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대생들의 과 선택에 걸림돌이 되기도

 

2021년 8월 31일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이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료법 제38조 2)으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23년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CCTV를 설치해야 하며 의료인과 환자의 동의 없이는 녹음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법안은 원래 수술하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대리 수술이나 수술방에서 환자를 희롱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촉발되었다. CCTV를 설치함으로써 의사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수술에 임할 수 있기에 대리 수술과 환자에 대한 성추행은 예방할 수 있는 전망을 보인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야 녹음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범죄, 공소, 의료분쟁 등과 관련되어 CCTV 영상이 필요할 경우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의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CCTV 영상은 의료인에게 객관적인 방어자료가 되고 환자에게는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점들은 영상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과 판단이 이루어졌다는 전제가 바탕이 되어야 얻을 수 있다. 영상의 한 장면만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나쁘게 해석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객관적인 해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CCTV가 설치되어 나의 행위를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누군가 나의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이것이 때로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에게 대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의료인을 주춤하게 할지도 모른다. 의료인들은 영상이 어떻게 해석되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깔끔한 수술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의료의 발전에 이로운 일인지에 대해는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남는다.

 

CCTV 설치는 하나의 커다란 바위가 되어 의과대학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라는 물줄기를 막을 것이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위해 했던 선택이 어떻게 영상에 남아 해석되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보고자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과를 선택할 것이다.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 계열뿐만 아니라 수면 마취 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내시경을 할 경우 등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하므로 내과 또한 지원율 감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뜩이나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미달인 상태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지원율 및 중도 포기 현황>에 따르면 외과 지원율은 2016년부터 2020년도까지 90% 안팎에 맴돌고 있고, 흉부외과는 40%~60% 정도의 지원율을 보인다. 산부인과는 2018년부터 미달하여 80% 중후반대의 지원율을 보인다. 낮게 측정된 의료 수가와 쉽지 않은 수술에도 불구하고 해당 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명감과 자긍심이 만들어낸 지원율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그 사명감과 자긍심을 키우는 데 작지만 강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CCTV 설치에 대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한 병원도 많다. 강제보다는 자발성에 바탕을 두었으면 어떠하였을까. 이 법안이 촉발된 본질적인 이유였던 대리 수술, 환자에 대한 성희롱 등의 문제는 의료인이라는 직업보다는 사람의 인성적인 측면의 문제로 두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간에도 환자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의료인을 신뢰하고 의과대학 학생들의 순수한 꿈과 사명감을 응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가현 기자/경희

<samedi00@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