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소리가 안 들린다면? 소음성 난청을 의심해보세요

요즘 부쩍 소리가 안 들린다면?
소음성 난청을 의심해보세요

미국 20대 4명 중 1명 꼴, 우리나라도 청소년층 26% 수준

1980년대, 소니사의 ‘워크맨’이라는 휴대용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하여 사람들의 음악 감상 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집 안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휴대용 음악 감상기기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고, 4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걸리적거리는 이어폰 줄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까지 되었다. 특히나 젊은 세대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고 이제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한 음악 감상으로 인해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소음성 난청’이 젊은 세대에게까지 등장한 것이다.
‘소음성 난청’이란 말 그대로 소음에 노출됨으로써 발생되는 난청이다. 이는 높은 정도의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달팽이관이 손상되거나 뇌와 연결된 신경이 약해져 생기는 ‘감각 신경성 난청’에 해당된다. 현대사회 이전까지는 심한 소음 속에서 근무하는 공장 노동자, 직업군인 등의 업종에서 주로 발병했다. 하지만 도시의 환경 소음이 증가하고 음향기기의 일상적인 사용이 늘면서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의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7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대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이 있는 비율이 25%이상이라고 밝혔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2년 국민건강 영향조사를 통해 청소년기의 난청 유병률이 26%가 된다고 보고되었다. 조사된 시점보다 훨씬 편리해진 음향기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현재의 유병률이 더 높을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더 심각한 점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소리를 더욱 크게 듣는 습관으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음성 난청을 자신이 앓고 있는지를 진단해보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사실 소음성 난청은 갑자기 생기는 경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을 감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TV나 휴대폰 소리를 크게 듣는다든가, 귀에 물이 찬 느낌이 있다든가, 이명이나 잡음이 들린다면 소음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또 소음성 난청은 주로 고주파 영역, 즉 높은 음에서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의 말소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도 의심해봐야 한다. 만약 위와 같은 증상들이 있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 또는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음성 난청이 심각한 질병인 이유로는 우선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소음으로 인해 달팽이관과 청신경에 있는 세포들이 죽고, 그로인해 청력 감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병이 진행된 이후에는 회복이 매우 어렵다. 또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소음성 난청으로 인해 중고도 난청에까지 이르면 대화가 어렵게 되어 대인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고립되고 자신감을 잃어 우울증, 인지기능 장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나 노년층의 경우 젊었을 때 발병한 소음성 난청이 노화성 난청으로 더 심각해지면서 대인기피증과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와 국립노화연구소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난청이 치매 확률을 최대 5배까지 높인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소음성 난청이 진행된 이후에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조기 진단, 예방, 추가적인 손상방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보통 75데시벨 이하의 소리는 난청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지만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휴대전화나 음향기기의 최대 출력은 100~120데시벨 정도이므로 보통 최대 출력의 60%이상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또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하루에 1~2시간 이하로 듣는 것이 좋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주변 소음으로 인해 볼륨을 올리기 쉬운데 들리지 않더라도 볼륨을 유지하거나 아예 이어폰을 빼는 것이 좋다. 소음이 심한 환경에 노출된다면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적절한 휴식시간이 필수적이다. 낡거나 찢어진 이어폰의 경우, 납 노출에 의한 청력감퇴나 음량 조절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빨리 바꿔야 한다.
이처럼 소음성 난청은 희귀한 질병이 아닌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병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이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겠다고 무조건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삶의 한 즐거움을 잃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위 문단의 예방법을 지키는 현명한 음악 감상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김준엽 기자/가천
<luckyjun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