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과전문대학원 설립, ‘교육기관’을 만드는 과정

해당 기사는 122호 <공공의대 신설, 의료인력 공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후속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지역갈등 간신히 일단락
-촉박한 설립 시간에 의전원 선회
-설립 목적에 상응하는 시스템 및교육과정 구축에 대한 논의 반드시 필요

지난 4월 11일, 더불어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과 자원을 바탕으로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통해 폐교된 서남대 의과대학의 자원을 다시 활용하고, 공공의료만을 위한 새로운 의료인력을 양성하여 의료균형발전과 의료격차 해소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서남대의 폐교와 맞물려 인접한 지역에 의과대학을 유치를 진행한 여러 대학교들의 노력으로 계획 발표 전부터 전남, 전북 지역은 의료시설의 유치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 지역에서는 순천대학교 및 목포대학교가 자교 내 의과대학 유치에 힘을 썼다. 목포대학교는 정부예산 3억원을 책정해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에 나섰으며, 이에 대응하여 순천대학교 역시 순천시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3억원을 확보하며 유치경쟁에 발빠르게 움직였으나, 보건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북 남원 지역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2022년까지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잠정적으로는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공식화되자 서남대 폐교로 침체돼 있던 전북 지역은 ‘환영’하고 있는 반면, 의대 설립을 적극 추진해온 전남대 지역 대학들은 ‘아쉬움’을 내비쳐 희비가 갈렸다. 전북 지역 인사들은 “서남대 폐교로 상실감에 빠진 전북도민들과 남원시민들이 이 같은 결정으로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만큼 이를 위한 관련 법률 제정 등 절차가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원 지역에서 남원의료원을 국립으로 승격하고 남원에 설립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의 거점병원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국가적인 필요에 의해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원이 설립되면 지리산권의 공공의료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남원의 도립의료원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임을 언급했다. 국회 보건복지부 김광수 의원은 “의과대를 가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 등의 사례를 보면, 대학과 병원이 같은 지역에서 연대할 때 그 효용성이 극대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8월 1일 교육부가 실시한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심의위원회에서 4년제 의과전문대학원 설치를 골자로 한 국립공공의과대학원 설립안이 찬성 9, 반대 3으로 의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공공의대가 대학원의 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됨과 동시에, 정부는 4년제 의과전문대학원의 실습병원으로 서울국립중앙의료원을 이용할 것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에서는 의과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체제는 실패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이다. 의전원 발의 초기에 41개의 의과대학 중에서 27곳이 채택했던 의전원 체제를 현재까지 유지하는 대학은 단 3곳이며, 이마저도 2021년에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국립공공의료대학의 설립을 지지하였으나, 공공의대의 설립시기의 앞당기고 예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국회에서는 기획재정부의 4년제 의전원 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추계에 따르면 6년제 국립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설립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3100억 원이 넘는다.
체계적인 공공의료 교육과정의 운영을 생각하면 6년제 대학 체제가 맞으나,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1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건물과 부지 확보 문제와 개교 전까지 5년이라는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남원시는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의사협회도 반대하고 전북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남원시는 실습병원의 분원화를 목표로 정부의 계획을 따른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의료원이 공공의대 재학생 실습 및 졸업생 수련 지도의 상당수를 책임지게 되면서 수도권 및 대도시의 의료시설 편중 현상을 해소하자는 공공의대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게 되었다. 남원 지역이 이론 수업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등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서울중앙의료원에서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수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이해관계를 떠난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신설 이후 관리가 더욱 더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의전원 신설 이후 자원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공공의대 신설만으로는 의료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보건의료제도 차원의 공공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다른 의대들과는 차별되는 ‘공공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특별히 더 요구되는 조건들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에 대해 편성하는 것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강현우 기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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