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한국의 ODA
한국과 ODA
“이 나라가 재건되는데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다.”
UN 군 최고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가 했던 말이다. 전쟁이 끝난 한국은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폐허의 땅이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직접 미국 대통령에게 원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쓴 것만 봐도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1945년부터 54년 간 약 127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원조를 받으며 한국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1995년에는 세계은행의 차관 졸업국이 되며 실질적으로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1960년대에 개발도상국의 훈련생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미약하게 해외원조 사업을 시작한 후, 그 규모를 점차 키워 2010년부터는 OECD DAC (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만큼, 한국은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을 도우며 이에 보답하여야 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이 책임을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서 이행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한다. 여기서 원조는 원조 전달 방식, 자금의 상환조건에 따라 구분된다. 원조 전달 방식에 따라서는 공여국이 수원국에 직접적으로 물자, 기술 등을 전달하는 양자 간 원조와 공여국이 UN,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에 자금을 출연하거나 출자하는 다자간 원조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자금의 상환조건에 따라서는 수원국의 상환의무가 없는 무상원조와 수원국의 상환의무가 있는 유상원조로 나뉜다. 각 공여국은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동기 등 자국의 국가적 이념과 목표, 협력대상국과 역사 및 문화적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ODA 제공의 동기에 따라 ODA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2018년 현재 보건복지부, 외교부,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약 41개 기관이 ODA에 참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차관 형태의 유상원조를 담당하고 있고, 31개의 중앙부처와 개별광역시도가 여러 무상원조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2019년 예산 기준으로 보건의료사업에는 전체의 12.6%가 투자될 예정이다. 보건의료 사업을 진행하는 다양한 기관들 중 KOICA(한국국제협력단)과 KOFIH(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보건의료 분야의 ODA?
KOICA와 KOFIH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2018년 기준 무상원조 예산 중 가장 많은 예산(6,895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KOICA는 개발도상국과의 교류를 증진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국제협력의 발전에 기여한다. KOICA는 ODA에 참여하는 정부, 공공기관, NGO,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유대를 통해 KOICA의 원조 전문성과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연계함으로써 개발 협력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KOICA는 다양한 분야에서 원조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6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보건 의료 분야는 금액별 원조 규모의 16.5%를 담당하고 있다.
보건 의료 분야에서 KOICA의 활동을 6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식수 위생 : 안전한 식수와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며, 아동 사망의 주요한 원인인 설사의 발생률 감소에 기여한다.
2. 영양 : 안정적인 영양 섭취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사회 내 자원을 활용하여 스스로 적절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3. 성, 모자, 청소년 보건 : 여성 및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 인식을 함양하고 성 생식권을 보장하며, 모상과 아동의 예방 가능한 사망을 줄인다.
4. 백신과 예방 접종 : 필수 예방접종을 통하여 예방 가능한 아동 사망을 줄인다.
5. 감염병 및 소외열대질환 : 한국의 질병관리 역량을 공유하고 개발도상국의 질병 예방, 탐지,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6. 비전염성 질환 : 건강한 생활습관 확산과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장애와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인다.
다음으로 KOFIH(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는 2004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건의료 지원 사업을 수행한다. KOICA가 여러 분야의 원조를 담당한다면, KOFIH는 보건 의료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KOFIH의 원조 사업에는 개발도상국 보건 의료 지원 사업과 북한, 재외 동포, 외국인 근로자 보건 의료 지원 사업, 그리고 의료자원 지원 사업 등이 있다.
ODA 사업의 현황과 미래
2018년 ODA 예산은 총 3조 482억원으로, 전체 국가예산의 0.7%이다. 과거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부끄러운 규모이다. 2017년 DAC 회원국별 ODA 순 지출액에서 미국은 약 353억 달러를 원조한 최대 공여국이다. 다음으로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순으로 원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원조 규모는 약 22억 달러로, 29개 DAC 회원국 중 15위에 위치한다.
GNI(국민 총소득) 대비 ODA 비율로 볼 때, 스웨덴, 룩셈부르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UN 권고치인 0.7%를 초과 달성하여 경제수준 대비 높은 ODA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DAC 회원국 전체 평균은 2017년 기준 0.31%로 UN 권고치의 절반을 밑돌고 있어,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기준 UN 권고치보다 다소 낮은 0.14%의 수치를 보이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 2020년까지 0.20%의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ODA와 관련된 예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ODA 사업의 문제는 예산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중앙의 컨트롤타워 없이 41개 기관이 1,312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사업의 규모 감소에 의한 사업의 부실화와 행정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사업의 중복, 수원국 내 혼선 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민간단체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행정안전부의 보조금을 받아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을 10개국 35개 마을에 시작했는데, 해당 단체의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해 채용한 현지 교민이 사업비 6,000만원 가량을 횡령했다. 또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경상북도의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지정한 시범마을이 겹쳐 해당 국가로부터 혼란스럽다는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라오스의 경찰병원 신축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과 KOICA가 독자적으로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여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며 예산을 낭비한 예시 또한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는 ODA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공유 및 조정이 이루어지고,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설립해 중복업무를 협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ODA 통합모니터링시스템에는 전체 ODA 예비사업 중 약 82%가 입력되지 않은 상황이고, ODA 감시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실질적으로 ODA 사업을 연계조정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부를 통한 ODA 사업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교부에 ODA 전담 부처를 신설해 현재 다양한 지자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ODA 사업을 넘겨받아 집행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원조는 한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었다. 광복 후 1970년대까지 해외원조는 연평균 GNP(국민총생산)의 12%, 연간 수입 총액의 73%에 이르렀다. 해외원조에 의해 성장한 만큼, 한국의 해외원조에 대한 의무 또한 크다. 우리가 받은 만큼 베풀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를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학준 기자/순천향
<dlgkrwnsggg@naver.com>
조한슬 기자/경희
<hanseul06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