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중인 임신 전공의 법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신 전
공의의 수련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줄어든 수련 시간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여 이 법의 시행은 내년 2월까지 유예중이다.
임신 전공의의 수련 시간 관련 논의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세 차례 이루어졌으나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사항에 따르면, 임신 전공의는 출산 전후 1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주 40시간 이상의 수련이 금지된다. 한편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지난 3월 논의한 수련규칙 표준안에 따르면 “여성 전공의에 대한 출산·임산부 보호 등에 관한 사항은 ‘근로기준법’을 따른다.”라고 되어 있다. 즉 주 40시간 이상 수련이 금지된다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전공의법에 적용한 것이다.
임신 전공의의 수련 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줄이는 것과 지금처럼 다른 전공의들과 같이 80시간 이하로 유지하는 것 모두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보완할 대책 역시 부족하다.
우선 지금까지처럼 임신 전공의들이 다른 전공의들과 같은 시간만큼 수련 받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는 첫째로 임신한 전공의의 건강 불균형이 있다. 전공의로 수련을 받으면서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에는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로는, 출산 등으로 인한 한 전공의의 수련 중단이 다른 전공의들의 교육 스케줄에 지장을 초래하며 이것이 동료 전공의들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출산 휴가를 내는 전공의가 같은 연차에 여러 명 생기는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반면 임신 전공의들의 주 40시간 이상 수련이 금지되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전공의 수련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학회와 병원 측은 부족한 수련 시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은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공의의 근무 시간에 관련된 법에서 최소 수련 시간에 대한 하한선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얼마만큼 더 수련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추가 수련에 대해서도 아직 세부 지침이 없는 상태이다. 이렇게 충분한 대안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을 줄인다면 이는 여성 전공의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제시된 해결 방안으로는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의 시기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 각 진료 과마다 문서화된 원칙을 만드는 것, 전공의가 임신 전부터 임신과 출산에 대해 계획하고 임신이 되었을 때는 가능한 빨리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 등이 있다.
여성 전공의들의 임신과 출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를 맡기는 문제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많은 여성 전공의들이 바쁜 전공의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아이를 부모님이나 가족, 혹은 사설 시설에 맡겼고 병원에서 이에 대한 지원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여성 의사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여성 의사들의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이전보다는 높아졌지만 아직 실질적인 도움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유나 기자/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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