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개발한 미-일 학자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

면역항암제 개발한 미-일 학자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

– 백혈구 억제제의 제어에  기반한 항암제 개발- 20년간 이론 및 임상적  기반 구축- 앨리슨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어 영광”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가인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1901년부터 제정자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노벨 생리의학상, 노벨 평화상이 수여되고 있으며, 수상자들은 수상식에 두 달 앞서 발표된다. 2018년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면역 검문소 억제제(Checkpoint Inhibitor Theory)’에 기반한 면역 조절을 통한 암 치료법을 개발한 미국의 제임스 P. 앨리슨(70)과 일본의 혼조 다스쿠(76)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노벨위원회는 “해당 연구는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체계의 선천적인 능력을 자극함으로써 암 치료법의 완전히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으며, 이는 치료에 획기적인 발견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면역체계를 암 치료에 사용하는 방법
암은 건강한 장기나 조직으로 퍼질 가능성을 가진 비정상적인 세포의 통제되지 않는 확산으로 인해 생겨나는 질병들을 모두 일컫는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례로는 전립선암 호르몬 치료법(허긴스, 1966), 항암화학요법(엘리온과 히친스, 1988년), 백혈병 골수이식(토마스 1990) 등이 있다. 이러한 생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암은 여전히 치료하기 매우 어려워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인류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들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여 종양세포를 공격하려는 시도를 했다. 당시 이러한 노력들의 즉각적인 효과는 없었으나 면역력을 조절하는 기본 메커니즘을 발견하면서 현 면역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의 연구는 면역체계가 어떻게 암세포를 인식하는지를 보였으며,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방어기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변형되어 현재 방광염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괄목할 만한 과학적 진보는 있었으나 암에 대항하여 일반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면역체계의 활성제와 억제제
인간의 면역 체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그리고 다른 외부의 위협들을 공격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는 이 방어에 핵심 역할을 한다. T세포는 비자신으로 인식되는 구조물에 결합되는 수용체와의 결합을 통해 방어작용을 개시한다. 이때, 완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수용체 외에도 여러 단백질의 보조가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면역 활성화를 억제할 때도 T세포의 억제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있다. 활성화 단백질과 억제 단백질 사이의 첨예한 균형은 면역계의 엄격한 제어를 위해 필수적이다. 사람의 몸은 이 제어체계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활성화를 피하면서 외부 미생물에도 충분히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면역요법의 새로운 원리
1990년대에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P. 앨리슨은 억제제 역할을 하는 T세포 단백질 CTLA-4를 연구했다. 많은 연구진들은 이 단백질을 자기 면역 질환 치료의 목표로 이용했다. 이와 달리 앨리슨은 단백질 CTLA-4에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하여 억제제를 제어하고 면역체계를 가동하는 실험을 동물 실험을 설계했다. 앨리슨의 치료법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정도로 정교해져 2010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가진 환자들도 효과를 보았다. 그 환자들 중 일부는 암의 흔적이 아예 사라졌으며 이런 결과는 흑색종을 지닌 환자군에서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PD-1의 발견
앨리슨의 이론이 체계를 잡기 몇 년 전인 1992년 교토대 타주쿠 혼조는 T세포 표면에 나타난 단백질 중 하나인 PD-1을 발견했다. 단백질 PD-1의 역할을 밝히기로 결심한 혼조는 다년간 교토대 연구소에서 PD-1을 면밀히 탐구했다. 그 결과 CTLA-4와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PD-1 역시 T-세포 억제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PD-1의 제어 이론이 임상적으로 발달한 2012년에는 당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전이성 암을 지닌 환자에서도 암세포의 차도, 나아가 치유가 가능함을 학계에 알렸다.

면역 검문소 억제에 기반한 치료
CTLA-4와 PD-1의 제어 효과가 알려진 이후 임상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일어났다. ‘면역 검문소 억제(immune checkpoint inbitor)’ 치료법으로도 알려진 이 치료법은 암이 상당수 진행된 환자군에서도 획기적인 치료 결과를 가져왔다. 면역 검문 억제법은 자가면역을 과도하게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으나, 다년간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한 결과 일상적인 경우에는 쉽게 다룰 있을 정도로 치료법이 안정되었다. 두 가지 치료 전략 중, PD-1의 검문소 치료가 폐암, 신장암, 림프종, 흑색종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암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새로운 임상 연구들은 CTLA-4와 PD-1의 결합 요법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앨리슨 교수는 “이런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동기는 지식의 새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혼조 교수는 “사람들이 내 연구 덕분에 심각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할 때 행복했다”면서 “이런 영예로운 상을 받은 것을 매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앨리슨과 혼조는 종양 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의 제동을 해제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한 결과 본인들의 치료법이 가진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임상에서는 대부분의 암에 대해 검문점 치료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검문 단백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을지

<Khw_08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