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 – 사회가 낳은 괴물
최근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집도한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였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 안모 씨는 요실금 수술부터 복강경 자궁 수술까지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안모 씨가 수술한 환자들이 수술의 부작용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경찰은 해당 병원의 원장과 간호조무사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였다.
이와 유사한 일이 강원도에서도 벌어졌다. 강원대병원 정형외과 수술실에서 수술보조간호사, 이른바 PA(Physical Assistant)가 불법 의료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술방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집도의가 보이지 않았고, PA가 대신해서 수술 부위를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수술실 간호사의 봉합 행위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을 암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PA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고 하며, PA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실제로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의 보조’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PA의 수술방 의료 행위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행법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병원간호사회에서 발표한 ‘2017년 병원 간호인력 배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3353명이 배치되어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병원을 조사한 것으로, 실제로는 PA 간호사의 숫자가 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쉬쉬해왔던 PA의 존재가 너무 커버려서, 그들을 더 이상 음지에 두기에는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시한폭탄과 같았던 PA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강경한 처벌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PA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고 이를 처벌하기 전에 본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한 법이다. PA가 어떠한 이유로 생겨났고, 무엇이 그 수를 증가시키는 데 가담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전공의 인력 수급 문제가 깔려있다.
우선 PA 제도의 실태를 알아봐야 한다. 현재 PA의 운영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처방전을 의사 대신 작성하는 처방 PA와 수술 관련 일을 담당하는 수술 PA이다. 그리고 PA의 과별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외과,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병원 내 전공의 인력난의 정도와 비례한다.
다시 말해서, PA 과별 배치 상태는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들과 일맥상통한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26개의 진료과목 중 11개가 기피과목으로 분류된다. 특히나 그 중에는 비뇨기과, 흉부외과, 그리고 외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수가 문제와 같은 의료 정책으로 인한 특정과 기피 현상이 전공의 인력 부족난을 야기했고, PA의 숫자가 반동적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료계 내부의 불법 행위가 작금의 현실이다. 올바른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할 그들의 이런 모습은 비판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불법 행위의 책임을 당사자들에게만 청구하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혹시 사회 전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PA는 고장 난 사회 시스템에 기형적으로 적응한 괴물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것이라면 당사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국지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방책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서영준 기자/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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