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중요한 ‘똥’이라니, 대변이식술

이토록 중요한 ‘똥’이라니, 대변이식술

소화기 내과 실습을 도는 와중이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소화기 내시경실에 있는 사람들이 유달리 상기되어 있었다. 대화 주제는 직접적으로는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암암리에 알고 있는 ‘그것’에 관한 것이었다. 환자의 가족이 멀리서부터 기차를 타고 그것을 가지고 온다던데 따끈따끈한 그것을 어떻게 가지고 올 것인지, 전날 섬유소가 너무 많은 음식을 먹었으면 정제(?)하는데 조금 힘들지 않을지, 그것을 가지고 환자에게 어디서 시술을 할 것인지, 일반 병실은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으니까 격리 병실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라든지 그것의 향방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서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변 혹은 분변이며 그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대변을 이식하는 일명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다.

 

개똥도 약이 될 수 있다?
대변이식술이란

대변이식술은 Clostridium difficile 이라는 균의 감염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정상적인 세균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병원에 입원하여 항생제를 장기간 사용하여 세균총의 균형이 깨진 사람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이 균에 대한 감염은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발열이나 설사와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다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대변이식술은 대변에 포함되어 있는 정상적인 세균을 이식하여 정상 세균총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다.
대변을 이식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근위부 대장에 주입하는 방법, 관장이나 직장관(rectal tube)를 통해 원위부나 하부 위장관에 주입하는 방법, 콧줄(nasocgastric tube)을 통해 상부 위장관에 주입하는 방법 등이다. 방법과는 상관없이 이식술을 시행하는 과정은 유사하다. 환자가 대변을 받을 수 있는지 적합성을 평가하고, 동의를 얻고, 대변을 기증할 기증자를 찾은 뒤 항생제를 끊은 후 이식을 받는 것이다.

 

아무 똥이나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대변 이식의 조건은

대변 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나름의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Workgroup라는 단체가 제시한 지침을 따르고 있다. 대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재발성의 CDI 환자 중에서도 적어도 3번 이상의 중증도 혹은 심각한 정도의 CDI를 겪은 사람이어야 하며 vancom-ycin이라는 대부분의 균주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를 상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낫지 않는 심각한 정도의 환자여야 한다.
대변은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 있어 미국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변 은행’이 설립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가족 구성원의 대변을 받는데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여 비슷한 병원균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의 대변을 받는 것은 새로운 병원균을 받는 위험성을 낮출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은 어떤 사람의 대변을 받건 간에 중요한 절차이다.

 

똥을 개끗하게,
대변을 정제하는 방법

대변 이식술이라 하여도 배출된 대변을 바로 이식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변은 배출된 지 24시간 이내의 신선한 대변이야 하며 6시간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대변은 일정량 이상이 필요하며 필요한 양만큼의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전날 밤에 하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채취된 대변은 동결건조 시킨 후 믹서기를 이용하여 갈아 거즈에 거른 후 물과 식염수와 같은 용액과 충분히 섞어 주어야 한다. 이 때 믹서기는 우리가 사용하는 바로 그 믹서기이며 대변 이식을 위해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변 이식술의 치료 성공률은 놀랍게도 90퍼센트 이상으로 매우 좋다. 아직까지만 일부 기관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시행 기관과 치료 범위도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상상할수록 느낌이 찝찝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니 화장실 물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쯤 뒤를 돌아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