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 시대, 의사의 역할을 말하다

건강불평등 시대, 의사의 역할을 말하다

인의협 창립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불평등의 의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30주년 맞은 인의협,
건강 불평등 주제로
학술대회 개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불평등의 시대, 건강불평등과 의사의 역할’이라는 부제로 국제학술대회를 11월 21일에 개최하였다. 하루 앞서 11월 20일에는 서울 종로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는 오후 4시부터 21일에 열릴 학술대회에 앞서서 기자들을 초청하여 인의협 선언의 의미와 국제학술대회 사전취재, 그리고 한국, 영국, 일본, 제 3세계(4개 단체)의 각 국가별 보건의료운동에 대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기자들과 국제학술대회 참가단체와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어 21일에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의료운동을 평가하고 향후 새로운 의료운동의 비전을 찾기 위한 본행사인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인의협 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의 초청연사들이 참여하여 각 나라별 의료이슈와 전망에 대해 설명하였다.
국제학술대회 개최 하루 전 서울 종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각 국가의 의료보험제도와 이 시대의 의사들의 역할에 대해 토론하였다. 간담회에는 인의협 우석균 대표와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 영국 So-cialist Health Association (SHA) 하디먼 스미스 사무총장, 브라이언 피셔 부회장, 필리핀 마닐라 의대 에델리나 델라 파즈 교수가 참석하여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어 21일에는 전날 간담회에 참석하였던 연사들과 더불어 전 세계의사협회장이자 현재 런던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Michael Marmot의 초청 강연이 이어졌다.

인의협은 아픔을 보듬는 소명을 가진 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 아래 1987년에 창립되어 지난 30년간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진료사업 및 연구조사사업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건강정보사업과 더불어 여러 간행물 및 미디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대생을 위한 사업으로는 매년 1~2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2013년 의대생토크캠프를 시작으로 모든 의대생을 대상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인의협 의대생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의대생신문에서는 국제학술대회 하루 전에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의 여러 연사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다.

 

l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민의련) 나가세 후미오 부회장 l

30년간 ‘신자유주의’제도란 명목으로 국민 의료 부담비 증가 

“현 일본 건강보험 제도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상한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한제는 환자의 입원비가 8만 엔이 넘어가게 되면 그 이상의 부담은 국가가 지게 되는 제도로 이 제도로 현재 일본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의료비는 30%정도 입니다. 하지만 1983년까지만 해도 국가가 모든 의료비를 책임져 환자 의료비 부담률은 0%였습니다. 이는 최근 30년간 ‘신자유주의’란 명목하에 환자부담률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베정부는 의료복지 예산은 축소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의료비부담 증가에 따른 재난 의료적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건강 불평등 사회에서 일본의사의 외침

“아베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며 일본 의사들과 많은 단체들은 정부에 소송 제기하며 환자의 부담률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일부 예산 관리 관계자들은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상승으로 인해 의료 부담비에 대한 국가부담률이 상승되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저하요인이 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의료단체들은 정부에게 실제적인 세금징수방법, 세금의 현실적 이용 방법 등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공의료의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의견이지만 만일 정부가 현재 투자하는 군사비와 대기업이 걷어들이는 수많은 이익의 일부가 의료복지로 환원된다면 이는 의료비 부담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l 영국 Socialist Health Association(SHA)
하디먼 스미스 사무총장 & 브라이언 피셔 부회장 l

“영국 국민이라면 일반시민이던 영국여왕이던 같은 의료를 평등하게 누린다.”

“현재 영국은 국민세금에 의한 무상의료(NHS)를 시행 중입니다. 영국의 무상의료시스템은 가장 적은 돈을 내고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라고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응급실에 내원하였건, 암을 진단받았건 모든 의료행위는 무상으로 제공받게 됩니다. 실제로 영국 의료 체계 시스템에서 의료세금 1파운드를 내게 되면 4파운드 상당의 의료시스템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며 이 제도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가 NHS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료보건 위기 속 의사로서의 역할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현재 영국 헬스케어 재정은 30%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일각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견이 일었고 이를 막기 위해 영국의사들이 거리시위에 직접 나서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영국 사회에서 의사가 옥외 집회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거리시위를 통해 정부의 의료복지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할 것을 계속해서 요청중입니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사로서 보건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결정 요인이 국민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득수준, 거주형태, 주변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의해 한 사람의 건강이 결정이 되는 것을 알아야하고, 이 모든 것들을 의사와 지자체가 항상 염두 해야만 국민 건강을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일차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치의 제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일차의료의 질이 높아져야만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주치의 제도가 이루어지면 의료전달체계의 통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밀착적인 서비스로 연속적이고 맞춤성 의료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l 필리핀 마닐라 의대 에델리나 델라 파즈 교수 l

‘의료민영화’ 끊을 수 없는 악순환

“현 정부는 ‘의료기관의 현대화’란 명목으로 의료민영화가 만연해있고, 정부는 민간기업과 의료기관의 이익금과 투자금을 회수하여 사익을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의료진에게 제대로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아 현지 의사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고, 의료기관과 의료진들이 대도시로만 집중되어 의사의 수도 극히 적을뿐더러 의료불평등은 만연해 있습니다. 또한 의약품 가격을 정부통제 없이 자유경쟁시장에 맡겨 가난한 환자는 의료행위를 제공받지 못하는 의료불평등이 더 심화되는 실정입니다.
이에 많은 의료진들과 단체들이 현대화에 반대하고,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지역사회 의료체계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료체계기반 서비스란 국민들에게 의료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환자로서의 권리를 깨우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의대생에게 하고 싶은 당부

“마지막으로 의대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의학공부를 하며 기술적인 면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에 많은 사회결정요인들도 국민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학적인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에게 공감능력을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훗날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과 조직을 모으고 뜻을 모아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