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과 범죄, 그 처벌은?

정신질환과 범죄, 그 처벌은?

정신질환 혹은 정신적 결함을 가진 자가 범죄를 저지른다면, 범죄의 책임이 감소하는가?

최근,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의 범인이 10대 소녀 A양이라는 것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현재 구속된 A양은 서울국립정신건강센터 감정 결과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관심 및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어려움을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정신 질환 혹은 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은 계속 있어 왔다. 대부분의 재판에서, 죄의 양형에 고의성 여부는 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정신적 결함을 가진 범죄자의 경우, 자신의 행위가 고의가 아닌 자신의 정신적 결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범죄자를 심리할 때, 법에서의 정신질환은 무엇인지, 정신적 결함이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양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논의점이 많다.

현행 형법에 정신장애의 범위 정확하지 않아

우리나라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인으로서 정신장애를 뜻한다. 그러나 현행 형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정신장애에 속하는가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정신장애의 유형을 열거하는 규정을 둔 입법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독일 형법 제20조는 정신장애를 병적 정신장애, 심한 의식장애 또는 정신박약, 기타 중한 정신이상으로 규정한다. 프랑스 형법 제122-1조는 정신장애, 신경성 장애로 규정하며 오스트리아 형법 제11조는 정신병, 정신지체, 심한 의식장애 또는 이에 상응하는 다른 중한 정신이상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판례에 심신장애의 유형을 드러내고 있는데, 통상 정신병, 정신박약, 비정상적 정신 상태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정신병에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등을 원인으로 하는 내인성 정신병과 뇌손상, 간질 등으로 인한 외인성 정신병이 있으며 정신박약은 백치와 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선천적 지능박약을 의미한다.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는 심한 의식장애가 있다.

정신 장애와 범죄의 연관성은?

이러한 정신 장애는 범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정신 장애와 범죄와의 관련성은 논란이 많지만 정신질환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최근 뇌신경과학의 발달에 따라 정신장애가 뇌신경계의 손상이나 장애의 산물일 수 있으며 주체로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는 책임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신 이상자에 관한 법적 기준으로 ‘Durham 기준’이 대표적이다. 1954년 미국에서의 재판에서 피고 Monte Durham은 강도를 범했지만 그의 행위를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1심 법원은 이 항변을 거부하고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불법 행위가 정신질환의 산물이라면 형사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Durham 기준은 미국 내 일부 주에서만 채택되었으며 1972년 이후에는 더 이상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후에 네바다 주 대법원은 정신장애의 항변을 피고인의 살인 고의를 부정하기 위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의도적인 살인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는 근거를 따라 무죄임을 다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 장애가 범죄의 책임을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현대 뇌영상기술의 발전에 따라 뇌영상 자료가 재판 과정에 활용되면서, 이를 근거로 정신 장애가 객관화되었다. 그러나 뇌영상 자료에서의 뇌 기능 손상이 피고의 행위와 관련된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법적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피고의 뇌의 기능이 아니라 당시의 행위이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정신 장애가 당시의 행위의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백명훈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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