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의료지원에 대한 논란
2018년 12월. U.S. Special Representative for North Korea인 스티픈 비에건(Stephen Biegun)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규제 완화를 선언하였다. 남한,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북한을 주시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폭탄을 가지고 있고, 기름과 석유 무역 과정에서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구를 해왔고, 국무장관은 오랜 고민 끝에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인도주의 지원 그 자체는 정치와 사상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모두 같은 인간으로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은 국제 나라들의 간 긴장감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북의료지원은 정치적인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뜨거운 감자다. 이번 기사에서는 북한의 의료 체계와 그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상 문제, 남한과 미국의 대북의료지원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떠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어떤 태도로 대북의료지원에 임할 지 고민해보도록 하자. 본 기사는 박상민, 이혜원의 논문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효율적 지원방안’, 국제 엠네스티의 ‘The crumbling state of health care in North Korea’, Kim D.S의 ‘An evaluation of North Korea population census data’, Park SM 외 네 명의 ‘The trends of health aid toward North Korea’를 참고하였다. 북한 의료 체계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전 인민 무상의료지원체계를 수립했다. 헌법 72조에 “공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1990년대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북한의 정치 체제가 타격을 입고, 자연재해 등으로 가뭄, 인재 등이 일어나고 비료 및 에너지 부족해졌다. 이 시기를 고난의 행군이라 한다. 고난의 행군의 비참함은 1990년 당시에 영유아였던 세대, 즉 2008년도에 20~34세 연령의 인구 비율에도 드러난다. 북한 중앙 통계국이 2008년도에 시행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20~34세 연령대에서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론 낮음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로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사망률 중가, 곡식 부족으로 인해 자녀 출산을 제한하는 정책 등이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 만성질환, 심혈관계질환의 발현 빈도가 높아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사회주의적인 무상의료지원체계에서는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비감염성 질병에 대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고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환자의 상태를 장기간 돌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허울만 남은 무상의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보건의료에 쓰이던 공공 재정이 감소했다. 제약회사도 문을 닫고, 주된 수입통로였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약을 수입하기도 어려워졌다. 병원에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상의료지원체제’ 때문에 병원, 약국 이외의 시설에서 약을 공식적으로 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에 의약품이 없다면 장마당에서 의약품을 암거래하는 수밖에 없다. 탈북민 중 약 70%가 장마당에서 의약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장마당에서의 의약품 가격은 규정이 없어 그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쌀 때가 많다. 탈북민 중 57%가 돈이 없어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진들은 월급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의사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으니 직접 약초를 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진단서를 떼주는 대신 음식, 돈과 같은 보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에 갈 수 없게 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기와 난방이 끊긴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마취약 없이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영양실조와 건강
북한의 건강 문제는 음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영양실조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여 성장, 임신, 면역, 신체적 움직임 등의 기본적인 신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 혹은 지나치게 말랐거나 왜소한 상태 등을 말한다. 영양실조는 면역력을 저하하기 때문에 가벼운 질병도 신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는, 영양실조로 인해 영유아와 산모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비위생적인 물은 5세 이하 영유아의 폐렴과 설사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산모들 중 9%가 집에서 분만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67%가 죽어가고 있다.
정부가 공공 의료 정보를 알리지 않은 것도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책임이 있다. 기본적인 질병 처치 방법, 위생과 정기적인 진료의 중요성 등의 공공 의료 정보를 알리지 않았기에 국민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북의료지원 과거부터 현재까지
1995년 북한은 공식적인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UN, 국경 없는 의사회, 옥스팜 등의 단체들이 식량, 보건의료 분야에서 북한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정부 기관들은 구호 단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접촉하는 것을 막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보여 국제기관들은 대북 지원을 멈추기에 이르렀다. UN은 ‘No access, no gain’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투명성을 요구했다. 이로써 비영리 단체들은 지원을 재개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은 인도주의적 지원보다 개발 지원을 받기 원했다. 이에 남한은 주민들이 일차적인 진료와 치료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일차 보건 의료의 인프라를 구축해주었다. 대한민국은 나아가 의료기관들을 신축하고 개수 및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2000년대 말, 대북지원은 국제 기구의 질환중심 보건의료로 진행되었다. 각각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Malaria(GFATM)와 백신을 통한 면역력 향상을 목표를 하는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 등이 대북지원에 일조하였다.
이 시기에 대한한국은 영양지원사업과 모자보건사업의 두 가지 사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먹을 것이 부족하고, 영양분이 별로 없는 음식들을 먹어야 하는 주민들, 그 중에서도 영유아와 산모를 중점적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북의료지원 방향성
대북의료지원은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은 새로운 의료기관보다, 의약품들을 제공받는 것이 더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제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면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또,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를 구축하여 도시 부유층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가장 절실한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대북의료지원을 통해 얻는 정보들은, 앞으로 북한과 교류가 많아질 미래에 쓰일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북한의 의료 상황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미래의 의료지원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의료지원 시 유념할 것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기 보다는, 북한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새로운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북한 정부에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현 기자 / 연세 원주 lisa0512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