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단독법, 의사들은 ‘못마땅’ 간호사들은 ‘반색’

지난 4월 5일, 국회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 소사구)과 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 부산 금정구)은 각각 간호·조산법 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두 법안 모두 현행 의료법이 다양화·전문화된 간호사의 업무를 체계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간호 인력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한 독자적인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대 보건의료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에 따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고, 간호사의 업무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발의되자 의사단체에서는 강하게 반발하였다. 법안의 내용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업무범위’이다. 의료법 제2조에서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으로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규정되어 있는데, 이 중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가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된 것이다. 이 부분을 두고 의사단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의료현장에서의 업무에 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저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간호사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간호사 단독법이 오히려 의료계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하며 간호사 단독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의사 ‘의료체계 붕괴 우려’ vs 간호사 ‘의료인의 전문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법안’ 의사단체에서는 간호(조산)법의 ‘업무범위’ 조항이 의료인 면허의 영역을 침해하여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충청북도의사회는 “‘진료의 보조업무’는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상대적으로 적고 재량적 권한이 제한된 업무를 의미한다. 반면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 함은 그 업무범위가 의사의 진료행위 모두를 포괄할 뿐 아니라 간호사, 나아가 의료기사 업무범위까지를 포괄할 수 있다”며 직역 간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도 "현재 추진되는 간호사 단독 법안은 직능 간 갈등을 조장함은 물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의료의 분란을 야기해 그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간호사 단독 법안 발의가 심각한 의료왜곡은 물론 의료 질서의 대혼란의 시작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며 간호(조산)법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한편 간호사단체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며 반박하였다. 경기도간호사회는 “현대 보건의료에서 간호학은 독립적인 학문이자 과학이다. 특히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간호학의 역할과 책임은 보건의료 그 어느 분야보다 독립적으로 중대하다”며 간호사들을 위한 독자적인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 “간호(조산)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 중 하나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 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간호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는 의사의 처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이 규정이 비전문가의 의료행위를 유도해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부문에서는 간호사가 콘트롤 타워가 돼야 하듯 진료부문에서는 의사가 콘트롤 타워”라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 보건의료 직역 간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PA 합법화 꼼수 아니냐’ vs 간호사 ‘불법 PA는 의사들 문제’ 의사단체는 의료 질서 파괴의 연장선상에서 간호사단체가 불법 PA(Physician assistant)를 합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간호(조산)법 제정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며 전공의 수련제도까지 파행시키고 있는 불법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심장초음파, 침습적 검사, 수술행위 등)를 간호사 단독법안으로 합법화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충북의사회에서도 “간호사 단독법은 의료인의 면허와 전문성을 전면 부정하는 입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로 비난받던 PA제도를 합법화하기 위한 꼼수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간호사 단체에서는 불법 PA 문제의 원인이 오히려 의사 측에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였다. 경기도간호사회는 “불법 PA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처방을 한 의사와 처방을 방조하고 이익을 본 의료기관에 있다”며 “현행법의 진료보조는 1951년도에 제정된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해 의사가 처방해 의료인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도 불법이라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에서 불법이 돼야 할 것은 면허를 가진 전문인력이 의사의 처방 없이 진료에 필요한 행위를 하거나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할 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간호사회에서도 “PA 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문제이며, 간호법 어디에도 PA에 관한 조항은 없다.”고 단언하며 “PA 문제는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면허를 가진 보건의료 전문인력들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업무 분장을 통해 해소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희 기자 / 인하 <hungrybear1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