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재팬, 보건의료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2019년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 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DHC 등의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을 촉진하는 SNS 해시태그, 일본 브랜드 매장에 사람이 얼마나 없는지를 촬영한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 일본 불매 운동이 사회 분위기로서 굳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발히 이뤄지는 일본 불매 운동. 그렇다면 노노재팬(일본 불매 운동)은 보건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보건의료계는 생명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불매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정답은 ‘NO’이다. 다른 계열에 비해서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건의료계에서도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인한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일어난 움직임은 약사 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노노재팬 드럭(NONOJAPAN DRUG)’이라는 사이트를 연 것이다. 이는 일본 의약품과 대체 약품을 소개하는 사이트로, 일본 전문의약품 230종, 일반의약품 58종, 기타외품 19종이 등록되어 있다.
 또한 지역약사회의 불매 운동 동참이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전라북도약사회가 불매 운동을 선언한 이후 14개 지부(경남·강원·광주·서울·대전·전남·충북·경기·제주·대구·경북·충남·부산)가 동참했다.

 이러한 약사 단체의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한 의료 단체의 입장은 둘로 나뉜다. 먼저 일본 의약품의 대체 약품에 대해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환자의 몸에 잘 맞는 약을 쓰지 않고 복제의약품을 쓸 경우, 약효가 잘 나타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의약품의 처방 권한은 의사에게 있고, 만일 불매 운동 여파로 대체 약품을 쓰게 된다면 처방으로 인해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불분명해진다는 의견이다.
 반면, 약사 단체의 불매 운동에 대하여 찬성하는 의료인들은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아닌, 새롭게 처방하는 경증 질환 치료제는 일본 약품이 아닌 대체 약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의약계 불매 운동은 약사 단체, 의료인 단체 등에서 상호 협의 하에 적정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일본 약품 불매 운동으로 인하여 환자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일이 생긴다면 이는 보건의료의 본분을 잊어서 생긴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불매 운동은 의약계열뿐 아니라 의료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SNS 상에서 일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병원 명단이 떠돌았다. 일본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말자는 취지의 SNS 활동이었지만, 이 명단 안에 든 병원들은 예전에 이미 마련했던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에 대한 불매 운동은 적절하지 못하다. 특히, 의료기기의 특성상 구입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뿐더러, 한번 구매한 의료기기는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거쳐 의료인의 손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산 의료기기를 이미 마련한 병원의 입장에서는 불매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교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일본산 의료기기를 불매 운동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 구입하는 초음파 의료기, 그리고 태반 주사 등은 일본산을 대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사 개인이 되도록 일본산 의료품 구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사 개인의 진료권이 달린 문제이므로, 의사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제한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보건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크게 약품과 의료기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데, 약사 단체가 의사 단체보다 불매 운동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보건의료계에서 일어나는 불매 운동의 대전제는 ‘환자의 건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아픔에 대해 생각하고, 상대국가의 잘못된 외교 방식에 대처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러나 일본 의약품을 대체하여 환자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일본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병원을 무작정 마녀사냥 하는 등 잘못된 불매 운동으로 인하여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면, 과연 그것을 건강한 불매 운동이라 말할 수 있을까.

박새빈 기자/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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