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의학 교육의 등장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 경제포럼에서 처음 발표된 용어로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을 통한 혁명을 의미하며 경제,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수단, 3차원 인쇄, 나노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기술 혁명으로 의학계에서도 뜨거운 주제이다. 의대생 신문 또한 아홉 편의 기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과 그와 관련된 의료계의 전망과 변화를 다룬 바 있다. 이번 의학 오디세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의과대학이 겪게 될 변화와 이미 발빠르게 진행된 외국 의과대학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살펴본다.

 

새로운 의학교육의 필요성

정보통신 기술의 개입과 발전으로 지식에 대한 접근과 지식의 가공 및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한 양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최신 지식을 얻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높은 질의 지식을 생산하는 방법,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의의를 가진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경쟁력을 가진 의사들이 미래 의학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의과대학은 기존의 전공과목들을 바탕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암기위주의 학습보다 비판적인 사고 능력, 문제상황과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수동적인 의학지식의 주입보다는 리더십, 윤리와 법규, 비판적 사고능력, 성찰 및 자기관리 능력 등 의대생들의 역량 자체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교육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등장했다.

 

외국 의과대학의 발 빠른 변화

하버드 의과대학의 새로운 커리큘럼

2019년부터 도입되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새로운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기존 교육과정 배치와 반대로 1학년 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강의를 완료한 후 2학년때 임상 실습을 거치며 동료와의 관계, 환자와의 관계, 질병의 관찰을 경험한다. 그리고 3, 4학년 집중적이고 심화된 학습과 연구를 진행한다.
학생들의 연구 강화를 위해서는 MIT 의 Health Science and Technology (HST) MD program 과 협력하여 학생들의 연구능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Flipped Learning (뒤집어진 학습)을 도입하여 교수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강의대신 사전에 제작된 동영상 및 과제물로 학생 스스로 학습하게 한다. 수업 시간에는 그룹별로 문제 해결을 중심의 토론을 하고, 교수는 이 과정을 지도하고 평가한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학의 자율적인 커리큘럼

일정기간 동안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진로에 따라 교육과정을 계획하도록 한다.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권에 따른 유연한 커리큘럼으로 연구, 인적 네트워크 형성,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내러티브 의학과정

컬럼비아 의과대학에서는 의대생들에게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 의사는 환자에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말할 필요가 있으며, 환자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사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역량은 진단과 치료에 직접적이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밝혀졌으며 ‘내러티브 의학’은 의학과 인문학의 성공적인 융합 사례로 소개된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의사의 인문학적 소양이 강조 되고 있는데 실제로 의대생들과 의대 졸업생들은 전문적인 소진이 증가함에 따라 공감대를 키우는 것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의료 환경에서의 공감은 환자의 감정에 대한 평가와 환자에 대한 인식이 포함되고, 이는 환자 만족도와 의료 권고와 임상결과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 의과대학의 움직임

한양대학교 최호순 의과대학장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스마트 교육화를 비롯해 의학, 공학 등이 융복합한 ‘바이오 메디컬 콤플렉스’ 계획을 발표하며 이르면 2019년 공대, 의대, 약대, 자연과학대가 공동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 임을 밝혔다. 더불어 스마트강의, 스마트 시험 등 스마트 교육화를 위한 기초 체계 마련과 함께 ICT, IOT, AI를 이용한 호스피탈 설립 계획을 밝혔다. 또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주요 특성화센터와 클리닉을 중심으로 최첨단 의료와 환자 중심의 다 학제간 진료시스템 구축에 앞장 서 진료와 연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의학교육의 주안점

앞서 소개한 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학부를 졸업한 뒤 입학하는 한국의 의학교육대학원과 같은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학부로 입학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외국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도입한다면 학생들이 기초 전공 과목을 더 짧은 기간동안 이수해야 할 것이고 학부 과정 의대생들의 학업적 부담이 더 증가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많은 의대생들이 심도 깊은 연구에 도전하는데, 이는 바로 좋은 논문을 써야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70%이상이 해당 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기 및 필기 시험의 성적으로 선발된다. 임상 실습 및 연구과정 위주의 커리큘럼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공의 선발 제도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전공과의 선발 기준에 따라 의대생들은 미래를 미리 설계하고 전공과와 관련된 다양한 역량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전자기기를 사용한 스마트 교육의 시행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전자 시험과 강의와 같이 최신 전자 기기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혁신적인 지식의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각 수업마다 효과적인 도구를 고민해보고, 학생들 스스로 필요에 따른 도구를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오윤서 기자 / 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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