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 본격 시동…. 의사 과학자에 대한 다양한 단상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임상 지식을 겸비한 의사가 기초의학, 자연과학, 공학 등 타 학문의 지식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의과학 연구에 몸담을 수 있는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을 5월 9일에 공고했다. 진흥원은 국내 바이오메디컬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 3개 기관에 8억 원을 투자하여 의사 과학자를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의사 과학자 양성 대상기관은 6월 3일까지, 융합형 의사 과학자를 지망하는 전공의를 올해 12월까지 지원을 받는다. 총 8백만 원, 3개 기관을 선발하며 한 기관당 10명의 의사 과학자를 꿈꾸는 전공의들을 선발한다. 6월부터 12월까지는 의사 과학자 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9월부터 12월까지는 전공의를 지원해 준다.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은 석, 박사학위 과정 연구지원과 교육 인프라 및 프로그램 운영을 동시에 지원한다.

임상 수련과 연구를 병행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전공의들에게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하여 전공의 수련 과정 이후 M.D. ~ Ph.D.에 해당하는 의사 과학자 진로 개척을 다학제 시스템 지원, 학사 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방법을 통해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의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며 양성된 의사 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기존에 해오던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 

이 사업은 융합형 의사 과학자 인재 육성을 위해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며, 의과대학을 주관기관으로 다기관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할 수 있다. 선정 기관에는 연 최대 2억 6,600만 원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이 사업은 단순히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학자가 아닌, 기초의학, 임상의학 외에도 자연과학, 공학과 같은 타 학문과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연구능력을 갖춘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융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부는 의학, 석사는 정책, 박사는 공학을 전공한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세상이 계속 변하고 앞으로는 안정적인 것이 별로 없으므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다방면에 대해 통합, 융합적인 이해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를 더 잘 인식하고, 창의적으로 자기만의 솔루션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으므로 협력, 소통 능력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 일을 잘해야 함을 강조한다.

‘융합형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과 비슷한 취지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도 의과대학 6년 과정에 1년을 추가한 의사 과학자 양성 과정 개설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즉, 의과대학 정규 과정 6년을 마치고 이후 1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치면 석사 학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 5년 6개월 수업을 들은 후 1년 6개월은 자연과학대학이나 공과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의학적 뿌리를 기반으로 공학, 경영학, 보건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추가해 현실에 필요한 의사 과학자를 육성하려 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미국 듀크 대학 등 다수의 의과대학은 의학과 법학, 혹은 의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이를 벤치마킹하여 6 + 1 의사 과학자 과정을 만들려 하는 것이다.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은 “의대는 의사를 만드는 직업학교입니다. 그런데 이런 학교가 마치 사회 권력의 정점인 듯 바라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돈 잘 버는 의사를 지향하는 바깥의 시각과 우리가 지향하는 서울의대의 미래 모습은 완전히 괴리돼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서울의대인의 미래는 배고프고 힘든 ‘연구 의사’와 병들기 전에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의료인’을 양성하려는 것인데, 실은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 방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의대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서는 "올해가 이 땅에 서울의대 전신이라 할 국립 의학교육 기관이 생긴 지 120주년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만들고 있어요. 그 주된 내용이 ‘사회를 고치는 의사’와 ‘글로벌 공헌’입니다. 즉 시민 전체의 건강권을 지키는 건강사회문화를 만들고, 이런 방향으로 국내 보건 및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졸업생들도 기자, 법조계, 제약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으면 합니다. 또 임상 의사 한 명은 수천 명의 환자를 살릴 수 있지만, 연구를 통해선 수백만 수천만 명의 인류가 혜택을 봅니다. 의학 연구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의사로서 글로벌하게 공헌하는 길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대에서 추진하는 연구 의사 시스템에 대해서는 "모두 레지던트를 지원하니 일단 레지던트가 끝나고, 학위과정을 다시 밟도록 하는 방안 ‘4(레지던트)+4(학위과정)’ 과정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원(4년 과정)에서 ‘2(의대)+3(연구)+2(의대)’ 과정으로 7년을 이수한 후 연구 의사가 되도록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자들이 많이 나오죠. 우리는 학위 4년 과정 안에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대 대신 복무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많은 성과가 있을 거로 보입니다. 또 의대 6년 과정과 함께 7년제 학·석사 과정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융합형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려는 노력에 대해, 기본을 망각하고 전시행정으로 의학의 기둥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10년 이내에 한국의 외과가 붕괴할 수도 있고, 소아 외과계의 상황이 매우 열악한데 이것을 의사 과학자로 해결할 수 있을지, 환자에게서 자꾸 멀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강조하며 의사 과학자 양성사업에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의 우수한 병원들이 임상 환자를 끌어모아 돈을 버는 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연구중심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굳이 의사 과학자를 위한 양성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불어, 시스템이 갖추어진다 한들, 과연 학생들이 연구 의사를 할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연구는 구체적인 성과가 단시간에 잘 나오지 않고, 어려우며, 실패확률이 높고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 과학자들을 하려는 학생들은 연구에 대한 높은 동기와 함께 자기를 관리하고 실패를 견디는 능력이 절대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 대다수 학생은 학원, 과외와 부모의 스케줄 관리에 익숙하고, 실패의 경험 없이 모범생으로만 살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남이 닦아준 고속도로만 달리던 사람은 이런 험로에선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사교육 문화,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우기 힘든 고교교육 등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은별 기자 / 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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