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 정도까지의 내용만 언급하고 나머지는 모호하게 쓰기를 추천한다.
예) 서전쪽을 생각하고 있는 지원자의 경우
추천) 실습 중에 외과 교수님께서 “나는 나의 환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외과에 자부심을 가진다”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 또한 제 환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아무 고민없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외과의가 되고자 최선을 다해 배우고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섣부른 선택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수련의 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많은 교수님들 및 선배 전공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조을아 기자/을지
<eulahzum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