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양성화를 둘러싼 논쟁

PA 간호사 양성화를 둘러싼 논쟁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인력부족으로 PA의 수 확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던 PA의요건과 역할이 쟁점

PA(Physician Assistant)는 의사의 업무를 일부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을 지칭한다. PA는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의사의 수술 보조와 더불어 환자 처방 업무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PA는 따로 학위가 필요 없으며 부족한 인턴, 레지던트 수를 충당하기 위해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간호사를 교육시켜 인턴, 레지던트가 할 일들을 부여한다. 이때, PA가 의사의 지시 없이 회진을 돌거나 약물을 처방하면 의료 행위로 간주되어 법적 문제가 일어난다.
PA제도는 미국에서 1960년대 중반 농촌과 도시 빈민지역의 일차진료 의사 부족을 메우고 베트남 전쟁 당시 의무병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먼저 시행되었다. 현재 미국의 225개 학교에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미국에서 PA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는 이미 학사 학위가 있으며 약 4년 정도의 건강관리 경험이 있다. 초기에는 학사과정 중 2년 동안 생리학, 해부학, 유기화학 등의 선수 과목들을 이수한 이들을 대상으로 2년간 교육하여 의과학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양성했으나 2010년대에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석사로 전환되었다.
대한민국의 의학계는 과별 전공의의 지원 편중현상이 지속되어 기대수입이 높고 위험부담이 적은 과목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전공의 정원 조정,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건강보험 수가조정, 병원 간 수련의 질적 수준과 확보율 격차 완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되지 않아 병원은 PA를 선발하여 대체 인력으로 활용한다. 제도적인 기반이 갖춰진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PA에 대한 규정이나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적격자로 간호사를 선발하여 단기 훈련하여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PA의 업무는 간호사, 전문간호사, 전공의 등의 업무가 혼재된 특이한 상황으로 개발 되면서 PA는 물론 타 의료종사자, 소비자에게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도 간호사 면허 소지자가 일정 자격을 갖추면 의사의 진료 및 치료/처치 행위를 합법적으로 보조할 수 있도록 검토했었지만 제도화가 무산된 적이 있다. 외과계열 임상교수 의사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측에서는 합법적인 형태인 ‘미국식 PA’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전공의협의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전공의협의회는 PA를 무면허보조인력 ‘UA’ (Unlicensed Assistant)라 부르며 일관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공의협의회는 환자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전공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환자가 왔을 때 가장 먼저 PA가 진료하는 병원도 있고, 심지어 수술실에서 환자의 개복과 마무리 봉합도 PA가 하는 병원이 있다”며 “PA 제도가 법적으로 제도화되면 환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전공의협의회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PA 제도는 병원 측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불법을 합법으로 해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한병원협회가 저수가를 이유로 PA를 없애야 함에도 의사보다 간호사를 더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PA양성화는 결국 국민 건강을 저버리겠다는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PA 제도가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고착화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의협 김태형 의무이사는 “PA제도는 비인기과의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PA제도가 정착되면 그 진료과에는 점점 더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PA가 직역 간 갈등을 가져올 것이고 사무장병원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나아가 PA를 법적으로 인정하면 병원에서 진료, 수술은 하지 않고 입원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신규 직종 ‘호스피탈리스트’의 정착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호스피탈리스트는 24시간 환자를 밀착 관리하며 주로 신생 전문의를 채용한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자기 전문성을 뒤로한 채 입원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들은 이 상황에서 PA를 양성화하면 호스피탈리스트는 안착하기 더욱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공의협의회와 의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PA제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병원PA 인원이 2013년 464명에서 2016년 859명으로 증가하는 등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PA가 있으면 의사가 해야 할 일과 PA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고, 의사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아 의국이 흔들리고 있을 때 PA들로 근근이 시스템을 올려놨더니 지금 와서 불만 불평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전공의들은 고정돼 있지 않고 로테이션을 한다.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런데 PA는 병동에 고정돼 환자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PA가 전공의 트레이닝을 막거나 하지 않고, 의사과 간호사의 가교 역할을 한다”며 “지금까지 의사가 했던 입원환자 입·퇴원 등 행정적인 일을 PA가 처리하고, 의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순천향의대 모 외과교수는 PA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수술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병원 현실을 전했다. 그는 “외과 수술을 할 때 전문의가 부족해 현재로서는 PA가 없으면 안 되는데, 전공의들이 힘든 진료과는 지원하지 않으면서 PA를 반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전공의를 수련하는 병원에서 PA가 의사의 역할을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PA 간호사들은 제도가 합법화되기 전까지 의료사고가 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개인에게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병원 측에서 변호해주지 않는다면 의료사고의 모든 책임을 개인을 지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PA를 고용하게 된 계기는 일부 과의 전공의 부족에 따른 대체인력의 필요성이었으므로 전공의가 적정 수준으로 충족될 경우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전공의가 충족되면서 전공의들이 PA 때문에 실무를 경험할 기회가 줄어 갈등이 생긴 경우도 존재한다.
PA제도는 장기간 음지화되면서 정체성의 불분명함, 업무량이 많고 업무가 불명확함, 교육요구 충족의 문제, 직업의 불안정성, 성과 가시화와 보상의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곪고 있다. PA제도는 현행법에 의하면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암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국식 PA는 PA를 법제화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둘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PA제도를 합법화 할 경우에는 PA간호사의 실무범위를 재고하고 보다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의학 단체와의 공조를 통해 역할에 따른 표준교과과정의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론 및 실습안이 같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PA제도를 폐지한다면 전공의 특별법 제정 이후 대두되는 전문의 인력 충족에 대한 보안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강현우 기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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