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재난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어떻게 할 것인가

-미세먼지의 원인과 인체에 대한 영향, 다른 나라들의 대처법까지

이 기사는 의대생신문 123호 중 ‘공공의 적 미세먼지,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법’ 기사의 후속기사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머리 위 ‘하늘’에서 ‘하늘색’을 보는 것이 굉장히 반가운 일이 되었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잿빛 상공을 볼 때면 마치 전쟁영화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든다. 지난 1월엔 관측 이래 최악의 초미세먼지 농도(서울 하루 평균 129㎍/㎥)를 경신하더니, 올 3월 초에는 열흘 넘게 ‘나쁨(35~75㎍/㎥)’이상이 지속되면서 관측 이래 역대 최장기간 고농도 현상을 보였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국회에서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단순히 질 나쁜 공기가 아닌 정말로 재난이 된 것이다.

미세먼지 급증의 원인

최근 들어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보통 미세먼지의 원인으로는 국내요인과 국외요인이 있다. 국내요인으로는 발전소, 공장, 낡은 차량 등에서 나오는 매연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외요인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보통 단기적인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엔 국외요인이, 장기적인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엔 국내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의 장기적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국내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는데, 올해 들어 비나 눈이 다른 해보다 적게 내렸고 풍속도 예년에 비해 60% 정도로 느려서 대기에 미세먼지가 오랫동안 정체했다는 점이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한반도 남동쪽에 큰 저기압이 형성되며 미세먼지가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점, 따뜻했던 날씨에 의한 역전층(공기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대기의 층)이 형성되었던 점도 고농도 미세먼지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미세먼지의 경우, 영향을 끼치는 비율만 다를 뿐 결국 국내요인과 국외요인 모두가 작용한다. 국외에서 1차적으로 들어온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체하면서 2차적으로 국내의 오염물질과 반응하고 혼합되며 재난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히 한 가지 원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이 혼합되어 있는 문제라는 점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몇 가지의 원인만을 통제해 미세먼지를 줄이려 노력해왔지만 그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미세먼지가 재난이 된 만큼 이제는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종합적인 이해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인체에 치명적인 미세먼지

미세먼지의 인체 내 영향에 대해서 모두가 경험으로 어렴풋이 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목이 칼칼하거나 눈이 따끔거리는 것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미세먼지의 인체에 대한 영향을 부위별로 알아보았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미세먼지는 호흡기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다. 미세먼지는 기관지 점막에 붙으며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천식환자와 COPD 환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L정도의 충분한 물 섭취가 도움이 된다. 호흡기 외에 눈도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기관 중 하나이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안구건조증, 결막염 등의 안구질환에 걸릴 수 있는데, 미세먼지가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일으켜 눈 표면이 손상되면서 안구건조증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쥐 실험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서울과학기술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미세먼지가 콘택트렌즈에 흡착되면서 눈의 결막을 손상시키고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경을 끼거나 외출 후 인공눈물을 넣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예상했던 부위 외에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혈류를 타고 인체를 돌아다니며 뇌, 심혈관, 신경계, 생식기관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될 경우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성균관대 의대 예방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허혈성심장질환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 발병률을 높인다고 한다. 이외에도 임상적 데이터를 통해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확히 미세먼지의 어떤 성분이 어떤 기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이다.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이 된 현재 이러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각국의 미세먼지 퇴치 노력

사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나라들, 특히나 중국과 인도와 같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각국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수송기를 동원해 방콕 상공에 비를 유도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과 디젤차 등의 배출 가스 규제를 하고, 더 악화될 경우 일부 지역 차량통제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의 경우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나라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인도에서는 대형 물대포를 도시 곳곳에 배치하는 특단조치를 행했다. 인도정부에 따르면 결과가 성공적이라지만 장기적 대안은 될 수 없기에 석탄연료 공장폐쇄, 태양열조리기 보급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아파트30층 높이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근방 10㎢ 이내에서 하루에 500~800만㎥의 대기 중 미세먼지를 11%~19% 정도 감소시켜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렇듯 다른 나라들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국내적인 요인과 더불어 국외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 주차장 폐쇄, 차량 2부제 실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국내적 요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상저감조치 등의 국내적 노력을 계속하되, 미세먼지 발생의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진행하여 그 자료들을 토대로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함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김준엽 기자 / 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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