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알아보는 ‘권역외상센터의 어제와 오늘’

한눈에 알아보는 ‘권역외상센터의 어제와 오늘’

아덴만 여명 작전부터 북한군 귀순 사건까지

2017년 11월 13일. 한 북한군이 판문점을 넘어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 육군의 총격을 받고 대한민국 국군에게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귀순병은 어깨 2발, 복부 2발, 허벅지 1발 총 5발의 총상을 입고,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되었고, 두 차례의 수술을 거쳐, 현재 빠른 회복으로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이국종 교수와 해당 의료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상태이고, 이와 더불어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는 이에 대해 지난 6일 중증 외상 의료 지원 예산을 212억 증대하였으며, 각 정당에서도 중증 외상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국민들의 외상 의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이국종 교수
‘기생충 브리핑 논란’

하지만, 이국종 교수의 치료 과정에 대한 비판 또한 있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1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국종 교수의 기생충 관련 브리핑과 관련해 북한 병사가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의료법 제 19조(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의료업무 등을 하면서 알게 된 타인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는 것을 금지한다.)를 어겼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김종대 의원은 배리 맥기어리 사건까지 내세우며 이를 주장하였지만 환자를 살리는 부담감만으로도 힘든 이국종 교수에게 지나친 비판이라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의견은 분분하나, 회충 감염은 치료 과정에서 참고해야 하는 것이므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권역 외상센터의 과거와 현재

현재 관심이 뜨거운 ‘권역외상센터’ 제도가 실시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권역외상센터란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과다출혈 등의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 도착 즉시 응급 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365일 24시간 제공하는 외상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그 기원은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여 세간의 관심을 얻은 이국종 교수는 중증 외상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이에 따라‘이국종법’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응급의료법의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2017년까지 1600억원을 투입하여, 전국에 16개의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후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중증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 개선을 위해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첫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외상센터가 부재한 국가로 유일했다. 외상 치료 수준의 지표로서 사용하는 예방 가능한 사망률(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했을 환자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35% 정도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15~20%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2012년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된 이후로는 2015년도에는 30.5%로 감소하였으며 정부는 2020년도까지 20% 아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5개 병원 지정을 시작부터, 2017년 진주경상대병원 선정까지, 현재 총 17개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되었고, 이중에서 9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후, 권역외상센터의 예산
212억원 확대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의료진의 어려운 생활과 이로 인한 기피 문제도 함께 떠오르며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기획재정부에서 밝힌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에 따르면, 중증외상의료 지원 예산을 정부안 대비 212억이 증액되었다고 한다. 외상 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한 권역 외상 센터 지원 확대 예산이 601억원으로 201억원이 증가하였고, 응급의료 전용헬기 확충 비용을 154억원으로 11억원이 증가하였다. 증액된 예산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인건비 지원 확대 (간호사-124억, 의사-68억, 총 192억), 응급의료 종사자 대상 외상 전문 처치술 교육 지원 (5억원), 외상 종합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3억원)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송 체제 문제,
골든 타임 놓칠 수 있어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증가하였으나, 권역 외상센터의 확대만으로는 예방가능한 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중증외상센터가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중증외상센터로 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소방청의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따르면, 중증외상의 기준에 해당되는 경우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하되, 치료 가능한 가까운 지역 응급 의료 센터로 이송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적게 걸리는 근처 지역 응급 의료센터로 환자가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이송 시간만 늘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닥터헬기 야간운행 못하면
필요성 떨어져

이번 예산 확대에 포함된 닥터헬기에 대한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일 국회에서 이국종 교수가 예산안에 대해 밝힌 입장 중 “야간 비행을 하지 못하면 닥터헬기가 필요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6개의 병원에서 닥터헬기가 운영 중이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소형 1대를 중형으로 바꾸는 데에 10억원, 1대를 더 늘리는데 약 11억원을 증액했다. 하지만, 야간에는 운행이 불가능한 운송 체제에 헬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9월 30일, 전북 전주에서 김모군(2)은 견인차 교통사고로 인해 골반 골절과 장기 손상을 입었지만, 지역응급 의료센터로 이송된 뒤에도 인근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를 거부하여, 7시간이 지난 정오가 되어서야 아주대 병원에 도착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닥터 헬기를 갖추지 못한 아주대 병원은 경지소방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원을 요청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송 체계의 개선 없이 권역외상센터의 지원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국종 교수의 ‘자괴감’

방송사의 중계 중단으로 논란이 되었던, 2차 브리핑에서 이국종 교수는 ‘자괴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환자를 살리는 부담감이 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의견들로 인해 더욱 힘들었던 이 교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귀순군은 팔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지만, 이 교수는 팔 없이 남한에서 살아갈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팔을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이렇게 환자를 위한 마음이 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상황으로 어려워 하는 의사는 비단 이국종 교수만은 아닐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와 체계의 튼튼한 구축으로 환자의 치료에 오롯이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임채린 기자/가천
<cl_mak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