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료의 3가지 키워드 잡기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요즘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노출이 되면서 의료계에도 통일의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나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남북하나재단과 통일보건의료학회 등 관련 단체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도 자주 열리게 되었고,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의대협) 산하 단체인 북한의료인권세미나 MedThink의 1차 세미나의 참석자도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호에서는 그런 높아진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북한의료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준비하였다.

북한은 현재 사회주의를 벗어나 주체사상에 입각한 정치노선을 표방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보건의료 이념이라고 하면 모든 인민들을 위한, 국가에 의해 통일된, 무상 의료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특히 무상치료제와 예방의학, 호담당의사제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1. 무상치료제

북한의 무상치료제는 1946년,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북한 체계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회보험법’에 근거하여 시작되었다. 6.25전쟁의 발발 이전 북한 정치체계에서 1당 독재체제가 아직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리고 6.25 전쟁 이전 국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되기도 한 이 정책은 53년경 모든 주민이 무상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공산권의 몰락이 일어나며 북한의 무상치료제에도 위기가 오게 되었다. 70년대 말부터 주체농법을 실시함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감소되어 90년대에 본격적인 식량난이 찾아왔고, 무역 생산량이 감소되어 경제난이 심각해지며 고난의 행군 시기가 찾아왔고 당연하게도 무상치료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 내 감염성 질환이 급증했고 영유아/모성 사망비가 증가했고, 의료기기는 70년대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또한 의료기술 측면에서는 김일성에 의해 주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고려의학(한의학)과 의학이 공존하게 되고 외부에서의 신기술과 지식 습득이 늦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명목상으로는 무상치료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이상한 형식인데, 의사와 환자가 둘 다 먹고는 살아야하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가 상부상조하는 체제가 되었다. 예를 들면 환자가 병원에 가면 돈이 없다고 진료를 안 봐주지는 않지만 뭘 내야 의사가 손끝네 힘이 가서 잘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진 것이 없거나 인맥이 없는 경우에 대해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을 통해 적절하지 않은 민간요법이 전해지고 있다.

 

2. 예방의학

우리나라에서 예방의학이라고 하면 국민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 보건 정책, 환경의학 등을 포함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예방의학은 ‘인민보건법’에 따르면 질병에 걸리기 전에 대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구소련의 방식을 차용한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당연하게도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대중들의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평상시의 건강을 적절한 진단과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기반시설부터가 잘 되어있지 않아 간단한 검사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탈북한 최 모 선생님에 의하면, 특권층들이 모여 사는 평양을 제외하고는 수도와 전기부터가 되어있지 않으며 북한 제 2의 도시인 청진조차도 그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거기에다 위에서 언급한 70년대에 머물러있는 의료기기와 기술이 합쳐져 북한에서는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의료에서 ‘진단’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X-ray 검사도 상당히 노화되어 엑스레이 촬영부가 고장이 나 소용이 없거나, 많은 경우에는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전압이 낮아서 변압기를 이용하여도 질 낮은 전기로 인해 X-ray 사진이 그저 시커멓게만 나오는 상황이라고 한다. 더 고가 장비인 CT나 MRI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 전역에 CT는 단 5대 있으며 지방에는 당연히 없는 상황인데, 우리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이라면 CT는 다 갖추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심각하다. 실제로 북한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CT 장비이다. 영상 검사 이외에도 다른 것도 마찬가진데, 수혈을 하려고 해도 혈액형 판단을 위한 검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혈 부작용이 흔하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혈당 측정기도 매우 희귀하며 심지어 상수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염 질환에도 늘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검사 이외에도 환자의 질병 양상도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데, 워낙 합병증이 많고 영양 상태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진료를 할 때 환자를 문진하고 신체 검진을 하여 추정 진단을 생각하는데 그 임상 증상들이 교과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추정 진단을 잡아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렇게 환자의 건강 상태를 미리 파악하여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질병이 생기고 난 후 치료도 매우 적절하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입원 치료의 의미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약품이 없기 때문인데, 예상하다시피 북한의 부패지수는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약품 등의 의료지원을 국제 사회에서 한다 하더라도 정작 그것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돌아가지 않아 자기가 입원 치료를 받는데도 필요한 약품들을 장마당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렇기에 약품의 품질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중국산이나 UN제, 대만이나 인도산 약품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나오게 된다. 그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산 약품인데 중국산 약품 중에서도 북한에 들어오는 것들은 정상적인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 밀수입되는 경우가 많으며 약품들도 단위별로 균등하게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약을 사용하다가 허탈에 의한 사망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지혈제의 경우 중국제의 경우 12개를 써도 피가 멎지 않는데 다른 나라에서 만든 지혈제의 경우 한 대면 피가 멎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절한 의약품이 없으니 입원 치료는 그저 집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 잠시 있다 오는 것이 될 뿐이다.

 

  1. 호담당의사제

의사담당구역제도라고도 하는 호담당의사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지역을 구역별로 나누어 의사마다 구역을 맡아서, 구역 내의 환자 치료 및 위생선전이나 소독, 예방접종과 검진 등을 모두 처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1~3차병원과 유사하게 여기에도 체계상으로는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적은 의사 수로 그 구역 내의 모든 인원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불가능하여 준의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다. 준의는 의과대학 통신학부 교육과정(우리의 사이버대학과 유사)을 통해 속성으로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는 과정으로 의사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아무래도 정규 교육을 받은 의사와 비교하여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상황 속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자격기준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호담당의사제라면 마땅히 담당 의사가 그 지역의 모든 거주민들의 건강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의료적인 문제 이외에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도 그것이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성병과 마약이 있다. 북한 이외에도 사실 성병이나 마약 문제가 대두되는 나라가 몇 군데 있으나 이것 또한 원인이 다 있는 문제이다. 마약의 경우 북한 주민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마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으며, 만에 하나 그것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아무리 정부에서 금지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구해서 마약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수십년의 좌절과 절망에 강력한 국가의 감시체계까지 더해져 그들에게는 마약과 같은 강력한 현실도피의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북한의 경우 삶이 매우 불안정하다. 당장 어느 날 말을 잘못 실수하여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하지 않고 김정은이라고 불렀다가는 그 순간 그들의 삶은 끝나버리며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더라도 한 순간의 화폐개혁을 통해 사라질 수 있는 사회이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고 내일이 없는, 오늘만 사는 사회가 오늘날의 북한 사회이다. 그런 상황에서 호담당의사제는 절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고 해당 구역에 대해, 맡은 환자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게 된다.

 

북한의 의료에 대한 것은 위의 3가지 제도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당장 우리나라 의료만 해도 제도 3가지 정도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따라서 북한의료에 혹시 관심이 있다면 관련된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따로이 공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가지 소개를 해 보면, 북한의료세미나 MedThink에서는 학기별로 북한의료 관련 책을 선정해 읽고 비정기적인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정리해두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유하고 있고, 가을에는 연례 세미나로 ‘메드띵크 데이’를 준비중이다. 이외에 6월 15일에는 보건의료 현장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상호이해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통일보건의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진행되기도 한다. 북한 관련 이슈의 접근에는 의료라는 단일 주제 뿐 아니라 다방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꼭 필요하여,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정보의 습득이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한반도문제연구회나 통일평화연구원 등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보거나, 통일부를 통한 북한 관련 자료 열람(북한 영화나 신문, 방송 등도 열람할 수 있다)도 좋은 방법이며 자유아시아방송의 뉴스나 여러 언론사의 대북 이슈 보도를 꾸준히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진형 기자 /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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