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연이은 책임 회피에 지속되는 의료계 “폭탄 돌리기”

이화의료원지부 “등쌀”에 사건 관계 의료인들 “눈쌀”

일각에서는 의료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반영된 의료보험제도의 강구 촉구

브리핑은 누구에게가장 먼저 알려줘야 합니까? 유가족입니까, 언론사입니까? 브리핑한다는 얘기 듣고 부랴부랴 찾아온 거에요.”

2017년 12월 16일, 이화여대의료원소속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내에서 미숙아 4명에게 연이어 심정지가 일어나고 잇따라 전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사안은 전날 맞은 지질영양제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다. 수사 과정에서 낮에 근무하는 신입 막내간호사가 혼자 7병의 분주(용기에 들어있는 약품을 나누어 주사하는 행위)를 맡은 것이 드러났으며, 주사 준비자와 투여자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간호지침 또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분주 관행은1993년 이대목동병원 개원시부터 행해지고 있었다. 이 관행은 개원 초 환아 한 명당 주사제 2병을 매일 투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이후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의료계 일부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보험 수가 정책으로 인하여 남은 약품을 폐기하면 병원 측에서 금전적인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심평원이 1주일에 2병까지만 보험 수가를 인정하던 정책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0년 병원의 처방이 ‘환아 1인 당 매일 1병씩’으로 바뀐 다음에도 분주 행위가 지속된 것은 이대목동병원이 환아 당 매일 1병씩 투여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여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해왔다는 의혹을 낳게 하였다. 나아가 ‘25년 관행’의 관성에 의해 영양 주사제의 성분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지침서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진술 역시 이대목동병원의 부실한 관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의료사고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대목동병원은 사고 그 자체로도, 미숙한 사후 관리로도 범국민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어지는 언론 후속 보도들에 국민들과 의료진 사이에 신뢰 관계에는 금이 갔으며, 국민은 공분하고, 유가족도 울었지만, 이에 대해서 사건 담당자들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보도’ 연재 시리즈의 정정 보도문의 일부이다.

“본 방송은 지난 1월 5일 <jtbc 뉴스룸> 프로그램 「신생아 숨진날, 하루종일 자리 비운 당직 의사」, 10일 「신생아 사망 날, ‘전화 처방’만 …당직 지침도 없어」 제하의 보도에서 “이대목동병원 NICU 담당 의사인 강 씨가 사건 당일 응급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까지 자리를 비우고 ‘전화 처방’ 만 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당직 의사 강 씨는 사건 당일 출근하여 오전과 오후 사망한 환자들을 회진하고 진료하였습니다. 따라서 강 씨가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돌팔이 의사’가 되어버린 이대목동병원 당직교수들은 그렇게 3달이 지나 ‘누명을 벗게’ 되었지만, 텔레비전에 보도된 오보를 인터넷에 옮긴 기사에만, 사과조치도 없이 기재된 언론사의 ‘사실 관계가 확인된 정정보도’는 당직을 선 의사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국민들이 정정보도를 확인할 틈도 없이 일주일 가량이 지난 4월 4일사건에 연루된 의료진 3명이 주의의무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건은 기름에 물 붓듯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의사협회 최대집 당선인은 이에 대해 “관리, 감독 소홀이라는 애매한 이유로 교수 2인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담당 의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행태로서 대한민국 의사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의 입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TV조선은 ‘이대목동병원, 환자 죽어나가는 ‘중환자실’서 ‘야식’파티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간호사들이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날 중환자실에서 컵라면과 김밥 등의 야식을 먹었다는 점이 공격성 보도로 방영되자, 간호사회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서울대병원 최원영 간호사는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으면 김밥이나 컵라면을 찾는 현실에 이를 ‘야식파티’ 등으로 표현한 것은 열악한 근무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간호사는 “식사시간이30분밖에 안돼 병원 내 식당에서 5~10분 만에 마시듯이 먹고 나온다. 환자 상태에 따라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 놓고 병실로 달려가는게 일상”이라며 “식당 갈 여유도 없으면 병실 앞 스테이션에 있는 작은 휴게공간에서 컵라면이나 토스트 등으로 떼운다”고 전했다. 그는”통상 환자 감염이나 위생 문제가 우려되는 곳에서는 먹지도 않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의 당사자인 의사와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직업군을 둘러싼 공격성 보도에 대한 억울함과 사명감을 내려놓고 싶은 허탈감을 신원하는 가운데 신생아 사망 사건의 근본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병원의 인력, 수가, 제도의 문제로 꼽는 의견이 일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회)는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실은 한 명의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가 15명의 미숙아를 담당해야만 겨우 적자를 면할까 말까하는 수준으로 보험수가가 책정되어 있다”면서 “간호사도 한 명이 미숙아중환자 4명을 담당해야 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강현석 교수 또한 “이대목동병원은 전공의 6명이 돌아가며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을 커버했다고 알려졌는데, 미국 병원 같았으면 교수도, 전공의도 이거 안전하지 않으니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어떻게든 신생아 중환자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비극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소청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이하 건보회)가 검토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수년간 허술하게 유지된 보험제도의 민낯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며 건보회를 맹비난했다. “자신들의 능력에 넘치게 국가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함부로 했기 때문에, 그 결과 가엾은 아이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다”면서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직접 가해자들이므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제도로는 미숙아들에 대한 의료진들의 열정과 사랑만으로 생명을 더 이상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의료계 내의 책임 전가로 유가족들의 사투는 길어지고 있다. 병원 측의 과실로 사건의 전말이 기울어진 가운데 진료기록은 병원이 작성하고 보관하게 돼 있기 때문에 유가족 입장에서는 어느 내용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 알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입증 책임의 원칙이 있어 유가족이 의사의 영역에 관련하여 과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에 법적인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의료계의 입장에서는 모든 과실이 병원측에 있는 것이 확실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물어야할 천문학적인 금전적, 인적 피해에 대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미 문병인 이화의료원장은 19일 환자 급감으로 인한 자금수리 악화로 인하여 모든 전임 교수에 대하여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급여의 20%를 지급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사건에 대하여 그 누군가가 시인하는 순간 관련된 수백명의 생업이 달린 문제에 “내가 보상하겠소”라고 선뜻 말할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경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전한 시스템 하에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자 피해자 유가족들과 신생아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문일 것이다.

 

강현우 기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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