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부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이유

보건의료계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바쁘게 돌아간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 의약학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약을 제조하고 복용을 지도하는 약국,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의료기사, 의학적인 기록 및 정보를 관리하는 의무기록사 등 보건의료계에 종사하는 여러 직군들은 협력과 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며 국민들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조달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병원과 약국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가장 첨예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2000년 7월 시행되어 여전히 두 집단의 힘겨루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의약분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병원에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병원에게~’. 해당 표현은 약사회가 2011년 편의점에서의 상비약 판매를 제지할 의도로 제작하여 라디오 방송사에 틀었던 CM송의 가사의 일부이다. 의약분업은 정치적인 논쟁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되어 무거운 주제로 인식되고 있었으나, 해당 CM송은 간결하게 의약분업의 의도를 환기시켰다. 의약분업은 약의 무분별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환자의 진료는 의사만이, 약의 조제는 약사만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다. 분업 전에는 병원에서 약사를 고용하여 병원에서 진료와 처방을 모두 담당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의사가 부족할 경우에는 약사가 처방전 없이 임의로 약을 투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약국과 병원의 모호한 분담체계는 약사가 내성이 생길 수 있는 항생제를 손쉽게 환자에게 건네고, 의사가 전문적인 조제가 필요한 약을 환자에게 건네는 등의 약물 오남용 문제를 가져왔다. 이후 의사의 수가 증가하자 의료계에서는 전문의약품의 약국판매 금지를 요청하였고 이에 맞서 약사회 측에서는 의약분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의약분업 형태가 자리잡았다.
앞선 사례와 같이 의약계가 본인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를 견제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상적인 경우에 병원과 약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약국은 특히 대형병원 근처에 밀집되어 있다. 대형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오는 손님을 유치하기에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이며, 병원 입장에서도 인근 약국에서 환자가 의약품을 바로 받아가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병원들이 모여있는 건물이나 단지의 1층 상가에는 약국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사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병원 내부에 약국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병원 ‘밖’인 주변이 아닌, 병원 ‘안’에 있으면 환자의 편의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왜 병원 내부에는 약국이 없는 것일까? 이는 대한민국은 약사법 제 20조 5항이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분경 또는 개수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약사에 의해 2016년에 헌법소원(2016헌바401 약사법 제 20조 제 5항 제 3호 위헌소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2018년 2월 22일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해당 사건 당시 청구인은 부산광역시의 관할구 보건소장에게 A병원의 주차장 부지를 일부 변경하여 약국을 개설하고자 약국개설등록을 신청했었다. 보건소장은 위 신청이 약사법에 위반한다는 근거로 약국개설등록불가처분을 내렸다. 청구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그 청구와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상고를 제기하고 위 약사법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였으나 이마저 기각된 이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해당 법률이 첫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둘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은 명확성의 원칙과 기본권을 모두 만족하므로 소원을 기각한다고 표명했다.
명확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모든 법령이 명확할 것을 지시한다. 법규범의 명확성은 헌법의 글귀와 입법목적, 취지, 연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자의적인 법집행을 할 수 없을 때 확보된다. 헌법재판소는 약사법 제 20조 제 5항이 병원과 약국의 담합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법률이며, 청구인이 병원의 부지를 일부 형태를 바꾸어 약국을 개설할 경우 병원과 청구인 사이의 담합행위가 비밀스럽게 일어나도 국가에서 적발하기 어려울 것임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당 결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음을 밝혔다.
헌법 제 15조에 규정된 직업수행의 자유는 개인이 선택한 직업을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표명한다. 직업수행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침해의 정도가 작기 때문에 공공복리와 같은 공익의 이유가 있을 때에는 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해서도 심판대상조항이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을 막아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약제비를 절감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의료기관과 약국이 인접한 모든 곳에서의 약국개설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국민 건강 증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적합하며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이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이며, 이러한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으로 제약되는 사익은 의료기관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약국을 설치하여 얻게 되는 영업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약사법이 지키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이 제한받는 사익보다 크므로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이 법익의 균형성 또한 충족한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사건은 병원 내 약국 개설을 제한하는 법률의 취지가 타당함을 재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아가 의약분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해당 조항이 필요함을 명확히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의약분업은 양 집단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실행되었으며, 제정된 이후에는 사법체계의 도움으로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생길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고 있다. 강현우/을지 <khw_0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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