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바로알기

HIV 감염 경로, 병의 진행에 대한 오개념 만연

낙인과 혐오의 시선을 거두고 바이러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존중해야

개강 초 강의와 동아리 면접 사이의 막간을 때우기 위해 동기들과 코인 노래방을 갔다. 의학적인 주제로 담소가 오가던 중 동기가 “에이즈 환자와 같은 페트병으로 물을 나눠 마시면 우린 다같이 감염되는건가?” 하고 운을 뗐다. 동기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해서 그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지라 뒷받침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2010~2014년 제 6차 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당신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나요?라고 물어본 결과 전 세계 사람들 중 스웨덴인은 6.1%, 미국인 13.9%가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인의 88.1%가 같은 대답을 했었다. 앞서 동기가 무심코 한 말과 조합해본 결과 한국인들이 에이즈 환자들에게 배타적인 것은 에이즈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이 만연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 기사를 통해 에이즈와 관련된 허와 실을 밝히고 에이즈 인식 개선에 힘쓰는 에이즈 바로알기 연구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HIV 바이러스와 에이즈의 관계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다. HIV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들과 달리 치료로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HIV에 걸리면 평생 HIV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살게 된다. HIV는 감염을 퇴치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하는 CD4 T 세포들을 공격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정상적인 숙주에게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던 균들이 HIV 보균자의 약해진 저항력을 이용하여 공격한다. 이런 HIV 감염의 마지막 단계를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라고 일컫는다.

에이즈는 어떻게 전파되는가?

HIV의 전파 경로는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과의 성행위 또는 바늘, 주사기의 사용으로 나뉜다. HIV를 앓고 있는 사람의 혈액, 정액, 직장 용액, 질 용액, 모유 등 특정한 체액만이 HIV를 전염시킬 수 있다. 이러한 액체는 직장, 질, 성기, 입 안의 점막이나 손상된 조직과 접촉하거나 주사기로 혈류에 직접 주입해야 전염이 발생한다.

에이즈 증상

에이즈의 증상으로는 빠른 체중감량, 재열, 눈의 띄는 야간 땀 분비량 증가, 피로함, 장기간 붓는 겨드랑이 및 사타구니 또는 목의 림프샘, 피부나 입, 코, 눈꺼풀 안쪽 적붉은색 또는 청록색 얼굴 등이 있다. 하지만 HIV 감염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증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HIV에 감염되었는지 확실하게 아는 유일한 방법은 검사를 받는 것이다. HIV의 증상은 질병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HIV는 초기(급성 HIV 감염) 단계, 잠복기 단계, 후기(AIDS) 딘계로 구분된다. 초기 단계인 HIV 감염 2~4주 후에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전혀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기간 동안 HIV 감염은 몇 종류의 테스트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당수의 검사지는 바이러스 그 자체가 아닌 항체의 생성 여부로 감염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HIV RNA나 p24 항원을 찾아내는 기관에 문의해야한다. 이 기간에도 여전히 전염성이 매우 높아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을 퍼뜨릴 수 있다.

잠복기 단계로 이행된 HIV는 여전히 활동성이 있지만 매우 낮은 수준으로 번식한다. 이 단계의 감염자는 가벼운 증상만을 보이거나 어떠한 증상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HIV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 ART를 꾸준히 올바른 방법으로 먹는 사람은 AIDS로 진전되지 않고 평생 이 단계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경우 잠복기는 1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더 빠른 속도로 병이 진전될 수도 있다.

잠복기가 끝나면 극도로 저하된 면역력으로 인해 혈중 HIV 농도가 상승하면서 각종 사소한 감염에도 노출된다. 이때 비로소 AIDS라는 병명이 붙는다.

 

HIV 바이러스와 관련된 오해들

HIV 바이러스 환자와 생활하는 것 만으로도 HIV에 감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HIV는 학교, 직장 등에서의 일반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될 수 없다. 감염자의 손을 흔드는 것, 감염자로부터의 기침이나 재채기, 포옹, 같은 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 등등 일상적인 행위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침 역시 타액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침으로부터 나오는 바이러스의 양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여서 키스도 일반적인 경우에는 바이러스의 감염경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베인 상처나, 잇몸 질환으로 입안에 피가 묻어있는 상황에서는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HIV는 체외에서 단시간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주사기와 같이 습한 환경에서는 몇 주, 최대 42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건조한 환경에서 HIV는 몇 시간, 짧게는 몇 분 이내에 사망한다.

HIV는 80년대에는 종신형과 마찬가지로 여겨졌으나, 현대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지금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원인 바이러스를 밝혀내고 병의 진전을 막는 치료약을 개발하는 등 비롯한 여러 과학적 성과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면역체계가 파괴되어 질병이 발생하는 에이즈의 단계까지 가지 않고 사는 방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질병관리본부는 치료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체내 바이러스의 농도가 저하되어 성관계 시 파트너가 감염될 위험을 없앨 수 있음을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과학적인 HIV/AIDS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는 기관들

작년 11월 28일, 전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맞이하여 한국 사회에서 HIV/AIDS 감염인을 향상 그릇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에이즈바로알기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의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는 의료인들 내에서도 HIV 감염잠에 대한 인식 수준이 한국의 전반적인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환자의 수가 적으며 감염인들이 가는 병원도 제한되어 있을 뿐더러 대부분의 의대 졸업생이 HIV 감염 환자를 만날 일이 드물고 의대에서도 HIV감염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가르치거나 비중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회 창단인인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한국에서 HIV가 발병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진료 과정에서 의료인이 감염된 사례가 단 한건도 없었으며 의료인들이 HIV/AIDS 환자를 일반적인 환자들처럼 대해도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승섭 교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양한 삶의 환경에서 여러 경험을 겪고, 삶의 일부로 그 병을 가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의학에서도 사람은 앓고 있는 병 자체로 취급당하면 안 된다고 보는 추세입니다. 어떤 특정 질병을 겪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엄성 자체가 훼손되지 않는 길, 그 싸움의 한가운데에 HIV/AIDS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심한 나라 중 한 곳입니다. 사회적 낙인이 심하므로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들키게 될까 봐 약을 안 먹습니다. 친구와 가족 중 누구에게도 감염 사실을 말할 수 없어요. 병원 가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불안해서 병원에도 가지 못합니다. 이렇게 혐오와 낙인 앞에는 의학의 발전도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대중에게 좀 더 알기 쉽게 HIV/AIDS의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일에 집중할 예정임을 밝혔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1993년 창립된 이래 에이즈 예방은 물론, 감염인의 권익 옹호 및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에이즈 감염인 지원, 보건복지부 위탁 에이즈 상담센터 운영, 청소년과 거류 외국인에 대한 에이즈 예방교육 지원 및 국제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AIDS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협회는 15일 제 11대 윤해영 회장의 취임식에서 국가시민사회가 에이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에이즈 유행 종식과 편견, 차별없는 에이즈 청정 대한민국’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을 호소했다.

이 외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에이즈를 검색하면 병과 관련된 통계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IAS (국제 AIDS 협회, International AIDS Society), WHO (국제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tion), UNAIDS (유엔에이즈계획, 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 와 같이 에이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은 꾸준히 활동 중이다.

HIV/AIDS에 대한 낙인과 혐오는 감염인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보장받으면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잃게 만들며, 이는 감염자들이 본인의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전반적인 상황이 음성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혐오와 회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킨다. 한국 사회의 HIV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혐오와 사회적 낙인을 거두고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지난 30년간 과학 연구를 통해 인류가 알게 된, HIV 감염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강현우/을지

<khw_0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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