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예방의학을 알아보았다. – 예방의학교실 오창모 교수님 인터뷰

지난 11월 18일 젊은 의사 포럼의 의대생신문사 설문지에 과반수의 의대생들이 국내·국외진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투표해주었다. 순간 예방의학이라는 키워드가 번뜩였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학문인 예방의학을 탐구해보고 정보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교 경희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오창모 교수님께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Q. 교수님께서 예방의학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사실 기초의학 자체에 관심이 있었어요. 환자를 보거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것보다는 혼자 깊게 연구를 할 수 있는 과를 찾아보다가 예방의학을 택하게 된거죠. (그렇지만 막상 와보니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분야도 존재한다고 하셨다.)
Q. 교수님께서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시나요?
A. 저는 정말 다양한 걸 연구하고 있는데 주로 추세변화에 관심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갑상선암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을 알아보는 거죠. 다른 연구자분들과 협력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요. 자살 예방 정책이 자살률에 끼친 영향, 직업환경 의학과 교수님들과 연계하여 휘발성유기화학물, 중금속들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들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사실 같이 연구하자고 하면 뭐든지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Q. 그러면 예방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직업환경의학과는 병원 소속으로 ‘환자를 보는 것’이 주에요. 직업병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특수건강검진을 담당하고 있죠. 예방의학은 ‘연구’가 주에요. 예방의학은 역학, 환경의학, 의료관리학 이렇게 세개의 파트로 크게 나눠져요. 직업환경의학과는 벤젠 같은 유해물질을 다루는 환경에서 ‘환자’에게 중금속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알아보는데 여기서 환경의학은 특수환경 근로자가 ‘일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속의 영향을 연구해요.
Q. 예방의학은 환자를 전혀 보지 않나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서울대 공공의료 사업팀에는 임상예방의학이라는 분야가 있어요. 몇몇 분들은 임상예방의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사실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요. 임상 쪽에서는 내과랑 가정의학과 교수님들만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에요.
Q.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네요?
A. 네 그렇죠. 역학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분들은 유전역학, 분자 역학, 사회불평등에 관련한 사회역학 등이 있고,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가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먹는 것에 관해 분석하는 영양역학, 감염역학, 만성병역학 등등 정말 많아요. 그래서 다른 교수님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 지 저도 잘 몰라요.
Q. 전공의 과정을 할 때 세부전공을 미리 택해서 들어가는 건가요?
A. 예전에는 내과처럼 미리 세부전공을 정하는 편이였는데 요즘에는 일단 일반 예방의학자로서 배우면 좋은 것들을 모두 배운 뒤 전공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뉘는 편이긴 합니다.
Q.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는 언제부터 감이 오나요?
A. 저는 거의 펠로우 과정을 할 때 제가 관심있는 분야를 찾게 됐어요.
Q. 분야가 너무 다양해서 오히려 결정하기 힘들 것 같아요. 예방의학에 관심은 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공부를 해야할지 모르겠는 의대생들을 위한 추천 활동이 있을까요?
A. 따로 활동보다는 예방의학의 장단점을 명확히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큰 단점은 다른 과보다는 페이가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고, 수련과정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이에요. 전공의들이 많지도 않고 교수님마다 하고 있는 일이 다양하다 보니까 지도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따라 배우는 것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예방의학 자체가 정체성이 흐려지는 문제가 있는데 저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단점이자 장점인 거죠.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서 연구할 수 있고 다양한 걸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요.
장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직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예시를 들어주셨다.) 두번째로는 전공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이 많은 편이에요. 예방의학은 전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아요. 대부분은 교수를 많이 하는데 보건관리대행, 질병관리청같은 공직자리, WHO 같은 해외를 가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어요. (그렇지만 단점이 크다고 하셨다…)
Q. 그러면 국내에서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기관에서 일할 확률이 높나요?
A. 네. 예를 들어 국립암센터나 국립중앙의료원에 가서 우리나라 정책과 관련된 과제들을 다루기도해요. 응급의료 관련 정책을 다루기도 하는데, 응급의학과 교수님들은 임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시는 반면 예방의학은 보건관리학적 측면에서 정책들을 세우고 근거자료들을 만드는 일을 해요.
Q. 다음으로는 제가 가장 궁금했던 질문인데요, 의대 졸업 후 예방의학자가 되는 것과 일반대학원인 보건대학원을 전공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A.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예방의학 정체성이 없다는 게 그 부분이 가장 커요. 예를 들어 정형외과 의사는 허리수술을 할 수 있다는 특수한 분야가 정해져있는데 예방의학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생각나는 건 없네요. 의사라는 라이센스를 가지고 일을 하므로 의학적인 백그라운드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더블보드를 따시는 분들도 많아요. 내과를 전공하시고 예방의학을 전공하면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들거든요. 레지던트 과정 이후 보건대학원에 가시는 분들도 계셔요. 굉장히 경쟁력있어지는 것이죠.
Q. 아까 WHO에 대해 잠깐 언급해주셨는데, 예방의학 전공을 하면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많이 걷을 수 있나요?
A. 국제보건쪽은 저도 경험이 없어서 잘은 말 못하겠지만 일단 국제보건을 하시는 분 중 예방의학 전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조금 유리한 것 같긴 해요. 그런 사례가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전공을 따더라도 해외네트워크를 만든다든지 WHO로 가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그럼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예방의학에는 통계가 많이 나오는데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예방의학 전공을 택해도 될까요?
A. 통계는 도구일 뿐이라서 어려워해도 큰 영향이 있지 않아요. 요즘에는 프로그램이 잘 나와있어서 데이터 특성을 잘 알고 데이터 전처리를 한 뒤 bias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착각되는 예시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데이터 해석을 잘 할 필요가 있어요. (WHO 국제암연구소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암 순위와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자료가 왜 다른지 설명해주셨다.) 정리하자면 통계의 원리, 결과, 해석방법 정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이런 능력 외에도 예방의학자로서 가져야할 소양이나 덕목이 있나요?
A. (한참을 고민하셨다) 되게 어렵네요. 예방의학을 추천하는 경우를 말해 볼게요. 질병의 원인과 궁극적인 것을 막는 데 관심이 있거나 어떤 요소들을 변화시키면 추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환자 개개인의 관점보다는 전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관심있으면 추천해요. 이 밖에도 병원 외의 활동들에 흥미가 있으면 잘 맞을 거에요. 예를 들어 WHO같은 국제기구, 환경과 건강과의 관계, 이외에 문과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법령, 제도, 체계, 경제, 질병부담, 비용효과분석, 신약개발에서 치료효과와 비용 비교 등)
Q. 교수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아까 말했듯이 제가 추세변화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망원인이 폐렴이랑 패혈증이거든요. 이런 감염의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고있는지 파악해보고싶어요. 두번째로는 환경적요인이에요. 교과서적으로는 중금속과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 사실 일상생활에선 그렇게 크진 않아요. 예를 들어 다른 관점에서는 내분비교란물질들을 고려해도 생선을 먹는 게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좋거든요.
Q. 마지막으로 의대생신문사 독자분들께 하고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의대 생활에서 공부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으실 거에요. 공부가 제일 중요하지만 예과때나 방학에 다양한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또한, 대부분 의대생들은 임상의사를 꿈꾸겠지만, 예방의학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기억해두시고 환자를 치료하실 때 예방의학적 측면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류한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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