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뇌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뇌 가소성에 관한 것이다. 뇌 가소성이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신경 세포의 기능과 화학적 특성, 또는 구조를 변화시키는 신경세포의 능력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뇌과학’을 어렵과 복잡한 학문으로 인식한다. 이에 대하여 작가 샘 킨은 책‘뇌과학자들’에서 뇌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뇌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뇌 가소성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샘 킨의 책 ‘뇌과학자들’의 내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 책은 뇌가 손상된 환자들로부터 뇌과학 통찰을 얻은 뇌과학자의 이야기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과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저자 샘 킨은 뇌에 생긴 작은 결함이 기묘하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주목하고 뇌의 각 영역들이 수행하는 기능을 소개하며 어떤 연유로 기묘한 환자들이 생기는지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풀어낸다. 또 기이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하고 실험한 뇌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뇌 영역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밝힌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후천적 시각 장애인인 제임스 홀먼(James Holman·1786~1857)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홀먼은 발을 절고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 여행가이다. 20대 초반에 불치의 병을 얻었고 회복을 위한 요양 중에 시력을 상실한 그는 손, 즉 촉각을 이용하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였다. 결국 그는 반향정위에 숙달하면서 세계 여행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이는 신경과학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저자는 전한다. (반향정위란, 자신이 낸 소리의 반향 음파를 받아 정위하는 것을 말한다. 청각정위라고도 하며 고주파의 단속적(斷續的)인 음을 발사하여 이것이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면 반향음을 분석하여 물체의 방향·거리·크기·윤곽을 파악하는 정위를 말한다.)
제임스 홀먼의 이야기는 뇌 가소성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런던 대학의 앨리너 매과이어(Eleanor Maguire) 교수가 미국과학아카데미회보(NAS)에 게재한 논문에 실린 것인데, 매우 복잡하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택시기사의 뇌를 조사한 결과 햇수가 많은 운전기사일수록 해마 후엽이 크다는 사실이다. 해마는 대뇌변연계의 양 쪽 측두엽에 존재하며 기억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 부위의 신경세포는 증식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뇌 가소성에 포함되는 세 가지의 기전을 소개하며 기사를 마치려고 한다.
◆습관화(habituation)
◆학습과 기억(learning and memory)
◆손상 후 세포의 회복(cellular recovery after injury)
- 습관화
습관화란 반복적인 양성자극에 대해 반응의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대개 단기적이고 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다리에 약한 통증을 가하면 처음에는 회피 반응을 보이다가 몇 차례의 반복 후에 더 이상 회피를 보이지 않는 반사적인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습관화는 감각신경세포와 사이신경세포 사이에서의 연접활동이 감소하여 나타나는 것이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는 회피를 보이는 원상태로 돌아간다.
- 학습과 기억
단기적이고 가역적인 변화가 특징인 습관화와는 달리, 학습과 기억은 연접 연결의 강도에서 지속적, 영구적인 변화를 보인다.
한 가지 사례는 뇌영상기법을 이용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운동학습의 초기 단계 동안에는 뇌의 크고 광범위한 범위의 연접활동이 나타나는데 과제가 반복됨에 따라 뇌에서의 활성 부위수가 감소하며, 한가지의 운동과제가 학습된 후에는 그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특정한 부위에서만 활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 손상 후 세포의 회복
일부 신경세포들은 축삭을 재생시킬 수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가 죽게 되면 신경계에서 연접의 변화, 중추신경계의 재구성, 신경 활성의 반응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이 변하는 등 손상으로부터 회복을 증진시키는 활동이 나타난다. 축삭의 손상은 뼈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말초신경계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날카로운 물체와 같은 기계적 손상 시에 나타난다.
한아영 기자 /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